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의견 존중하는 정부 결단 있으면 현 사태 해결될 수 있습니다”

2024-07-02 05:34:32

경상북도의사회 이길호 회장

경상북도의사회 이길호 회장이 의대정원 증원 문제로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갈등 문제에 대해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의-정 간 대치 상황은 누군가가 이기는 싸움이 아니며,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안다면 결단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다.

또한 의료계를 향해서는 임현택 회장을 중심으로 뜻을 맞추고 조속히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지난 4월 취임한 경상북도의사회 이길호 회장은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를 통해 취임 소감 및 중점 회무, 의료현안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의사회장으로 주력할 회무가 무엇인가요?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경상북도의사회 제46대 회장 이길호입니다. 지난 4월 1일 출범한 제46대 집행부의 회무 추진 목표는 ‘존경과 신뢰로 어제보다 더 행복한 경상북도의사회’입니다. 회원을 위한 서포터즈 의사회가 되어 개원가 중심의 의사회 운영을 탈피해 봉직의는 물론 전 직역을 아우르는 화합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각 직역간의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개원가와 봉직의는 물론 여러 직역의 회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이를 위해 인재를 두루 등용하여 회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의사회가 지금까지 잘해왔던 사업은 열심히 알차게 계속 추진하되, 인기영합적인 사업은 과감히 탈피하여 개선할 예정입니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의사회비 납부율이 저조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젊은 회원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여 회비 납부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의료개혁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현재 경상북도 지역의 의료특성과 현황을 설명해주십시오.

경상북도 지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에 이릅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변화가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무너지고 있음을, 이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 필요함을 누차 경고했었습니다.

나의 가족이 큰 병이 걸렸다고 가정하면, 다들 서울의 큰 병원에서 진료받고자하는게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입니다. 상급종합병원은 환자대기가 몇 개월에 이르지만 지역내 병원은 운영이 어려워 폐업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상북도는 또한 지리적으로 굉장히 넓습니다. 영양군을 예시로 들면, 지리적으로는 굉장히 넓은데 의원급 의료기관은 단 한곳뿐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 영양군 인구가 1만 5000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여러 의료기관이 운영되기는 어렵습니다. 영양군은 인구 10만명당 100세 이상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고 동시에 가장 빠르게 인구소멸이 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도내 다른 지역들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내년이면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빠른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경북의사회장으로서 경북 지역의료 문제 해결이나 개선을 위해 방안을 제안한다면?

10년에 걸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붕괴는 이미 시작되었기에 일단 의료자원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비교적 가벼운 질병에 상급종합병원을 쉽게 방문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와 의료기관별 역할에 대한 정비가 우선적인 해결과제입니다. 노인인구가 늘어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의료와 복지 인프라 구축 역시 시급합니다. 가진 자원부터 최대한 활용해야하는데, 인구소멸을 향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부작용을 낳는 괴물이 될 수 있는 낙수효과, 의대정원 증원으로 힘겨루기만 하고 있는 정부의 심중을 알수가 없습니다.

◇경북 지역이나 의사회, 회원 등 특성을 반영한 경북의사회만의 사업이나 회무가 있다면 소개해주십시오.

의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의사와 봉사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경상북도의사회는 지역사회의 중추 단체로서 어려운 이웃이 모두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아주 오랫동안 수많은 국내 취약 지역에 봉사의 손길을 뻗어왔습니다. 그리고 2013년도부터는 국내 봉사활동을 넘어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함으로써 지구촌 이웃들에게 인류애를 실천하고 캄보디아 의사를 대상으로한 현지 교육 및 국내 초청 연수를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선진 의료 기술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대한 전문성과 사업의 투명성을 더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2월 7일, 경상북도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 발기인 총회를 개최하고 2020년 3월 24일, 경북 보건 제1호로서 (사)경상북도의사회 사회공헌사업단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공익법인 활동을 하는 의사회가 많지 않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우리 회원들께서는 이러한 봉사활동이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직접 참여도 많이 해주시고 기부금도 기꺼이 납부해주십니다. 십시일반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집행부는 이 사업단의 사업이 더욱 다양하고 활발하게, 우리 회원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곳곳의 희망의 등불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올해는 11번째 방문을 앞두고 있는 캄보디아 해외의료봉사가 있습니다. 참여하시는 모든 회원분들이 일체의 항공료와 체류비를 모두 부담하고 있고, 참여한 봉사자들은 현지 주민들에게 봉사를 함으로써 오히려 스스로의 마음이 치유된다고 합니다.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10여년이 넘도록 캄보디아를 방문하며 단기적인 봉사활동도 하고 있지만 더불어 의료시스템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국내 초청 연수를 하기도하고 현지에서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사회공헌사업단은 앞으로 더 다양한 사업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회무 추진 목표 가운데 하나인 ‘회원이 진료에만 전념하도록 서포터즈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떤 개념인지, 어떤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사회로서 활동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 집행부 당시 회원권익위원회가 처음으로 출범했습니다. 회원들이 가장 많은 문의를 하는 실사, 의료사고, 민원 대응 등 도움을 요청하는 회원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회원들을 보호하고 있음을 알려드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포터즈 역할은 바로 이러한 활동을 통해 회원들이 정말로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어가는데 그 뜻을 두고 있습니다.

