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⑪]희귀질환 환우와 가족에 대한 국가주도 관리는 다음 세대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

2023-11-15 05:30:44

김재학(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회장)

인구가 줄어가는 지금은 국내 80만 희귀질환자와 200만 그 가족이 처한 일상이 보통 사람의 삶으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국가 주도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희귀질환 환우들에 대한 전주기적 관리방안 마련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전주기적 관리 차원에서 생애 주기별로 희귀질환 관리방안을 제안하는 바이다.

출생 전 _ 착상 전 유전진단 지원
각종 출산장려정책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희귀질환 환우들의 다음 세대를 위한 관리방안도 하루빨리 수립되기를 고대한다. 사회적 질환으로 일컬어지는 희귀질환 환우 가정에 안전한 출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은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여겨진다. 

진단도, 치료도 어려운 희귀질환 환우들은 전 생애에 걸쳐 증상 지연, 완화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치료에 막대한 의료비가 발생한다.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1차적인 의료비 지출 부담으로 계층하락, 가족해체 등의 위기를 경험하는 가정도 매우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희귀질환 환우 가정에 제공되는 출산 관련 혜택은 일반 난임부부에게 지원되는 시술비 이외에 전무하다. 안전한 출산을 위한 유전자 검사 등의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불확실한 출산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환우 가정에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희귀질환 중 유전질환의 대물림을 차단하여 발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 저출산 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유전질환으로 투병 중인 가임기 희귀질환 환우 가정에 대한 착상 전 유전진단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출생 직후 _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질환 확대
신생아의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하거나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고 치료제가 있는 질환에 대한 신생아 선별검사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희귀질환 환우가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통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환우와 가족 구성원의 사회적 역할 수행으로 인해 파생되는 긍정적 효과 도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전주기 _ ① 재활치료 기반 확충
희귀질환은 진단이 어렵고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없으며, 치료제 개발 비율도 5% 수준에 머문다. 그러하기에 재활치료는 증상의 악화 및 퇴행을 예방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하나, 대부분의 치료가 전액 비급여이므로 비용부담이 과중하며 재활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이 있어 여러 병원을 전원 하며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희귀질환의 특성을 반영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병원의 공급 대비 수요가 많으므로 대기기간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발생하며, 치료 중단으로 인한 치료효과 감소 및 증상악화가 우려되므로 의료공백기를 감소시킬 수 있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재활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전문치료센터 설립이 절실하다.

이후 전주기 _ ②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 필요
치료제가 있어도 경제적 비용이 막대하여 환자의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가족의 부담이 큰 사회적 질환이므로, 개인과 가정이 감당하기 불가능하여 이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의 역할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이 필요하다.

재정의 안정적인 관리방안은 무엇보다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해야만 가능해질 것이다. 희귀질환은 질환의 수는 많으나 각 질환의 환자 수가 적어 질환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로 인한 진단과 치료의 어려움이 반복된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보장 측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국가 차원의 철저한 레지스트리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립암센터’를 모델로 하는 ‘국립희귀질환센터’ 설립을 통해 전국의 각 의료기관에 산발적으로 분산된 희귀질환 정보를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확립된다면, 집적된 정보를 활용하여 국내 생명바이오 분야의 괄목할만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암 치료에 강국이 된 것처럼 말이다. 또한 질병청의 통계사업이나 연구 용역사업, 산정특례 재등록 등에 대한 국가관리의 효율을 증대 시키고, 중복으로 소요되는 예산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전주기 _ ③ 치료제 접근성 강화 절실
세계보건기구(WHO)는 치료제가 개발된 희귀질환은 안전하고 경제적인 검사를 통해 조기에 병을 발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적어도 치료제가 있는 질환의 환자들이 제도가 걸림돌이 되어 치료시기가 지연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위험분담제나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등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소수라는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제도가 경제논리에만 치우쳐 제도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하루라도 빨리 신약의 사용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이나 임상시험용의약품 치료목적 사용승인제도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진과 제약업계에 귀속되는 법적 규제나 책임성에 대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오히려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에 기여하는 부분에 대하여 어드밴티지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후 전주기 _ ④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한 복지지원체계 구축 필요
‘환자 중심’이라는 단어를 전례 없이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여기저기서 캐치프레이즈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환자 중심’이 실제 복지지원체계 내에 반영되기를 바란다. 

법에서도 정의하는 바와 같이 희귀질환은 단어 자체가 갖는 의미 그대로 희귀하다. 그만큼 적은 환자 수를 갖기에 환자들, 특별히 환자들 중에서도 소수라서 더 약자일수 밖에 없는 희귀질환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복지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치료제가 없어 대증요법으로 생을 이어가거나, 비용 부담으로 이조차 받을 수 없는 이들의 삶을 고려한 복지가 구현되어야 한다. 희귀질환자들의 복지가 권리로써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워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환자 중심’으로 구현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희귀질환 환자는 국가가 책임지고 살려야 한다. 국가에서 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치료제가 개발되어도 사용할 수 없어 마지막 희망조차도 잃어버리게 되는 현실이다. 희귀질환 환우와 가족들의 절실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사회가 그들을 함께 보듬어 주기를 바란다.



김재학 medifonews@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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