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피부과 진료 의사의 진단 영역을 대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의사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긴 어렵지만, 이상 소견을 탐지하고 특정 질병의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엔 의사보다 더 나은 성적을 보이곤 해, 잘 활용하면 의사의 판단 지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정임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한피부외과학회와 아시아피부외과가 공동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Artificial Intelligence in Dermato-oncology(피부종양학의 인공지능)’주제 발표를 통해 피부종양 진단에서 AI의 성과와 가능성을 제시했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복잡한 패턴을 식별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분석을 내릴 수 있다. 특히 종양의 악성, 양성을 구별하는 일은 AI에게 가장 기본적인 수준으로, 이미 피부종양학 영역에서는 AI를 종종 활용하고 있다.
나정임 교수는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을 감별하는 건 의사가 하기 어려운데, AI에겐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AI가 의사보다 잘할 확률이 꽤 높다”고 밝혔다.
나정임 교수가 제시한 선행 연구 논문에 따르면 피부과 의사와 AI가 피부확대경(Dermoscopic) 이미지를 이용해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을 감별한 결과, 피부과 의사(위 사진 보라색 표시가 평균치)보다 AI(위 사진 선형 표시)의 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후속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었다.(Tschandl et al, Lancet Oncol 2019)
병리학자와 AI가 조직병리학적(histopathological) 이미지를 보고 흑색종과 모반을 얼마나 감별해내는지 살펴본 연구 논문에서는 AI가 종양이 있는 부분을 포커싱해서 더 좁은 부위를 보고도 잘 맞혔다는 결과가 있다.(Hekler A, et al. Eur J Cancer, 2019)
앞선 연구 결과들은 AI 알고리즘의 학습 능력과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남을 강조, 의사들의 진단 과정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정임 교수는 AI를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의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AI가 항상 정답을 말하는 건 아니지만, AI가 틀리는 문제는 사람이 틀리는 문제와 패턴이 달라 AI의 대답을 참고하면 사람의 성적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을 구별하라고 했을 때, AI의 답변을 참고한 전문의와 전공의는 성적이 향상했으며, 모든 병변의 진단명을 맞혀보라는 요청에도 마찬가지로 AI의 도움을 받은 의사가 가장 좋은 성적을 보였다.(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2020))
이외에도 다수의 논문에서 피부과 의사와 AI의 협력으로 진단 정확도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진단을 온전히 AI에게 맡겨도 되는지에 관해선 아직 섣부르다는 의견이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한 데다, 퀄리티 차이가 크고 빛이나 각도 등에 따라 같은 병변도 다르게 보이는 임상(Clinical) 이미지를 사용할 땐 오류가 있을 수 있는 한계 때문에 AI가 진단 업무를 대체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가 직접 진료를 보며 얻는 환자의 병력, 생활습관 등 임상 정보도 진단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정임 교수는 “피부확대경 이미지로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을 감별한 실험에서 AI가 의사보다 더 좋은 성적을 얻었지만, 의사에게 환자의 임상 정보를 줬더니 의사가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전하며, 환자를 직접 보면서 얻는 임상 정보가 진료에 굉장히 큰 도움을 주고 있음을 설명했다.
AI의 뛰어난 진단 능력은 의료 분야에서 혁신과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를 널리 활용하기까지 아직 더 많은 데이터 및 전향적 연구를 통한 추가 입증이 필요하겠지만, AI와 의료진의 협력은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