◇임현택 의협 집행부가 출범했습니다. 임현택 집행부에 기대하는 부분과,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의협 집행부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저희 제45대 집행부 역시 그렇습니다. 회원들의 기대가 모여 당선되었기에 그 기대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지역에서는 최대한 뭉치고 지지해줘야하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우리 경상북도의사회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앙회가 결정한 정책에 대해서는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응원하고 화합하는 경상북도의사회와 시군의사회처럼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서도 회원들간 이견보다는 화합에 중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로 인한 의-정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있다면?

의료계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부의 결단만 있다면 현 사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의-정 간 대치 상황은 누군가가 이기는 싸움이 아닙니다. 진정 국민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 결단은 결코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대한전공의협의회의 7개 요구안이 해결되어야 하지만, 강력한 힘은 구성원 모두가 결집되어 하나가 될 때 나온다고 봅니다. 여러 창구를 통해 개인적인 해법이나 견해를 내비치면 그 선한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기에 대한의사협회 제42대 임현택 회장을 중심으로 뜻을 맞추고 조속히 현재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한다면 국민들과 함께하는 의사회라는 기치를 다시 드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시도의사회로 반환된 의대 증원 관련 잉여 투쟁기금은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경상북도의사회는 회원들로부터 의권 신장을 위한 후원금을 모금하였습니다. 도내 전공의 선생님들이 지역에 많이 정착하여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하고 진료할 수 있는 기금으로 활용하였고, 의대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전달하여 학업에 매진하도록 하였습니다. 의협 지원금도 동일합니다.

◇의협은 의사들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 세력화는 지역 풀뿌리 기반이 중요합니다. 의사의 정치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의사회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의사들의 정치세력화가 실현 되어야만 보건의료정책 결정과정에서 의사의 주체적인 역할이 가능합니다. 이에 대한 중요성은 모두 아는 사실이고 이를 위해 지난 총선때 총선기획단이 꾸려졌고 저역시 총선기획단의 지역 위원으로서 활동하였습니다.

풀뿌리, 말하자면 다수의 민중입니다. 의사회 역시 그렇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세분화되어 활동하고 있기에, 각 지방자치단체와 가까운 사이에 있는 시도의사회는 거기서부터 정치 세력화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세력화를 하고 이를 모은 힘이 곧 의협의 정치세력화가 되고 이런 힘들이 바탕이 되어 현재 발생한 의료현안들을 더욱 쉽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대 정원 증원 사태로 인해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의협 등 각 지역의사회에서 전공의들을 도와야한다는 여론이 많은데, 의사회에선 사직한 전공의들을 위해 어떤 지원책을 마련 또는 고려 중이신지요?

우리 의사회는 전공의 사직, 의대생 휴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연락망을 가동하고, 대표단과 함께 현재까지도 소통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피해는 없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의권 신장을 위한 후원금도 모금하여 지역 정착을 위한 지원금과 장학금 등으로 전달하였습니다.

◇정부가 의료공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확대한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건수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확대에 대한 실제 지역 개원가 회원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비대면진료는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여 제한된 상황에서만 허용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현재 일시적인 정치적, 의료적 환경에 의해 단기적 해법으로 비대면진료가 시행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면진료의 보조적인 수단이어야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또는 과오를 줄일 수 있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

비대면진료는 제대로된 진단이 어려워 초진은 절대 허용되어선 안 되며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 역시 우려되기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의료접근성이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대면진료를 통해 제대로된 진단으로 치료를 받는 것입니다.

◇국민에게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반대를 이해시키기 위한 의료계의 현실적 명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편의가 곧 옳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전자기기를 통해 부정확하지만 간단한 건강진단을 내리고 코로나19의 시대를 지나며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이 ‘비대면’ 자체에 익숙해졌습니다만 진료는 비대면으로 음식을 배달받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코 쉽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비대면진료가 가능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건강권이 위협되는 상황도 아닙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 속에서 오로지 ‘편의’ 하나만을 위해 허용되기엔 너무 위험한 선택입니다. 저 또한 진료를 하는 의사이기에 더 잘 압니다. 하나의 질병이라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고 원인이 다른데, 환자를 보지도 않고 그저 환자만의 구술만으로 진단을 한다면 오진과 의료사고는 피할 수 없는 결과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고 합니다. 어렵고 힘들수록 물러서지 말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뜻을 새기며 어려운 상황을 잘 타개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잘 아시다시피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단 하나의 힘은 회원 여러분들의 단합과 동참입니다. 우리 제46대 집행부가 앞장서 나아갈테니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손락훈 기자 kuni1202@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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