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순환당직제, 의사는 “법 필요” vs 정부는 “글쎄요”

2023-04-22 06:14:15

학술대회서 ‘중증 응급 심혈관질환 정책 변화와 순환기내과’ 주제로 발표 이어져

지난 18일 개최된 2023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중증 응급 심혈관질환 정책 변화와 순환기내과’ 세션이 진행됐다. 이 날 서울의대 보라매병원 순환기내과 김상현 교수는 ‘순환기내과 의사가 생각하는 순환당직제: 필요성과 고려점’을 주제로 발표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순환당직제. 순환당직제는 교대로 당직병원 이외의 나머지 병원은 응급시술 대기를 하지 않고 휴식을 하는 제도다. 언뜻 들으면 의사들에게 유리한 제도인 것처럼 들리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과 악영향으로 인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발표 중 연자로 나선 김상현 교수는 순환당직제의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공감을 하는 입장이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기타 강원, 경북, 경남, 충북 등 취약지의 경우 PCI 시술을 받기 위해 수십키로미터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직 병원을 정하고 나머지가 쉬는 게 아닌, 기존대로 진행하면서 당직병원으로 지정하는 경우다. 

때문에 김상현 교수는 “순환당직제를 100% 찬성하지는 않는다. 만약 순환당직제를 실시한다면 취약지 위주로 시작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발전시키고 문제점들을 해결한 후 전체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행정법적인 문제를 정부나 지자체에서 해결해줘야 한다.”며 “나비효과, 풍선효과에 주의해야 한다. 잘못하면 현재 인력도 빠져나가고 미래 인력은 오지 않고, 인력이 특정 지역에만 몰릴 수 있다. 부동산, 교육제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패널토의 시간에서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김한숙 과장은 “순환당직제에 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제도화’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당장 가능한 모형을 토대로 인적 네트워크를 보완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기존의 건강보험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권역센터 모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 권역센터 모형에 보완하는 차원으로 이번 건정심을 다시 통과해서 시행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박재형 교수는 “인력 감소로 인해 결국 순환당직제로 진행되는상황이 올 것이다.”라며 “지금 현존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일 것 같다. 현재 시스템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부분으로 연구해달라.”고 당부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존 교수는 “사전 일괄 보상, 가치 기반 인센티브, 번들페이 등에 대해 가시화될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가시화를 위한 방안을 빨리 찾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심장학회 정책연구소 왕주미 박사는 “순환 당직에 대한 단순보상을 넘어, 보상 수준이나 범위에 대해서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중증 응급환자 도착 비율을 가시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뇌혈관 질환 인적 네트워크 모형에서는 전문 치료팀 작동 시 의료사고 관련 정부의 법적 지원 대책도 같이 포함돼야 한다. 시범사업에서 이러한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의료 대상에 대한 책임 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등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광대병원 순환기내과 윤경호 교수는 “온콜수당은 커녕 병원에서 잠을 청할 정도로 근무를 해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최소한 개원의나 봉직의보다는 일선에서 중증 심뇌혈관 진료를 담당하는 내과 의사들의 처우가 훨씬 좋아야 그나마 후배 의사들이 남겠다는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창환 교수는 먼저 “권역센터 사업 개선 시 심장 권역과 뇌 권역을 분리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의사 가산제도를 도입해 보상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무너져가는 지역을 살릴 수 있다. 특히 의료 취약지는 지역균형 문제와 직결돼 의사들만의 힘으로는 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지역에 10년 있었을 경우 2배, 20년 있었을 경우 3배 등으로 가산해줘야 한다.”며 “그 효과는 병원을 짓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현 교수는 “복지부, 또는 학회 정책연구소에서 느끼는 순환당직제와 순환기내과 의사들이 생각하는 순환당직제는 다른 것 같다.”고 꼬집으며 “PCI가 가능한 병원에서 2차, 3차로 전원을 보내게 되면 재앙이 된다. 인적네트워크 활용 시 PCI가 불가능한 병원들과 협력해 빨리 처치 가능한 병원으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노영희 기자 nyh215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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