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하려면 ‘수가 보상 체계’부터 고쳐야 ②

2024-06-01 05:50:25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

정부가 지난 2월 필수의료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상급종합병원 체질 개선을 위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을 비롯해 다양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중 의대정원 증원과 혼합진료 금지 등 많은 부문에 대해 의료계에서 저마다의 입장과 우려를 내비추면서 거대한 파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메디포뉴스에서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료개혁 사안 중 상급종합병원과 관련된 사안이 무엇이 있고, 각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점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승범 상급종합병원협의회 회장(고려대 안암병원 병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정부에서 다양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 정책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A. 우선 정부가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수가로 어떻게 보상을 해 줄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전공의와 전문의 간의 급여 차이는 진료과목과 인센티브 유무·규모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전공의는 교육생·수련생이라는 면이 있지만, 전문의는 직업인이고 생활인들입니다. 월급으로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일부 TV·인터넷 등에서 교수들이 3~4억을 받는다고 나오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받으시는 분은 상급종합병원마다 1명 정도 있을까 말까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의 또는 의대 교수들은 월급이 많지 않으나,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 근무를 한다면 의대 교수들은 진료를 비롯해 연구와 학회 활동 및 사회적 활동을 수행해야 해 전공의들에 비하면 근무시간 등이 짧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수술실에 전문의 1명과 전공의 2~3명이 들어가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 시 수가로 해결하려 한다면 최소한 수술 관련 수가를 기본적으로 3배 이상 올려줘야 합니다.

의사 인건비 부분에서 최소 3배 정도의 비용 증가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며,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중이 평균 40%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의사 인건비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됩니다.

문제를 이를 우리 건강보험 수가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힘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더불어 전담간호사(PA)로 전공의를 일정 부분 대체하는 방안도 전담간호사가 일반 간호사보다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노동 강도가 강하며, 경력도 있어야 하므로 지금 간호사들이 받는 것보다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합니다.

만약 법·제도화로 전담간호사를 육성하려 한다면 지원금과 같은 직접적인 현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정부에서 추진 중인 ‘비급여 통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A.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전체 진료 중 10~20% 정도를 비급여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전환한다면 비급여 진료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근본적인 개혁 없이 혼합진료를 금지한다면 대한민국 의료는 다 없어질 수 있습니다.

환자 진료에 들어가는 비용 원가의 60~80%만 건강보험 등을 통해 보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즉, 인건비를 비롯해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나머지는 비급여로 병·의원들이 채워왔다는 것으로, 의대 정원 증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수가 보상 체계 등에 대한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정부에서 추진 중인 ‘의대정원 증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나요?

A. 많은 국민들께서 의대생을 많이 뽑아서 의사 수를 늘리면 의사의 평균 인건비가 떨어져서 좀 더 의사를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건강보험에서 매년 3000명씩 고용하던 의사를 매년 5000명씩 고용하겠다는 것으로, 의사 공급이 늘어나면 의사 1인당 인건비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의사가 흔해지니까 지금보다 더 대학병원 등에서 의사를 싸게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우리들이 알아야 할 것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의사의 인건비를 떨어뜨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전체 보건의료 비용 중 의사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은 6~7%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약물과 의료기구를 비롯해 치료재료와 보건의료 인프라 등이 96%를 차지하고 있으며, 해당 분야들은 모두 의사 수가 늘어나는 것만큼 같이 늘어나게 되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의사 수를 늘려 떨어뜨리는 의사 인건비 액수보다 의사 수 증가에 따른 다른 부문의 비용도 같이 늘어나는 액수가 더 크다는 것으로, 이를 국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상급종합병원들이 보다 더 성장하려면 어떤 법·제도 등의 인프라 개선과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의존율을 낮추려면 전공의 수련비용을 정부에서 다 내줘야 합니다.

미국은 메디케어에서 전공의 수련 비용의 상당 부분을 다 내주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100만원 더 주고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공의 급여의 60% 이상을 정부에서 부담하면서 병원들에게 노동력으로 이용하지 말고, 전공의들을 잘 교육시켜 달라고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병원에서 비싼 월급을 주고 전공의를 뽑을 이유가 없습니다.

연구 예산도 중요합니다. 의사들이 연구해야 보건의료 인프라가 개선·조성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위암을 비롯해 여러 암 수술 1위의 실력과 인프라를 갖춘 것도 의료진들이 적극적인 연구를 통해서 마련한 환경입니다.

또, 앞으로 우리나라가 바이오 분야를 선도하려면 인류의 건강상의 난제를 해결하는 부문 등에 더 많이 투자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양성·활용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연구는 진료에서 나온 수입으로 하기가 힘이 듦으로,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전폭적인 연구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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