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추계 연구에는 적절한 데이터, 현실적인 가정, 바람직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개선책을 반영하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의사 수 추계 연구보고서에 대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이 같은 의견을 10월 17일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가 참고했다고 하는 3개의 연구 모두 진료가능일수는 공휴일, 일요일, 토요일을 제외한 연 265일을 기본으로 했으며, 신영석 등의 연구는 240일과 255일을 가정해 추가로 결과를 산출했다.
그 결과, 해당 연구에서 의사 1인 근무량을 현재의 80~120%로 각각 나눠 추계했을 때, 2035년 기준 4만9000여명의 의사 부족부터 1만7000여명의 의사 과잉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대위는 향후 질병 구조 변화를 비롯해 ▲건강한 고령화 ▲경제 성장 ▲지불제도 개편 ▲기후 변화 ▲통일을 가정한 시나리오별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권정현 교수 등의 연구는 50세 이후부터 점진적으로 은퇴를 시작해 90세에 모든 인력이 은퇴한다는 가정 하에 2035년에는 의사가 1만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예측됐고, 2050년에는 의사가 2만200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현재 학력별 의료서비스 이용 수준을 근거로 향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학력 변화를 반영해 의료서비스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도입할 경우에는 2033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았고, 2050년에 의사가 1만여명 부족할 것으로 산출됐다.
홍윤철 교수 등의 연구에서는 은퇴연령을 75세로 가정하되, 65세 이상 의사 생산성을 50%로 설정했을 경우 2035년에 1만8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은퇴연령을 80세로 가정하되, 65세 이상 생산성을 75%로 설정했을 경우 2035년에 72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와 함께 주치의제 도입으로 2030년 면허 취득자부터 30% 정도가 주치의 역할을 한다는 시나리오를 적용하는 경우 2035년 의사 부족 수는 3000여명으로 낮게 산출됐다.
다만, 홍윤철 교수 등의 연구 분석은 기술 발전으로 의사 생산성이 연 0.5%씩 늘어난다는 가정 하에, 의사 퇴직연령을 만 75세와 80세 둘로 나눴고, 65세 이상의 의사는 65세 이하 의사에 비해 생산성이 50% 혹은 75%가 되는 것으로 가정한 채로 이뤄졌다.
비대위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추계 연구에 적용하는 가정과 시나리오에 따라 같은 연구 모형 내에서도 추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극단적으로 1만명 또는 2만 명 등 특정 결과가 나타나는 모형만 취사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이유로 3개 연구 저자들 모두가 본인의 연구 결과를 한꺼번에 2000명의 증원 근거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음을 강조하며, 정부는 이들 3개 연구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을 멈추고 지금이라도 연구자들의 의견을 숙지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 비대위는 “정부 의사 증원 정책의 근간이 된 3개 연구는 모두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인력 공급 추세가 미래에도 지속된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져 있다”면서 “급속도로 상승하는 국민의료비와 고갈되고 있는 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현재의 시스템은 지속되기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위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개선된 의료 정책의 효과를 감안한 시나리오를 도입해 새롭게 추계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도입할 추계 변수와 시나리오를 선정하고 추계 연구를 진행 및 결과를 평가하는데 해당 직역의 전문가로서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의사 수 추계 연구 등을 통해 도출된 결과가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수급 추계 기구의 역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