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 가톨릭의대 병리학교실 조미라 교수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순규 · 성균관의대 임진영 교수)은 최근 간암 환자마다 면역세포의 탈진 정도가 크게 다르며, 탈진이 심한 환자일수록 특정 유전자 변이와 B형간염 바이러스 통합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같은 간암이라도 환자별로 다른 면역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를 제시한다.
최근 면역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면역항암제인 PD-1 면역관문억제제가 임상에 널리 도입되었으나, 환자마다 치료 효과가 크게 달라 종양 면역 미세환경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과제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간암 수술을 받은 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단일세포 RNA 서열분석, 전장 엑솜 서열분석, 전장 전사체 서열분석 등 다중오믹스 분석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해당 환자들을 면역 고탈진군 (2명)과 저탈진군 (6명)으로 분류하였으며, 그 결과 면역세포가 지친 정도에 따라 동일하게 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라도 암의 생물학적 특성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환자들의 간에서는 면역세포 탈진 여부에 따라서 크게 세 가지의 핵심적인 특징이 확인되었다.
먼저 첫 번째 특징으로는 면역세포의 비정상적 증식이 두드러졌다. 고탈진군의 면역세포 클론 확장 정도는 지니 계수 0.83으로 저탈진군의 0.48보다 1.7배 높았으며, 특정 면역세포가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여러 형태로 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CD4+ 조절 T 세포와 면역 억제 신호를 전달하는 PDCD1 유전자 발현도 높아져, 면역세포가 암세포 공격 능력을 상실하는 현상을 보였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유전자 변이 패턴도 달랐다. 고탈진군은 암 억제 유전자인 TP53의 변이율이 높고 암세포가 빠르게 증식하는 증식 아형 특징을 보였다. 반면 저탈진군은 주로 세포가 끊임없이 분열할 수 있게 되어 암 발생에 기여하는 TERT 유전자 변이를 나타내어, 고탈진군과 저탈진군은 전혀 다른 유전자 변이를 통해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지막으로 B형간염 바이러스의 침투 정도가 현저히 달랐다. 두 가지 환자군을 비교하였을 때 고탈진군에서는 간 내 바이러스 저장소인 공유결합 고리형 DNA와 프리게놈 RNA 수치가 높았으며, B형간염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S 유전자가 인간 유전자와 융합된 비정상적인 RNA인 S-융합 전사체가 많이 발견되었다. 이는 면역세포 탈진이 심할수록 바이러스 통합이 많고, 이것이 다시 발암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모델을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것이다.
이를 검증하고자 연구팀은 독립된 106명의 B형간염 관련 간암 환자 코호트 (고탈진군 28명, 저탈진군 78명)를 추가 분석하였으며, 검증 코호트에서도 동일한 현상을 관측하여 이번 발견이 재현 가능한 현상임을 입증했다.
이순규 교수는 “같은 간암이라도 환자마다 종양 면역 미세환경이 다르며, T 세포의 탈진 정도에 따라 유전자 변이 패턴과 바이러스 통합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장정원 교수는 “T세포 탈진은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이므로, 환자별 면역 탈진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여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이번 연구가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간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HEP Reports'에 최근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