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살률과 우울증 유병률은 OECD 1위이다. 지난 17년 동안 자살률은 1위였고, 우울증 치료율은 OECD 최저이다. 우울증이 자살의 가장 흔한 원인이므로,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지 않는 한 한국의 자살률을 낮출 수 없다. 그동안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였던 신경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직접 행동에 나섰다.
4월 26일 대한신경과학회, 대한가정의학회/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노인의학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가 함께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를 창립했다. 초대 회장으로 홍승봉 교수(삼성서울병원 신경과)가 선출되었고, 부회장은 강재헌 교수(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김재유 원장(산부인과), 김한수 원장(내과), 박학수 원장(마취통증의학과), 신동진 교수(가천의대길병원 신경과)가 선출됐다.
그동안 우울증 치료와 자살예방은 정신건강의학과에만 주로 의존하였었지만 이제는 신경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내과(대한노인의학회 소속), 마취통증의학과에서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럼 우울증 치료의 접근성이 6.4배로 증가한다. 나중에 내과, 소아청소년과도 우울증 치료에 합류하면 우울증 치료 접근성은 12.4배로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우울증/자살 공화국에서 벗어나게 된다.
홍승봉 신임 회장은 “한국 국민들이 어디서나 우울증을 조기에 치료받을 수 있게 하고,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은 모든 의사들의 책임이며 사명이다. 우울증 환자들이 숨지 말고 쉽게 주위에 알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외롭거나 스트레스가 많거나 힘든 처지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혹시 자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자살 생각을 물어보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홍교수는 “한국의 중등도, 심한, 매우 심한 우울증의 치료율은 11.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의 우울증 치료율은 66.3%이고, 이것이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의 자살률이 한국 보다 훨씬 더 낮은 주요 이유이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는 한국의 중등도/심한 우울증 치료율을 단기적으로는 30%로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같이 60%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자살예방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펼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총회에서 축사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연숙 의원(국민의당)과 함께 항우울제인 SSRI의 처방제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일선 의료현장에선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우울증과 자살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적극 의견을 내어 주시길 바란다”라고 격려했다.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1. OECD 최저 우울증 치료율을 OECD 평균으로 높인다.
2. OECD 1위 자살률(24.6명/10만 명)을 OECD 평균(11.3명/10만 명)으로 낮춘다.
3. 한국의 OECD 최저 우울증 치료 접근성(4%)을 50% 이상으로 높인다.
4. 우울증의 여러 신체 증상으로 받게 되는 불필요한 투약, 시술, 수술을 막는다.
5. 국민들이 우울증의 정신 및 신체 증상의 고통에서 쉽게 벗어나게 한다.
6.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 지수를 높인다.
7. 국민들의 정신건강과 생명을 지킨다.
이를 위해 학회는 전국 의사들에게 WHO 권고기반 우울증치료/자살예방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 우울증/자살예방 심포지엄, 우울증 교육 course, 자살예방 교육 course, 우울증 out of shadow 및 자살예방 캠페인, WHO “대화합시다. Let’s talk” 캠페인, “우울감/자살 생각 물어보기” 캠페인, 한국-노르딕 우울증/자살예방 연맹, “우울증/자살예방” 걷기 운동, 한국-WHO 우울증/자살예방 공동 캠페인 등을 계획하고 있다.
홍교수는 “이번에 정신건강의학과가 학회 창립에 참여하지 않아서 아쉽지만 코로나19로 더욱 피폐해진 국민들의 정신건강을 회복시키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많은 다학제 의사들이 행동에 나서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