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의 의료정보를 활용하는 법을 통과시키기 이전에, 그 한계를 정해 안전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단일 보험체계로, 개인의 의료 청구 데이터를 공공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보험심평원 등에서 축적해 빅데이터로 관리하게 된다.
세계에 자랑할만한 한국의 의료 서비스 자원에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의료기술뿐만 아니라, 수많은 국민들에 의해 생성된 보건의료 빅데이터도 포함된다.
의료정보 빅데이터를 통해서 질환의 경과나 치료행위의 효과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 및 분석이 가능하고, 이는 의료 질 향상이나 신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는 이와 유사한 전국민 빅데이터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
현재는 연구 목적 외에는 기업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지만,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개인 의료정보 공유를 활성화하자는 것이 ‘디지털헬스케어법’이다.
하지만 의료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로서, 오용될 경우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게 될 수 있다. 개인이 어떤 질환을 앓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를 사적인 기업이 획득한다면, 취업이나 보험 가입 등에 제한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 정보를 획득하면 이익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정보를 사용할 것은 기정사실이다. 민간보험사는 의료정보를 통해 경영에 이득이 되는 상품을 개발하고, 이는 반드시 의료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데이터를 묵혀둘 바에는 활용하는 것이 낫다. 특히 디지털을 활용하는 미래의료에서 개인의 의료정보 접근 권한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이 법에 묶여 해외 경쟁사에 묻히고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데이터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나갔을 때다. 클릭 한번으로 개인의 의료정보가 어디까지 흘러나갔는지 알 수도 없게 되면, 다시 이전으로 돌이킬 수는 없다.
가명정보를 활용한다고 하지만 몇 단계만 거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가 이미 이전에 발생한 바 있고, 기업 간 데이터 공유를 방지하는 확실한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편으로는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고, 국민건강 증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반대로 발생할 수 있는 악순환에 대해서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국민의 데이터로 성장한다고 했을 때, 직접적인 혜택이 데이터를 제공한 국민에게 돌아가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정보 데이터로 성장한 기업이 정작 국내시장에서는 매출을 발생시킬 수 없어 해외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해외 국민이 이득을 보는 역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할 수도 있다.
국내 의료기기 등 의료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규제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진짜 국민이 이득을 보게 되는지 더욱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