의사·시민단체·환자 호응 못 얻는 '의료개혁특위'…그 이유는?

2024-05-13 05:40:34

김성주 대표 "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임현택 회장 "의료개혁특위, 현장 아는 의사들로 충분히 구성돼야"

정부가 의료시스템 전반에 걸쳐 누적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지역・필수의료 위기를 해결하고자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 현안을 해결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이끌어갈 노연홍 위원장의 출신 문제와 구성 비율 문제 등으로 인해 의료개혁의 주체 및 직접적인 당사자에 해당하는 의사계와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 환자단체로부터 모두 외면 내지는 부정적인 시선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5일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노연홍 위원장을 중심으로 10개 공급자단체와 5개 수요자단체에서 추천한 민간위원 15명과 전문가 5명(보건의료 3명, 법률 1명, 경제·재정 1명), 정부 위원으로 6개 부처(기재부, 교육부, 법무부, 행안부, 복지부, 금융위) 기관장이 참여하는 등 총 2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이러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대해 의료개혁에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환자와 의사를 비롯해 심지어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호응은커녕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하다는 것에 있었다.

우선 의사계에서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자체가 중립적이지도 않고, 의료현장에 대해 잘 아는 인적 비중도 낮은 것에 대해 비판하며, 보이콧을 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위원장 위촉 시 중립적인 민간 인사를 인선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었는데, 정작 보건복지부 관료 생활을 오래하고, 퇴직 후에는 전관예우를 받은 인물이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선배인 노연홍 위원장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중립적인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의사수급분과위원회는 22명의 위원 중 16명이 현장 사정을 잘 아는 의사일 정도로 인적 구성 자체가 충분히 현장의 상황이 반영될 수 있는 인적 구성을 했기 때문에 현장 체계와 어긋나지 않는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와 같은 인적 구성이 이뤄진다면 대한의사협회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시민단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구성과 관련해 정부가 하고 싶은 의료개혁방안에 손을 들어주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개혁특위는 사회적 대화체 모양새만 갖췄을 뿐 올바른 의료개혁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체로 구성되지 못했다”면서 국민을 대표하고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빠진 것에 대해 꼬집었다.

또한, 의료개혁 과제를 꾸준하게 제기해 온 의료기관 노동조합이 빠지고, 의료기관 노동조합은 물론, 노동계를 대표할 수도 없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포함한 것에 대해 “뜬금없다”는 평을 남기며, 단순한 대통령 자문기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사회적 대화체로 격상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은 의료민영화를 위한 구성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언론을 통해 “지역의료나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최종기구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제약업체를 대표하는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임명했다”면서 의료산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의료민영화를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시절 영리병원과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 폐지 발표가 나왔던 당시의 핵심적인 보건복지 비서관으로 있었던 사람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했던 인물로, 이런 사람에게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긴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정 위원장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비율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1:1:1 비율로 ▲공급자 ▲수요자 ▲전문가 모두 동일한 비율로 구성되는데,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공급자 비율만 2에 해당하는 2:1:1 비율로 이뤄진 것 자체가 공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병원 단체 몫이 공급자를 대변하는 위원 10명 중 3명을 차지함은 물론, 현재 의사단체에서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대형병원의 이해관계가 더 충실히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정부위원은 6명에 달해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지적했다.

환자단체들의 시선도 긍정적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는 내용 중 특히 환자 투병 및 권익과 관련된 아젠다에 대해서는 중증질환, 희귀·난치성질환, 소아질환 등의 환자당사자 및 관련 환자단체의 의견과 목소리를 모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료개혁의 궁극적 목적은 환자 투병 및 권익을 보장하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함을 강조하는 한편,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정부가 이미 정해놓은 의료개혁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모양새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과 대통령의 지정으로 내정된 노연홍 위원장을 향해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해야 함을 당부해 환자들의 의견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구조가 기존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그대로 갖다 옮겨놓은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도 나왔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다양한 환자단체가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수요자들을 대표하는 위원으로 참여했어야 했는데, 기존의 수요자 단체들이 그대로 참석함으로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외에는 환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로만 이뤄진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돼야 ‘개혁’이라는 말에 걸맞지 않겠냐”고 꼬집는 한편, “최소한 환자·의료계·정부 셋이서 만나 이야기하는 구조로 이뤄져야 하며, 만약 의료계와 정부가 1:1로만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환자를 위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위선적’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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