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제37대 이임식 겸 제38대 취임식이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새로운 제38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이끌어나갈 회장으로 취임한 이성환 회장은 비상진료와 관련된 공문들이 내려오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며, 의료계의 위기 속에서 연속성 있는 대응을 펼쳐나가겠다는 커다란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신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이성환 회장을 만나 현재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닥친 우리나라 상황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1년간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먼저 이번에 제38대 회장에 당선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2020년부터 지속된 코로나19 사태는 지난 4년간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의 헌신과 노고로 성공적으로 마무리 수순에 이르렀습니다.
유례 없는 사태에 대한민국 의료 사슬의 취약점이었던 무의촌과 도서지역을 지킨 분들은 바로 우리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이십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 번 큰 위기가 찾아오고 있으며, 이런 어려운 시기에 회장으로 당선돼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에 회장직을 맡게 된 저와 이강인 부회장을 비롯한 제38대 집행부는 그동안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이사진으로 일하며, 젊은의사포럼과 연합 공보의 체육대회를 이어냈고, 지자체·보건복지부와 직접 대면하면서 협상 능력을 키워나갔습니다.
또, 전국의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외부 업체 제휴를 맺어왔고, 매번 들어오는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대처 능력을 키워왔으며, 이러한 능력들을 바탕으로 보다 가까이 우리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께 다가서려고 합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의 회원님들에 대한 처우 개선과 민원 응대가 끊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Q. 현재 공중보건의사들에게 닥친 우리나라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시며, 공중보건의사들이 바라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A. 현역 장병 선생님들과 비교했을 때,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의 군복무 기간은 2배를 넘어가는 37개월에 달해 미필 의사 선생님들의 지원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공중보건의사의 배치 효율성 저하로 인해 복무 중인 공중보건의사들의 업무 강도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중보건의사들은 이제 하나가 아닌 2개의 지소를 보거나 심지어는 3개의 지소까지도 운영해야 합니다.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주치의사업’을 추진하거나 불필요한 시·군 행사 참여 등 전시행정을 졸속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예산이 삭감됐다면서 비상당직과 주말출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거부하고, 당연한 권리인 연가·병가마저 눈치를 보는 등 공중보건의사를 여전히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 공중보건의사들은 정당한 발언권조차 갖지 못한 채 행정편의적인 조치에 차출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무의촌에 대한 재정의를 통해 실제로 보건지소와 보건소 근처에서 의원이 운영되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진료 기능을 대폭 축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 대공협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 반경 1km 안에 의원이 있는 경우가 전국 보건지소와 보건소의 44%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의료기관을 대폭 줄여 효율화할 수 있는 영역이 다분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군복무 단축을 위한 근무 장소 축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중보건의사를 군복무 방법으로 택하지 않아 절대적인 인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군복무 기간 단축과 진료장려금 상한 한계 삭제 및 최저 진장금 상향을 통해 현역 입영과의 형평성을 맞추어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제38대 회장으로서 앞으로 1년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를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실 계획이신가요?
A. 올해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는 19가지이며, 크게 ▲공중보건의사의 처우 개선 분야 ▲공중보건의사의 대내적 근무 환경 개선 ▲공중보건의사의 개인적 역량 함양 ▲대체복무 중 즐길 수 있는 여러 행사의 마련 등으로 나누어집니다.
공약에 대해 소개해드리면, 지방자치단체별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수당 지급 기준에 대한 전국 단위 조사를 통해 수당 지급을 상향 평준화하고 일관성 있게 이어나갈 수 있도록 ‘수당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려 합니다.
민원 가이드라인 업데이트 및 사례 분기 공유를 통해 혼자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행정처리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공유함으로써 회원분들의 효능감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5년간 동결돼 왔던 진료장려금을 인상해 회원 분들의 노고에 대한 댓가가 조금이나마 더욱 합리화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37개월인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축소를 목표로 제37대 대공협의 연계지점에 나아가, 실제적인 통계와 연구 등을 통해 근거 중심의 접근을 이뤄내고, 다양한 지리적 여건에 맞춰 많은 회원분들이 참석하실 수 있도록 공중보건의사 맞춤형 학술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공중보건의사 담당 주무관 간담회를 통해서는 지침 개정과 민원 관리 등 미시적인 부분을 해결하며, 보건복지부 간담회를 통해서는 공중보건의사 인원 감소 대책 등 거시적인 부분을 통합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
광범위한 일차진료에 대한 참고자료와 다양한 방법의 자기계발을 포함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해 진료를 보시는 데에 불편함과 차질이 없도록 하는 한편, 공중보건의사 생활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제대 이후 어떤 수련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는 회원분들을 위해 각 영역에서 활약하고 계신 전공의·전문의 선생님들을 모셔 전공박람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산재돼 있는 특성상 같은 직역의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것을 고려해 ▲공보의 체육대회 ▲공중보건의사 네트워킹 행사 ▲젊은의사포럼 등 외부 강의 지원과 내부 행사 개최 등을 많이 마련해 만남의 장을 많이 열어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더불어 협회 차원의 제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실 때,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는 제휴 신문고를 신설해 보다 회원 맞춤형 제휴 확장에 힘쓰고, 2024 세계의사회 포럼과 의료정책 최고위 과정 등 유관 행사 참여를 지원하며, 공중보건의사 생활 기록 투고와 에세이 출간을 진행하려 합니다.
이외에도 ▲합리적 가격의 물품 공동구매 ▲경조사 ▲회원 소모임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홈페이지를 개선해 회원분들께서 보다 협회에 편리하고 손쉽게 접근하실 수 있도록 개선하겠습니다.
특히, 이번 임기 동안 군 복무 기간 단축을 위한 근거 마련과 진료장려금 인상을 통한 처우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어려운 시기에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에 부과될 수 있는 초과 근무나 권익 침해 사례에 적극 대응하려고 합니다.
Q. 2024년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일정에 대해 부탁드립니다.
A. 3월 1일 38대 대공협이 공식적으로 일정을 시작하며, 도서지역에서 근무하신 선생님들의 지역이동과 신규로 들어오신 선생님들의 직무 교육과 공청회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연례적으로 간담회를 가지고, 처우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실제 지침 변화로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연 2회의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 맞춤형 학술대회가 예정돼 있고, 상시로 발생하는 민원에 대한 응대 및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으며, ▲공중보건의사 선생님들을 위한 진료지침서 개정 ▲수당가이드라인 제작 ▲체육대회 개최와 공동구매 및 제휴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가장 빛나는 청춘의 시기를 지역주민들과 의료 소외계층을 위해 도서 지역과 격오지에서 근무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매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최근 공중보건의사의 긴 복무기간을 징벌적으로 바라보는 가치관이 정부에서 대두된 바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공중보건의사에 대한 전폭적인 처우 개선과 배치에 대한 연구 지원을 통해 실제적으로 군복무단축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을 주시고, 이를 통해 공중보건의사 모집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