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부정적’

2024-06-17 05:40:06

신경철 병원장 “민간병원, 임상 전담 간호사제로 나아갈 수 있어”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정책과 관련해 인건비 부담 등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 보이며, 만약 추진하더라도 민간병원도 지원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2024 대한의학회 학술대회’가 6월 14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마음으로’를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정책은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신 병원장은 “정부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희귀진료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라고 하고 있는데, 의과대학 부속병원들은 교육병원이기 때문에 의대생 지도와 전공의 양성을 수행해야 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역 필수의료에 대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데, 가격 결정권이 없고, 각 병원마다 차이가 있어도 원가 보전율이 100%도 되지 않아 의료 수익률이 평균 3~5%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덧붙이면서 “보상 수준이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 이상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절대 가지 못한다”고 현실을 전했다.

신 병원장은 병원 운영자의 관점에서는 수익성 여부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현재 국립대병원 대부분이 적자인 상황에서 필요한 전문의를 제때 채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구체적으로 “지금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지방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뽑는다”면서 의과대학 교수를 뽑으려고 해도 필요한 필수 진료과목의 교수는 뽑기가 어려운 상황일 정도로 교수가 부족함은 물론이고, 전문의 여력도 충분한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기존 교수들의 유출도 심각한 상황이며, 진료과별로 급여 차가 심한 것도 필수의료 기피에 한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전공의가 하는 역할을 전문의로 대체하려면 전공의 1명당 최소 전문의 3명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전문의 1명당 월급 1000만원을 주는 것을 가정했을 때에도 Big 5 병원도 추가로 연간 3조원 이상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음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신 병원장은 “월급 1000만원만 받고 대학병원에서 일할 전문의가 세상에 어디 있겠냐?”고 반문하면서 지원 없이는 현재 국립대병원의 경영 사정상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추가 전문의 인건비를 부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의대정원 증원을 통해 늘어날 의대생과 전공의들에게 지급할 인건비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내년에 1500명을 증원하면 6년이 지난 이후부터 4500명의 인턴을 교육시켜야 하는데, 현재 영남대병원 기준 전공의 1명당 연간 6000만원의 임금을 지불하는 것을 고려하면 늘어난 전공의만큼 추가 인건비를 부담해야 해 국립대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이 한층 더 가중될 것이 뻔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외에도 신 병원장은 “이번 의료사태 등을 통해 필수의료 분야의 의료인의 자유권 제한을 많이 느끼게 됐다”면서 특히 행정명령 등을 통해 필수의료에 속한 의료진들의 몸은 의료진들의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전달된 것에 대해 비판하며, 이로 인해 필수의료를 많은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등 거부 반응이 굉장히 큰 상황으로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립대병원만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 병원장은 “국립대병원만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의사들은 국립대학의 블랙홀로 들어가게 될 것이고, 지역의 환자들은 국립대병원으로만 쏠리는 독점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은 물론, 지역의 민간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를 구하기 힘들어서 임상 전담 간호사를 운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민간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 교육이 어려워질 수 있으며, 필수의료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려면 전공의 교육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의 중심 병원 등을 추진할 때에 국립대병원과 지역 공공병원에 집중하는 재원을 잘 디자인 해서 민간 병원이 할 수 있는 분야에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장했다.

아울러 신 병원장은 “같은 건강보험 조건 하에서도 민간 병원은 적자를 안 보는 경우가 있다”면서 국립대병원과 지역 공공병원의 적자 보전을 최소화하고, 정리를 통해 경영 효율화를 추구하는 한편, 민간 상급종합병원에서 적극 투자하는 분야를 제외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방향으로 투자 효율화를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함을 전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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