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대우를 받는 간호인력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3-07-29 06:00:18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지난 7월 20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번 기념식은 우리 역사에서 국민건강증진과 국가 보건사업에 활발하게 참여한 간호조무사의 권익 향상과 처우 개선, 위상 강화에 앞장서 온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50년 역사를 돌아보고, 국가 필수 간호인력으로서 100년 미래로의 도약을 위한 목표와 방향 공유를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정치·사회적으로 간호조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하듯 많은 내·외빈이 참석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창립 50주년을 축하했으며, “국민 곁에 50년 간호조무사, 100년 미래로 나아갈 것”을 슬로건으로 미래 도약을 다짐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을 만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창립 50주년 소감과 50여년 동안 간호조무사의 탄생 및 변천사, 간호조무사들이 처한 현실과 앞으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편, 1973년 7월 28일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중앙회와 전국 13개 시·도 간호조무사회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 권익향상과 보수교육 등을 통한 직무능력 향상 및 간호조무사 처우개선 관련 사업 등을 통해 간호조무사 목소리를 대변 및 간호조무사의 권익향상과 처우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Q.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지난 50년 동안 간호조무사협회가 어떠한 일을 해왔는지 등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가 5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회장을 맡고 있음에 감사하기도 하고 뿌듯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아울러 기존의 성과와 역사를 기반으로 100년 미래를 잘 준비해야겠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간호조무사는 국가 필수 간호인력으로서 50년 동안 국민이 아플 때 국민 곁에 가장 가까이에서 국민을 지켰고, 지금도 의료현장 최일선에서 필수 간호인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966년 법정 간호인력으로 탄생해 1960~70년대에 모자보건사업과 결핵 퇴치, 예방접종 등 국가 보건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5000여명의 간호조무사가 독일에 파견돼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국위 선양에 앞장섰으며,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는 감염의 위험을 감수하고 레벨 D 방호복을 입고 헌신했습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창립 이후 지금까지 쉴 새 없이 간호조무사 역할 확대, 권익 향상,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성과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치과, 한의원, 요양병원, 장기요양기관, 방문간호, 정신과 병의원, 산후조리원, 장애인시설 등에서 간호조무사가 필수 간호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법적 정원 규정을 신설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와 함께 1991년에 전국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들이 전원 보건직 공무원으로 될 수 있게 했고, 2007년에는 간호부사관제도에 간호조무사가 포함될 수 있게 했으며, 2013년 간호조무직 공무원이 기능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됨에 따라 간호조무 직렬이 신설돼 간호 직렬 다음에 배치됐습니다.

2019년부터는 간호조무사도 재가노인복지시설의 시설장을 할 수 있게 됐고, 치매안심센터 인력 기준에 간호조무사가 포함됐으며, 2020년부터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사업 전담 공무원에 간호조무사가 들어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간호조무사 자격 신고제도가 시행 중이고, 매년 15만 명 이상의 간호조무사가 법정 보수교육을 이수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간호조무사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직무교육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 50년 동안 간호조무사의 근무 여건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화를 거쳐왔으며, 현재 근무 여건은 어떻고, 미래 전망과 관련해 어떤 기대와 희망 등을 갖고 계시나요?

A. 협회 창립 이후 선배 원로들께서 헌신해 오신 덕분에 소소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많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호조무사의 근로환경은 열악하고,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가 보건의료 현장에 여전히 만연해 있습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는 간호조무사 정원 기준도 없고, 간호조무사임에도 업무보조원 등으로 불리거나 제대로 된 명찰조차 못 달고 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를 40명씩 돌봐야 하는 업무 과중에 노출돼 있음은 물론, 휴게공간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80%의 간호조무사가 1차 의료기관에서 간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문제는 1차 의료기관 중 상당수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경력 불인정과 산전·산후 휴가 미보장 등 다양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 문제 역시 대표적인 차별이자 열악한 환경 중 하나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배움의 길을 간호조무사만 차단하는 ‘한국판 카스트제도’ 중심에 서있습니다. 

하지만 50주년을 맞은 올해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크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먼저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학력 제한’ 관련해서 정부와 국회를 비롯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폐지해야 한다고 함께 이야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만큼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등 간호조무사 역할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간호법 등 새로운 법·제도들이 지난 50년 동안 개선·도입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모순 등이 있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모순으로는 무엇이 있나요?

