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사 인건비 너무 높다”

2020-01-02 05:40:00

일반근로자·간호사·OECD의사 등과 비교 연구

우리나라 의사 인건비는 타 직종이나 타 국가 의사들과 비교해 봤을 때 과도하고, 인상률도 높은 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적정수가 산정을 위해서는 실질 인건비를 원가계산에 반영해 주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 인정 가능한 적정 의사 인건비 수준을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책임연구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보고서를 공개했다.


적정원가는 표준원가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이 기본원칙이지만 현재는 의료기관의 ‘평균원가를 표준원가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박사는 “지금껏 ‘원가수준의 수가’라는 개념은 많은 혼란과 논란만을 야기해 왔다. 따라서 적정수가란 개념을 단순히 수준으로 정의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건강보험 제도가 추구해야 하는 목표와 연계한 개선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즉 ‘수가 적정화’ 문제는 높고 낮음에 대한 판단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진료량 증대, 비급여를 유인하는 지불제도 및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연계해 정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적정원가 산정을 위해서는 적정 인건비, 특히 적정 의사 인건비를 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전체 의료원가의 44.3%를 인건비가 차지하고 있다. 이 인건비의 대부분은 의사 인건비로 구성돼 있다.


현재와 같이 의사 인건비가 수입이 되면서 비용(원가)으로 처리되는 구조에서는 인건비(수입)가 증가할수록 원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원가에 인건비를 어떻게 반영해 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신 박사는 “의사 인건비 현황을 알 수 있는 정확한 자료가 많지 않아 파악에 제약이 있어 왔다”며 “하지만 최근 의사 인건비 관련 자료들이 점차적으로 생성되고 발표됨에 따라 이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들이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신 박사는 통계청의 사회서비스업조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 OECD의 보건의료통계 등의 자료를 활용해 의사 인건비의 절대적 수준과 일반근로자 및 간호사 임금 등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수준을 살펴보고, 의사 인건비의 연도별 변화도 파악해 봤다.


통계청의 사회서비스업조사의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개년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의사 인건비 현황에 따르면 의원의 경우 2011년 1.51억원에서 2017년 2.69억원으로 1.8배가 증가했으며, 치과는 2011년 1.33억원에서 2017년 2.03억원으로 1.5배 증가, 한방은 2011년 0.86억원에서 2017년 1.05억원으로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동개원의 경우 영업이익이 과대 추정될 수 있으므로 해석상 주의가 필요하다.


병원급의 영업이익은 의원급과 달리 의사 인건비를 추정하는데 더욱 한계가 있지만 영업이익이 발생하고 있는지, 발생한다면 연도별로 추이가 어떻게 변화고 있는지 등은 파악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종합병원의 기관당 영업이익은 1663억원이었으며, 일반병원은 979억원, 치과병원 1065억원. 한방병원은 367억원이었다.


종합병원의 경우 2016년 3016억원 대비 2017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일반병원과 치과병원, 한방병원은 2016년 대비 2017년에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병원은 2016년 765억원에서 28.0% 증가했으며, 치과병원은 2016년 974억원에서 9.3%, 한방병원은 329억원에서 11.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변리사업, 공인회계사업, 법무사업, 변호사업, 세무사업 등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 보면 2017년 기준 변호사업은 108억원, 변리사업은 90억원, 법무사업은 37억원, 공인회계사업은 122억원, 세무사업은 299억원 수준이었다.


세무사업의 경우 2011년 218억원에서 2017년 299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연평균 5.4%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다른 전문직은 지난 6년 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신 박사는 “의료기관의 경우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서비스업에서 수입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전문서비스 업종은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며 “의료기관의 경영수지가 다른 업종에 비해 양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의 전체 의사 월평균 임금을 보면 2011년 1007만원에서 2016년 1305만원으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5.3%씩 증가해 지난 6년간 1.3배 인상됐다.


연도별 임금 인상률이 가장 높았은 종별은 의원으로 2011년 1109만원에서 2016년 1468만원으로 연평균 5.8%씩 증가했다. 다음으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인상률이 각각 5.1%, 4.7%로 높았다. 반면 요양병원의 의사 월평균 임금은 2011년 1034만원에서 2016년 1261만원으로 연평균 4.1%씩 증가해 인상률이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일반근로자 인건비는 203만원에서 239만원으로 연평균 3.4%씩 증가했고, 간호사 인건비는 264만원에서 318만원으로 연평균 3.7%씩 증가했다.


OECD의 보건의료통계 분석 자료로 보면 OECD국가의 ‘고용 전문의’의 평균 인건비(한국제외)는 2016년 기준 10만 9282 US$PPP로,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은 21만 12792 US$PPP였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수준의 인건비를 나타내는 국가로는 네덜란드(19만 390US$PPP)와 아일랜드(19만 6769US$PPP)가 있었고, 우리나라와 1인당 GDP가 비슷한 수준에 있는 이스라엘과 스페인의 고용 전문의의 평균 인건비는 각각 14만 7728US$PPP, 9만 7906US$PPP였다.


‘1인당 GDP 대비 고용전문의 보수수준’은 우리나라가 5.7배로 칠레(6.6배)다음으로 높고, 터키(4.2배), 네덜란드(3.7배)가 다음 그룹을 형성했다. OECD 평균은 2.9배였다.


또한 2016년 기준 OECD 국가의 의사 인건비 대비 일반근로자 인건비 격차의 평균 배수는 2.75배로 우리나라의 5.45배 대비 약 50.5% 수준이었다.


연도별 변화를 보면 OECD 국가의 의사 인건비 대비 일반근로자 인건비 격차는 2012년 2.66배에서 2016년 2.75배로 최근 5년간 0.09배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1년 5.16배에서 2016년 5.45배로 0.29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연도별 증가폭도 우리나라가 더 큰 양상을 보였다.


신 박사는 “가용한 의사 인건비 자료를 활용해 의사 인건비 수준 및 변화를 확인해 봄으로써 사회적으로 인정 가능한 적정 의사 인건비 수준을 산정하기 위한 근거 자료를 제공해 보고자한 것”이라며 “향후 이와 같은 의사 인건비 현황 자료가 축적되고 이를 근거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이를 토대로 사회적으로 인정 가능한 적정 의사 인건비 수준을 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신 박사는 메디포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의사 인건비는 우리나라 타직종·타국가 의사들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고, 그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이번 분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손락훈 기자 kuni120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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