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 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세계폐암학회의 연례 학술대회 WCLC 2023가 12일 마무리됐다.
이번 WCLC 2023은 아스트라제네카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에 대한 발표로 이목을 사로잡은 가운데 국내 제약사도 대거 출격해 K-제약산업의 위력을 보였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연구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4세대 EGFR TKI ‘BBT-176’의 제1상 임상시험 후속 데이터가 구두 발표됐다.
이번 연구결과 발표는 연세암병원 폐암센터 임선민 교수가 담당했으며 기존 1일 1회에서 1일 2회로 변경된 복용에 따른 BBT-176의 개선된 내약성 및 복약순응도와, 해당 용법 투약군에서 종양의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부분관해’를 나타낸 환자 사례가 소개됐다.
특히, 임상시험 대상자들의 방사선학적 반응과 분자유전학적 반응의 상관성에 대한 데이터가 구체적으로 공개됐는데, BBT-176이 타깃으로 하는 C797S 포함 DTC 삼중 돌연변이 동반 환자의 경우 1일 2회 용법에서 최대 83%까지 EGFR을 포함한 혈액 내 DNA 분율 감소를 나타냈고 방사선학적으로도 유의미한 수준의 종양 밀도 감소를 확인했다.
또한, 이번 발표를 통해 임상 1/2상의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약물 안전성 관련 내용도 언급됐다. 현재까지 진행된 임상결과에서 용량에 비례하는 안정적인 약동학적 프로파일을 확인했고, 주요 이상반응으로는 동일 계열 약물에서 예측 가능한 부작용 사례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집계됐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에서는 MET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텝메코’가 아시아인 대상 하위 분석결과와 한국인 환자 대상 임상 연구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결과 발표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가 맡았다.
연구에 따르면 객관적반응률 56.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8.5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13.8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25.5개월을 확인했다. 치료 경험이 없는 아시아인 환자에서도 객관적반응률 64.0%를 확인했고, 1차 투여 시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기존의 연구 결과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한국인 고형암 환자 중 표준치료 이후 MET 변이가 확인된 21명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텝메코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다기관, 단일군, 연구자 주도 임상 2상인 K-Master의 결과도 포스터를 통해 발표됐다. 텝메코는 60%의 객관적반응률과 100%의 질병통제율을 보였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40건 이상의 데이터 초록과 9건의 구두발표를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허가되지 않았지만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오시머티닙과 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평가한 FLAURA2 3상 임상시험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발표됐으며 미국에서는 지난 달 혁신치료제로 지정되기도 했다.
경쟁 제품인 유한양행의 ‘렉라자’도 연구결과 3건 발표됐다. 얀센의 ‘리브리반트’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연구인 CHRYSALIS-2가 발표됐으며, 여기에서는 병용투여군의 객관적 반응률은 50%, 무진행 생존중앙값은 14.0개월이었다.
렉라자와 게피티닙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렉라자 20.6개월, 이레사 9.7개월을 나타냈으며,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적 있는 렉라자 투여군의 객관적 반응률은 62.1%. 질병조절률은 94.2%,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3.9개월이었다.
이 밖에도 한미약품이나 엔젠바이오, 에스티큐브, 루닛 등 다양한 제약사들이 WCLC 2023로 향했다.
한편 제약사들의 활발한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병원 역시 WCLC 2023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조병철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연세암병원의 폐암센터가 ‘아시아 최고의 다학제 팀’으로 선정됐다.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종양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 호흡기내과 등 7개 진료과 교수들이 모여 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와 핵의학과가 환자의 폐암 여부와 유형을 진단하면 종양내과, 흉부외과, 방사선종양학과는 환자 맞춤형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