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에 뒤떨어지는 ‘뇌전증 포괄적 진료’ 개선하려면?

2024-06-22 05:48:04

홍승봉 회장, 우리나라 뇌전증 진료의 문제점 지적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들도 포괄적 뇌전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과 뇌전증 인증의 제도 도입 및 뇌전증 도움 전화 사용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한국의 ‘포괄적 뇌전증 치료’를 위한 한미일 국제기자회견이 6월 21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가 ‘한국, 일본, 미국의 뇌전증 치료와 관리’를 주제로 우리나라 뇌전증 진료의 문제점에 대해 발표했다.

홍 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포괄적 뇌졸증의 치료’가 의미가 없다”면서 진료시간이 환자당 2~5분에 불과해 환자가 걱정하는 사항 등에 대해 물어볼 수 없는 진료환경에서 무슨 포괄적 진료가 이뤄지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뇌전증 환자 진료 시 한정된 시간 내에 환자를 살피고 상담해주는 것을 모두 마치기 어려워 상담 등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간호사에게 연계해주고 있는 본인의 진료환경을 언급하며, 주변에서 도와주는 인력이 제일 많은 의사인 자신과 다르게 다른 병원에서는 의사를 도와줄 전문인력이 없어서 포괄적 진료를 펼치는 것이 어려운 우리나라 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아울러 뇌전증과 관련된 신약은 미국에만 있는 경우가 있고, 뇌전증 수술도 미국 > 일본 > 한국 순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선진국 대비 적게 이뤄지며, 정신적·사회적인 지원이 잘 되어 있는 미국·일본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아직도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한탄했다. 

홍 회장은 서울역 인근에 위치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뇌전증 지원센터에서 시행 중인 의료적인 상담을 비롯해 2023년 기준 5425건의 사회복지 상담과 심리 상담 및 법률 상담 등 전문 상담을 처리한 ‘뇌졸중 도움 전화’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각 병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전문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국내 뇌전증 환자 등 대비 사용률이 너무 낮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 지원 현실에 대해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홍 회장은 병원별 뇌전증 도움 전화 사용률을 공개했는데, 홍 회장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전체 사용률의 31.6%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가장 많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었다.

Big 5 병원 중 유의미한 뇌전증 도움 전화 사용률을 보인 병원은 ▲서울대병원(8.7%) ▲서울아산병원(5.7%) ▲세브란스병원(4.8%) 순으로 집계됐고, 그 외의 상급종합병원과 주요 종합병원의 경우에는 0~1% 수준에 불과했다.

홍 회장은 뇌전증 도움 전화 사용률이 낮은 이유로 “대부분 우리나라 의사들은 포괄적 뇌전증 치료 개념과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고, 자기 환자에게 다른 사람이 조언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경향이 높아 환자들에게 뇌전증 도움 전화를 잘 안내하지 않는 것 같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뇌전증 도움 전화의 사용률이 낮은 한계 등을 극복하려면 뇌전증 상위 20개 병원에 지원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으며, 각 지역에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와 다르게 뇌전증 치료와 포괄적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의료체계 등을 들었다.

홍 회장에 따르면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이 단 1곳도 없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미국은 전문 상담을 지원하는 뇌전증센터가 260곳에 달했고, 일본도 현재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 28개소에서 전문 상담을 지원하고 있으며,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을 49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레벨 3·4 뇌전증 가이드라인 제작·적용을 통해 뇌전증센터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었고, 뇌전증센터들에게 지식과 자원을 제공하는 한편, 환자들에게 인증 받은 높은 수준의 뇌전증센터를 방문하게 홍보하고 있었다.

일본도 뇌전증 전문의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를 파악해 환자들이 찾아갈 수 있도록 알려주며, 거점 뇌졸중 지원병원 28곳 모두 관련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각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마다 주변 병·의원 중 뇌전증 환자가 1명이라도 다닌다면 그 병원이 어디인지를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관련 교육과 제대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음을 덧붙였다.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는 뇌전증지원센터가 단 1곳에 불과한 것과 다르게, 일본에서는 28개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과 함께 국립뇌전증센터와 국립신경정신센터에서 포괄적 뇌전증 관리를 하고 있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꾸지 못하는 높은 수준의 뇌전증 치료와 포괄적 관리를 일본과 미국은 어디서나 받을 수 있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포괄적 뇌전증 관리가 이뤄지게 만들려면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 지정 및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뇌전증 환자들의 어려움과 시급성을 고려해 내년인 2025년부터 이뤄져야 하며, 각 거점 뇌전증 지원병원에 뇌전증 지원 코디네이터를 1명씩 배정하고, 사회사업 비용 예산 지원 등을 요청했다.

또한, 일본에서 뇌전증 전문의 인증제도와 대한뇌졸중학회에서 추진하는 급성 뇌졸중 인증의 제도처럼 뇌전증 인증의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지금 의사들이 뇌전증에 대해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많은 약만 주고 있으며, 오진도 많아 뇌전증 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약을 20년 가까이 먹는 경우도 있다”면서 현재 뇌전증 치료환경의 심각성과 함께 뇌전증 인증의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뇌전증 인증의 제도를 추진하면 기존 의사들의 반발이 심하더라도 제대로 된 뇌전증 진료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뇌전증 치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언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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