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내분비 임상지침 개정판, 현장서 ‘진료비법’ 역할 기대합니다”

2024-02-26 06:00:26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황규리 지침서개정위원장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가 지난 2016년 발행된 이후 약 8년 만에 임상지침서를 새롭게 발간했다.

이번 개정판은 최신 업데이트된 연구 결과와 국제적인 표준이 반영됐으며, 초안에 포함됐던 파트 개편 및 ‘자궁내막증’과 ‘비만’ 파트가 새롭게 추가돼 발간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황규리 지침서개정위원장(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 이번에 마련된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임상지침 2024>와 관련해 이전 치료지침 대비 어떠한 점들이 개선됐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새로운 ‘임상지침서’가 마련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과 의의 부탁드립니다.

A. 최근 산부인과내분비학 분야는 진단과 치료에 있어 다양하고 혁신적인 연구와 끊임없는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2016년 초판 이후 8년 만에 전면 개정판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2022년 7월 임상지침서 발간위원회가 구성되고 2021년 1월 중순 발간에 이르기까지 1년 6개월 동안 여러 분들의 헌신과 부단한 노고를 통해 개정판이 출간됐습니다. 

자문회의에 참여하시고 좋은 원고를 제공해 주신 모든 집필진과 반복되는 교정과 감수를 기꺼이 맡아 주신 임상지침서 발간위원회 위원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Q. 이번에 ‘임상지침서’를 개정하게 된 이유·계기는 무엇인가요?

A. 2016년 대한산부인과내분비학회 임상지침서 초판이 발간된 이후 최신 업데이트된 연구 결과와 국제적인 표준지침을 반영해 임상지침서 개정판을 마련하게 됐습니다.

2년 전 본 학회에서 <부인과내분비학> 교과서 개정판이 초판 이후 10년 만에 발간되며, 임상지침서 개정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 상황에서 당시 임상지침서 초판 발간 위원장이자 현재 학회 회장을 맡고 계신 김탁 교수님의 적극적인 의지가 더해져서 임상지침서 개정판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개정판은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증례와 문제들에 실질적인 지침과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 세부 분야별로 ▲진단 ▲치료 ▲예방 전략에 대한 국제 가이드라인들을 검토하고 국내 환자군과 상황에 맞게 개정·보완됐습니다.
 
본 지침서가 임상에서 광범위한 부인과내분비 영역의 환자들을 진료하시는 선생님들께서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유용하고 검증된 임상지침서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Q. 임상지침서의 주요 내용 소개와 이전 지침 대비 차이점 및 추천하고 싶은 내용은?

A. 초판의 ▲무월경 ▲비정상자궁출혈/월경과다 ▲월경통/월경곤란증 ▲다낭난소증후군 ▲불임/난임 ▲폐경 ▲골다공증 ▲피임으로 구성됐던 기존 8개 챕터에 최근 만성질환으로서 임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자궁내막증’과 ‘비만’ 파트를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다낭난소증후군 챕터의 경우 2023년 8월 Androgen Excess-Polycystic ovary syndrome society에서 개정 발표한 진료지침의 내용을 토대로 국내 진료 실정에 맞게 작업을 진행했는데, 10월 로테르담에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 제가 직접 참석해 이러한 진료지침의 개정 과정과 세부 내용들에 대해 심도있게 파악을 한 후 본 학회 지침서 개정작업에도 적극 반영을 했습니다.

또한, 자궁내막증 챕터도 신설해 2022년 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ESHRE) 자궁내막증 진료지침을 포함한 최신 치료 경향을 반영하면서, 보험 급여적용 약제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내 진료 여건에 합당한 치료 알고리즘을 수록했습니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자궁내막증 환자를 진료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무월경과 비정상자궁출혈/월경과다의 경우 임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상황이나 전공의나 임상경험이 적은 젊은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그 진단과 치료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과 권고안이 요약·정리돼 있으므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본 임상지침서가 <진료 비법>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Q. 임상지침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떤 쟁점·어려움 등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제가 2년 전 <부인과내분비학> 개정판의 편찬위원장을 맡아서 교과서를 제작하는 과정을 주도적으로 경험해보긴 했으나, 임상지침서는 근거와 타당성을 검증해 반영하고, 임상 진료에서 바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간결하게 핵심 내용을 전달해야 하므로 교과서와는 또 다르게 부담이 되는 작업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개정판 작업 시작 전 요즘 진료지침 개발에 많이 이용하는 방법인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한 근거의 질 평가와 분석을 토대로 권고안을 도출하는 신규 개발방법을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신규 개발방법은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번의 논의 끝에 기존의 지침에 임상 근거들을 더하고 전문가들이 합의하는 방법인 수용개발로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 방식대로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번 개정판에는 21명의 집필진이 전문가 자문회의에 참석해 활발한 논의를 거친 후 챕터별로 2명 또는 3명의 팀을 구성해 각자 맡은 집필 부분을 타임 스케쥴에 맞게 소화하고, 발간위원회 위원분들이 일차 작성된 원고 내용을 다시 검토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이번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개정 작업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명의 집필진이 참여한 만큼 전체 책자의 원고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인 제가 여러 번 교정된 원고를 읽어보고 최종 수정을 하는 작업에도 직접 관여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좋은 책자의 발간을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책무 사안이었으므로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따름입니다. 


Q. 향후 임상지침서 추가·보완·개정 작업 계획·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진료지침은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된 연구결과와 의료현실에 맞게 계속 변해야 합니다. 특히,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업데이트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인 만큼, 향후 학회와 임상지침서 발간위원회에서 이를 책임지고 주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앞으로 시의 적절하게 보다 더 세분화된 지침 개발을 통해 여성의 전 생애 주기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도록 하겠습니다. 


Q. 앞으로 학회의 계획 및 방향은 어떻게 되며, 의료계·정부·국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없으신가요?

A. 지금 이 인터뷰 글을 예상하지 못했던 병원 숙직 근무를 하면서 착잡한 마음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계에 중대한 위기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데, 아무리 좋은 임상지침서가 있다해도 전문가로서 소명의식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하면 임상지침이 반영되는 양질의 진료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민건강수호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안정된 보건의료환경에서 전문가가 체계화되고 근거를 갖춘 진료지침대로 진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부디 정부는 필수진료과의 붕괴를 막고 임상진료 지침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올바른 의료체계 수립을 위해 진심을 다해주기를 바라봅니다.


김민준 기자 kmj6339@medif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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