A. 경제성장과 과학의 발달 등으로 보건의료 현장도 과거에 비해 많이 변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처우개선이나 근로환경 개선 등이 지속해서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보건의료 현장의 모든 직역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 함께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고,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부분도 많았습니다. 

다양한 보건의료 분야에서 여러 직역이 근무하는 가운데 의사를 중심으로 간호사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핵심 인력이자 환자 간호에 있어 비중이 큰 직역 우선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건의료 소수 직역에 대한 개선이 더디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은 큽니다. 

지금 우리 시대 보건의료 현장은 특정 직역 하나로 운영되거나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함께 협력하고 서로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으며, 맡은바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다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건 의료인력에 관한 법 제도와 정책 등은 소수 직역을 고려해 모두가 함께 논의해서 개선하고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Q. 우리나라에 산적된 간호조무사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시나요?

A. 간호조무사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 제한’뿐 아니라 저임금, 연차 사용 제한, 부당대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바꿔 나가야 합니다.

먼저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를 위해서는 간호조무사가 국민건강을 지키는 간호인력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의식을 하고 있어서 “간호조무사는 고졸이면 충분하다”라면서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반대하고, 한국판 간호카스트제도를 옹호하는 것입니다.

초고령사회 간호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간호조무사 직무능력을 향상하는 게 필요하고, 전문대 양성은 시대적 흐름입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어떤 직업도 자격을 고졸로 제한한 사례가 없습니다. 간호조무사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당연히 학력제한은 폐지돼야 마땅합니다.

간호조무사 처우개선도 필요합니다. 간호조무사만 아니라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처우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보험 수가제도도 개선해서 보건의료 인력 연동 수가제도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협회 계획 및 방향,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A. 먼저 위헌적인 학력 제한을 반드시 폐지하겠습니다. 위헌적인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폐지’를 통해 간호조무사 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의 길을 열어 100년 미래로 나아가는 주춧돌을 놓겠습니다. 

국민 곁에 더 가까이 가는 간호조무사가 되겠습니다. 

초고령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어르신과 장애인, 퇴원환자들이 요양시설과 집에서도 의료-간호-돌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방문간호조무사가 방문간호 인력으로 국민 곁에 더 가까이 가겠습니다. 

동네의원 간호인력 84%를 차지하는 1차 의료기관 간호조무사가 만성질환자 건강관리에 더 많은 도움을 주는 케어코디네이터 간호인력으로 자리 잡겠습니다.

또, 간호조무사가 전 국민 간호간병서비스 제공인력으로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간호조무사 인력 기준 1:40을 폐지하고, 1:20은 물론, 1:10까지 신설을 추진하겠습니다.

아울러 정당한 대우를 받는 당당한 간호인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동네의원 간호조무사를 위한 「근로계약서·임금명세서 ‘꼭’ 주고받기」 캠페인을 추진하겠습니다.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 미교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받습니다.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조무사를 위한 「‘간호조무사’ 이름 찾기」 캠페인을 추진하고,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전체적으로 간호조무사 정원을 법으로 보장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더불어 의료취약지 근무 간호인력을 위한 처우 개선비 예산과 5인 미만 의료기관 간호조무사를 위한 ‘(휴가)대체인력 지원사업’ 예산 확보를 추진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설립된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을 활성화하고 노동권익 향상의 추진 동력을 지원하겠습니다. 한국간호조무사노동조합이 활성화되고 자리를 잡는다면 단체교섭 등을 통해 간호조무사 노동권익 향상도 활발해질 것입니다.

끝으로 1인 1정당 가입 운동 추진과 14보건복지의료연대와 함께 공동 총선기획단 운영을 통해 보건의료 단체의 공동 활동에도 함께하겠습니다. 

“국민 곁에 50년 간호조무사, 100년 미래로”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의 슬로건입니다. 

앞으로 50년 후, 100주년이 되는 2073년에는 지금보다 국민 곁에 더 가까이에서 국민건강을 지키는 간호인력이 되어 있을 것이며, 50주년을 맞이한 2023년이 100년으로 가는 튼튼한 주춧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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