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뉴스 2020년 의료계 10대 뉴스 (1)

2020-12-28 05:50:24

의정갈등 심화, 코로나19 영향 병·의원 경영난

올 한해 의료계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의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고, 공공보건의료 강화 필요성은 더 부각됐으며,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충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전국 의사들은 집단행동으로 맞불을 뒀다. 여기서 파생된 의과대학생 의사국가고시 미응시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지치지 않는 보건의료계의 헌신과 지원은 코로나19 위기 속 더 빛을 발했고, 생활치료센터와 끊임없는 선별진료소 진화 등은 K-방역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였다. 언텍트는 위기 속 안전하고 슬기로운 방법의 하나의 좋은 모델로 자리 잡았다. 메디포뉴스가 금년 한 해 발생한 여러 이슈 중 주요 사건을 모아서 10가지로 정리했다. [편집자주]

◆ 정부 ‘4대 의료정책’에 집단행동으로 맞선 의료계

의료계에 있어 올해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여름으로 남았다. 정부가 추진한 원격의료,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충 등을 통한 의사 수 확대 등의 4가지 정책을 두고 의료계는 ‘4대악(惡)법’으로 규정하고 반기를 들었다. 전국의 의사들이 서울 여의도광장을 비롯한 거리로 몰려나와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 즉각 철폐와 원점 재논의를 부르짖은 것이다. 이는 20년 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의대생부터 전공의·전임의·교수·봉직의·개원의까지 의료계 전 직역이 하나로 똘똘 뭉친 대규모 투쟁으로 기록됐다.


투쟁의 효시를 쏘아 올린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의사들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지난 8월 7일부터 파업에 돌입, 의과대학생들까지 합세해 여의도를 비롯한 대전, 충청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 야외 집회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8월 14일 젊은 의사들이 붙인 작은 불씨가 거대하게 커져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총파업이 이어졌다. 이후에도 대전협은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며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았고 전임의(펠로우)들까지 가세하면서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대학병원 교수들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결국 의료계 대정부 투쟁은 9월 4일 의협이 정부·여당과 각각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 집단행동 중단 후 업무현장 복귀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체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실상 단체 행동을 주도해온 전공의들이 협상 과정에서 배제당했다는 내부 비판에 휩싸이며 최대집 회장 불신임안이 상정되는 등 또 다른 논쟁의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합의문 이행을 위한 제1차 의정협의체 회의는 지난 16일 처음 개최됐다. 공공의대 설립, 첩약급여화 시범사업 등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 초유의 의대생 의사국가고시 응시 거부

의료계 집단행동에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은 의사국가고시 실기시험 미응시로 동참했다. 의대생들은 9월 1일 응시 마감 시한까지 단체행동을 이어가며 국시 응시를 거부했고, 9월 4일 극적인 의정협의 끝에 보건복지부가 응시 마감일을 6일까지 연장해줬지만 응시 거부는 계속됐다. 결국 9월 7일 정부는 전체 의사국시 응시대상자 중 14%인 446명이 응시할 예정이며 더 이상의 재신청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후 의료계 곳곳에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은 의정합의에 따라 온전한 추가시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의대학장·원장들은 의대생들에게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 학업에 매진할 것을 호소했다. 대학병원장들도 의대생들이 유급과 국시 거부라는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선배들과 스승들의 잘못이라며 다시 정상적으로 국시를 치르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를 향해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촉구했다. 급기야 김영훈 고려대의료원장을 비롯한 대선배들이 의사국시 재응시 기회를 허락해 달라며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완고하던 의대생들도 결국 마음을 돌리고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본과 4학년 대표들이 국민에 사과 없이 국시를 응시할 것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시 재응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2021학년도 제85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은 근 5년 간 가장 낮은 합격자를 배출한 시험으로 남았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올해 실기시험에 응시한 423명 중 365명이 합격해 86.3%의 합격률을 보였다. 지난 합격자 수가 3093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1/10 수준에 그쳤다. 이로 인해 내년 인턴, 공중보건의사 수급 등 의료인력 공백 문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 병원도 학회도 ‘언텍트’ 열풍

코로나19 확산에 병원과 학회는 ‘언텍트’를 적극 활용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했다. 특히 신천지발(發)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때 대구·경북지역 대학병원들은 적극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서비스 시행 한 달 만에 경북대병원에서는 4천 446건의 전화처방이 이뤄졌으며, 영남대병원은 3월에만 4천 24건이 시행됐다.

