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식약처 특사경 도입? 법적 당위성 없어”

2024-11-22 05:58:00

전문성 없고 진료권 위축 우려

대한의사협회가 식약처에 특사경 권한을 줘 마약 단속 업무에 기여토록 하자는 법안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각 산하단체 의견조회를 통해 정리된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무원 및 관련 직렬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마약류 단속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사법경찰관리의 직무수행 권한을 부여하여, 마약류에 관한 범죄를 방지하는 데 기여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마약류 범죄 단속 등의 수사에 대해서는 일반 수사기관 및 보건복지부 특별사법경찰 등의 수사력으로도 충분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할 경우 수사전문성 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개정안 보다 먼저 불법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제도 정비와 라니언시제도 등 근본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의협은 “현재 특사경은 주로 세무, 환경 등 분야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범죄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에 해당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국가에 비해 2배가 넘는 엄청난 수의 특별사법경찰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과도한 공권력 남용, 기본권 침해 등의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사법경찰관리의 직무 수행제도의 운용과정에 있어서도, 특별사법경찰관리의 인권의식이나 법률소양 부족으로 인한 비전문적 행태의 수사, 특정 직역에 대한 과도한 간섭 권한으로 인한 공권력 남용, 과도한 실적 의욕 등으로 인한 절차적 기본권의 준수 의식 부족 등 국민의 기본권의 침해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됐다”며 “아무리 특별사법경찰제도가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 하더라도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안은 의사의 셀프처방 문제‧환자의 의료쇼핑 문제 등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2018년부터 마약류 취급보고 의무화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마약류 의료쇼핑방지정보망 등을 활용한 모니터링과 관리감독‧오남용이 의심되는 처방에 대한 심의‧현장점검 등을 통해 필요시 수사의뢰‧고발조치 등이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의료계 내에서도 최근 프로포폴 불법유통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 중앙윤리위원회를 통한 행정처분 의뢰 및 고발조치의 제재를 가하는 등 각계에서의 엄중한 대응과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마약류 오남용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와 제도가 도입·정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정안과 같이 추가적인 마약류 처방단속을 위한 강력한 제재를 도입하는 것은 환자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와 행정권한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영장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 및 정당한 진료권 위축, 특사경의 전문성 결여 등도 식약처 특사경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의협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특사경 제도를 도입한다면 단속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발견하는 경우 단순 혐의부인 등을 이유로 긴급체포·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며 “법규정상 의료기관은 현지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데, 특사경에게 강제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사실상 현지조사를 심리적 압박으로 관철하려는 시도가 발생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영장 없이 자료를 제출하게 하는 것으로 헌법상의 영장주의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특별사법경찰관리는 강제수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등 관련 절차법에 대한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특별사법경찰관리로 지명된 자의 강제수사와 관련된 형사소송법상의 인권보호 등 교육훈련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고 법무연수원 교육 이수자 비율도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주효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따라서 단속 과정에서 행정 권력과 혼합된 수사기관으로서의 막강한 권능으로 말미암아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손락훈 기자 kuni120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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