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가논(대표 김소은)과 (사)여성리더네트워크(공동대표 지영림, 하정미)는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8회 미래여성경제포럼’을 공동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중장년 여성의 사회경〮제적 역할 확대와 건강 증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포럼에서는 중장년 여성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와 경력단절 위기 등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Mid-life Crisis)’ 극복을 주제로, 인구 감소 시대에 국가 잠재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이 집중 논의됐다.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과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의 축사에 이어,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박민선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각각 ‘인구구조 변화와 중장년 여성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여성 근로자의 건강과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 극복’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권순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김상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을 비롯한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임희정 한양사이버대학교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박정연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등 정부, 학계, 산업계 등 전문가들이 참석해 우리 산업현장의 노동력 감소에 대응해 중장년 여성이 건강하게 일할 경우 기업 차원의 생산성 제고 등 경제적 효과가 높아진다는 점에 공감대를 높였다.
특히 이번 토론회는 기존의 인구 정책 등에서 주된 관심을 받지 못했던 중장년 여성 인력 활용 문제를 전면적으로 집중 논의했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1. 출산 불이익 해소, 일생〮활 균형 보장 등 여성 친화적 고용 환경 마련 시급…중장년 여성 인력 더 이상 방치 말아야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이철희 교수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이로 인한 노동시장의 위기를 진단하며 중장년 여성 인력의 적극적인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22년 대비 2047년에는 30.3%, 2072년에는 54.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며, 경제활동인구 역시 2047년까지 14.3%, 2072년까지 42.1% 줄어들어 향후 약 50년 사이 노동 투입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경력단절이 발생하는 30대 후반과 40대 여성의 인력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청년 노동인구 감소로 인한 문제를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현 상태가 유지된다면 인력 규모 지표가 2047년에는 2022년 대비 13.6% 감소할 전망이나,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이 증가할 경우 10.2%, 생산성이 개선될 경우 7.5%로 감소폭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한편 이 교수는 향후 사회복지 서비스업, 음식점 및 숙박업, 정보통신업의 인력 부족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지역별로 그 부족 규모가 심각한 업종을 분석했다. 서울은 정보통신업 인력 부족이 가장 심각하며, 부산은 보건업과 사회복지 서비스업, 경북은 농림어업, 경남은 제조업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인력 부족을 고려할 때 현재 취업 중인 30대 후반, 40대 이상 여성 인력을 경력단절 없이 유지하고 그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인력 감소폭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중장년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이 교수는 출산에 따른 불이익 해소와 일∙생활 균형 강화 등 노동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며, 아울러 나이와 건강 상태, 가정 내 돌봄 여건 등에 따라 여성의 일에 대한 역량과 선호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과 장소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하루 8시간 일률적으로 일하는 것보다 근로시간도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장소도 좀더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 폐경기 여성, 비만·골다공증·심혈관질환 등 예방적 관리 및 지원 필요
박민선 교수는 중장년 여성들이 겪는 생애주기적 건강 문제와 이를 대응하기 위한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박 교수는 여성은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변화하는 건강 위험에 따라 연속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근로자의 건강은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에 대한 선제적 관리, ▲폐경 전후 만성질환 조기 발견을 위한 맞춤형 건강검진 체계, ▲운동·영양·정신건강을 아우르는 여성 친화적 건강 증진 프로그램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경선 미래여성경제포럼 대표는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노동력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며, “중장년 여성은 경험과 역량을 갖춘 핵심 인력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건강 문제와 사회적 장벽에 가로막혀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 여성들이 건강을 지키며 노동시장에 보다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세밀한 제도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함께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오가논 김소은 대표는 “여성의 중장년 시기는 폐경으로 급격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겪음과 동시에 추가되는 가정 돌봄과 사회적 시선 등 여러 부담까지 가중되며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초고령화라는 전례 없는 인구 위기 상황에서 이들의 건강과 사회적 활동에서의 어려움은 개인이 감내해야 할 문제를 넘어 국가적 과제이다. 여성들이 선제적으로 이 시기를 준비하고 대응하며 경제활동 주체로서의 역량과 연륜을 발휘하도록 기업과 정부, 시민사회 등 각계의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