정부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비대면 진료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감염병 위기 상황 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가 하면, 의원급은 수가 30% 가산을 적용토록 했다. 병원들은 전화처방 말고도 온라인 언텍트 방식을 활용해 간호사 채용 화상면접이나 컨퍼런스, 연수강좌 등을 실시했다.

학술대회 풍경도 언텍트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5월 8일에서 9일 양일간 국내 최초로 온라인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온라인 학술대회에 연수평점이 인정되면서 언텍트 학술대회 개최 열풍이 불었다. 11월에는 온라인 진행만 30곳 이상일만큼 개최 열기가 대단했다.

온라인 학회는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언제 어디서나 시청할 수 있다는 쉬운 접근성, 채팅창을 통한 실시간 양방향 소통, 다시보기를 통한 높은 교육효과 점 등에서 학회들의 호응을 받는 모습이다. 감염병 위협이 계속되는 한 온라인 개최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눈부신 활약 속 질병관리‘본부’에서 ‘청’으로

9월 12일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방역과 대응체계 운영 등에 많은 기여를 하며 눈부신 활약을 인정받아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했다. 또 보건복지부 복수차관제가 도입됐다.


질병관리청 초대청장에 취임한 정은경 청장은 9월 14일 기념사를 통해 “건강한 국민과 안전한 사회를 지키기 위한 최일선 전문 중앙행정 조직으로서 전 직원들과 함께 맡은 바 사명과 책임을 다하겠다”며 질병관리청의 핵심과제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감염병 대응의 총괄 ▲기후변화 등 환경 변화에 따른 건강 위협 요인 대응 강화 ▲만성질환과 희귀질환에 대한 근거 중심의 예방관리대책 마련 ▲국립보건연구원의 국가 보건의료 R&D 전략 수립 및 성과관리 중추기관 역할 수행 등을 약속했다.

또 보건복지부 직제가 대거 개편됐다. 복지부에 보건을 담당하는 제2차관을 두고, 보건의료정책실에 의료인력정책과와 혈액장기정책과를 신설했다. 또 재난피해자 심리지원 등 정신건강 관리 정책 강화를 위해 건강정책국에 정신건강정책관 및 정신건강관리과를 신설했다. 아울러 보건산업정책국에 보건의료데이터진흥과를 신설하고, 첨단재생의료 정책 기능 수행을 위해 보건산업정책국에 재생의료정책과를 신설했다.

◆ 코로나19 여파 환자도 줄고 매출도 줄고

코로나19로 여파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부터 상급종합병원까지 환자가 줄자 매출이 줄어 경영난에 시달렸다.


대한의사협회가 4월 10일부터 21일까지 대구광역시의사회, 경상북도의사회, 광주광역시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대구·경북지역과 광주·전남지역의 의원급 의료기관의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5.1% 급감했다. 

또 의협이 지역의사회 협조를 얻어 352개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 ▲정부·지자체의 조치에 따른 휴업 의료기관 80개소의 평균 휴업 기간은 5.7일 ▲휴업 의료기관의 평균 외래환자 수는 3월에 전년 동월 대비 44.0%만큼 감소 ▲외래환자의 감소에 따라 3월의 건보 청구액과 매출액도 전년 동월 대비 41.1%(기관당 평균 1900만원), 44.2%(기관당 평균 3200만원)가 감소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96곳, 병원급 의료기관 26곳 등 142곳의 환자 수와 수익 변동 상황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3월 이후 급격한 환자 감소 추세로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던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이 4월에도 여전히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3월과 비교해 외래환자는 상급종합병원이 15.7% 줄어들었고, 종합병원 19.3%, 병원급 29.6%의 감소폭을 보였으며, 입원환자의 경우도 종별로 각각 14.5%(상급종합병원), 19.6%(종합병원), 25.2%(병원) 감소로 엇비슷했다. 이 같은 환자 감소 추세는 4월에도 계속됐다. 작년 4월과 비교해 외래환자는 16.2%(상급종합병원), 23.8%(종합병원), 30.5%(병원) 줄어들었으며, 입원도 12.7%(상급종합병원), 21.4%(종합병원), 32.3%(병원)의 감소율을 보였다.

한편 저출산에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아동병원의 경영난도 심화됐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전국 68개 회원 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던 3월 매출을 전년 동 기간과 비교 분석한 결과, 병상 전부나 일부 병상을 폐쇄한 경우가 66%에 달했다. 이는 10개 아동병원 중 7개 병원이 입원환자 감소로 병상 폐쇄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병·의원 경영난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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