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개혁이 성공하려면 실질적인 대책과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조율·타협·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쓴소리가 제기됐다.
또한, 이번 의료사태를 비롯해 필수의료 분야에서 문제점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의사에게 의무만 짊어지게 하고, 그에 적합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시스템과 인식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신경과학회 김승현 이사장과 대한뇌졸중학회 뇌졸중 인증의 태스크포스(TF) 나정호 위원장은 대한신경과학회 또는 대한뇌졸중학회 출입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휴진 참여’ 바람에 대해 학회 입장은 어떻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의료사태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의료개혁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에 대해 밝혔다.
Q. 최근 각 병원 또는 학회마다 ‘휴진 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뇌졸중학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졌던 적이 있었나요? 휴진 참여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되시나요?
[김승현 이사장]: 대한의학회가 전문과목에 대한 대표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한의학회에서 대표로 동참한다고 말하면 전문학회들도 다 동참하는 것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저희와 같은 전문학회들은 전문의를 배출하는 대한의학회 정회원이며, 그 외의 학회는 일반학회입니다. 어떤 사안을 살필 때, 전문학회 여부를 살펴서 경중을 비교해주셨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각 학회마다 휴진 참여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기는 하지만, 휴진 동참 여부는 각 의사들의 개인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또, 중증응급환자를 살펴보면 1등과 2등을 신경과 환자들이 차지할 정도로 대다수가 신경과 환자들입니다.
즉, 신경과 의사들은 피하고 싶어도 중증응급환자들을 진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휴진에 동참하자고 해도 쉴 수 없는 상황이며, 환자들이 부른다면 누구든지 달려가 의사로서의 임무를 다하는 것이 의사로서 해야 될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나정호 위원장]: 특정 단체가 참여 여부를 밝히는 것이 어떤 커다란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뇌졸중을 진료하는 의사로서 급성 뇌졸중 환자가 응시하는데 진료를 거부할 의사는 1명도 없습니다. 다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저희 뇌졸중학회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저희들은 필수중증의료를 담당하고 있기에 환자들을 거부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을 필수중증의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없이 계속 추진한다면 장기적으로 실제로 진료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Q. 현재 필수중증응급 질환의 중요성이 커져만 가지만, 현재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모호합니다. 필수의료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와 진료과 단위로 설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승현 이사장]: 진료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전문가 입장에서 필수 의료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 가잘 널리 통용되는 의미는 ▲응급의료 ▲외상 ▲암 ▲심뇌혈관질환 ▲중환자 ▲중증감염병 ▲분만 등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분야로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거나 심신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의료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러한 개념에도 불구하고 현재 필수의료 논의에서 소아과 또는 산부인과와 같이 진료과 단위로 필수의료 관련 전문 과목이 논의되고 있고, 필수의료의 개념도 다양해 특정 전문과목의 필수의료 해당 여부에 대해 종종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좀 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과목 중심의 접근은 현 상황에서 결국 필수의료로 논의되는 전문과는 기피과라는 오명이 붙게 되고, 비필수 의료과로 논의되는 전문과는 자존감이 낮아지는 부작용이 큽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전문과목 진료과 중심의 접근보다는 의료 행위 자체에 초첨을 맟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과도 오늘 주로 논의되고 있는 뇌졸중 급성기 치료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영역이지만, 신경과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응급성이 떨어지는 만성질환 관리가 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나정호 위원장]: 필수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없을 경우 존립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사실 해당 환자에게 필수적이지 않은 임상과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더 필수적이라고 여겨지는 임상과와 그 대상이 있는데, 소아와 산모도 이에 해당될 것이고, 우리나라 주요 사망 원인인 심뇌혈관질환과 암이 대표적일 것입니다.
결국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진료를 담당하는 것이 필수의료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임상과에서 다양한 질환을 진료할 수 있고, 그 중에 상대적으로 더 필수적인 질환이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어서 필수의료는 임상과 보다는 질환 단위로 접근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 등 다양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와 갈등이 커져가 의료사태라는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정부가 어떤 점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보시나요?
[나정호 위원장]: 필수중증의료를 하는 선생님들의 삶도 유지되고, 거기에 맞는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자기가 무언가 노력을 해서 새로운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좋은 것은 없고 의무와 자기 일만 많아집니다.
즉, 이득이 없어 노력해서 새롭거나 좀 더 많은 능력·자격을 갖추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점차 전문화된 케어 시스템이 발전을 발전하지 못하게 되고, 점점 필수·중증의료 분야에서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움직임 등은 모든 의사를 ‘공무원’처럼 다루려고 하는 발상이 문제이며, 의사 본인의 노력으로 의사가 되고, 민영 의료가 우리나라 의료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꺼번에 공적 의료시스템으로 전환시키려고 하다 보니까 파열이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Q. 정부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 등 전공의가 없는 필수의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승현 이사장]: 변화, 개혁, 진보, 진화는 좋은 일입니다.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서 나아가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혁명·개혁과 변화·진보는 엄청나게 다른 말입니다. 개혁과 혁명은 나라가 지금 당장 전복되려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의료와 관련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되고, 변화돼야 하며, 더 좋은 쪽으로 진보해야 합니다. 진보에 필요한 것은 이렇게 빠른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저항이 일어나도 모든 변화에는 서로 조율·타협·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전공의 없이 전문의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공의는 어디에선가 반드시 교육을 통해 양성해야 합니다.
관련 시스템이 마련되고, 해당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전문의를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진료하는 것이라면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혁명적인 조치를 통해서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가 조율할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인 만큼 다양한 부작용과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바, 서로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정호 위원장]: 우리나라가 필수중증의료에서 상당 부분을 전공의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궁극적으로 어느 정도 전문의로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이상적이겠지만, 이를 이루어내려면 야간 당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한다면 전문의들이 24시간 야간 당직 등을 하면서 병원에 상주하고 있어야 하는데, 나이 젊었을 때는 주 1회씩 수행하는 것도 가능했겠지만,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월 1회 수행하는 것도 힘들어하고 계십니다.
더욱이 사람을 뽑더라도 만약 야간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한다면 억지로 시킬 수도 없으며, 전공의들이 맡아오던 부분들을 전부 전문의로 대체한다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은 의료비용이 지출될 것입니다.
의료비용이 증가하는 수준은 폭증하는 수준으로 전망되므로 의사 수를 늘리더라도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의사 수 확충에 맞춰서 수가 문제도 개선해야지 합리적이고 국민들도 부담할 수 있는 선에서 의료비용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의사 수를 늘리기보다는 보상이나 시스템 효율화 등을 통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으로 보이며, 무엇보다도 정부가 의료비용의 폭증을 예상하고 준비한 채로 관련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