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의학(sex/gender specific medicine)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남녀 간의 차이를 생물학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 등 다양한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성별과 젠더특성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최근 미래 의료의 한 축인 맞춤 의학, 정밀 의학 등의 분야에서 성차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성차의학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
이에 본 지는 지난 4월 5일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성차의학연구소인 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의 김나영 성차의학연구소 초대소장(소화기내과 교수)와 서면을 통해 우리나라의 성차의학 발전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며, 이번 의학연구소 설립에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 알아봤다.
Q. 먼저 국내 최초로 개소한 성차의학연구소의 소장직을 맡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저는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에 근무하면서 헬리코박터 질환과 기능성 위장관질환, 대장암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성차를 도입해 연구해보니 보이지 않던 결과가 나오기도 했고, 자주 떨어지던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연구비도 2016년도 3년 과제와 2019년도 4.5년 과제가 되어 매우 즐거웠습니다.
즉, 성차 연구를 매우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경험을 하게 됐는데, 의대 학생 교육과 진료에 도입해 여러 교수님들과 함께 하면 더 빠른 속도로 연구할 수 있을 것 같아 병원에 성차의학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국내 최초의 성차의학연구소 개소라는 결과로 이어져 대단히 기쁩니다. 그러면서도 초대 소장을 맡아 기반을 잘 다져야 한다는 마음에 책임감을 느낍니다.
Q. 성차의학연구소를 추진 및 개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먼저 성차의학이 어떤 분야인지부터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성차의학은 건강증진 및 질병에 미치는 남녀 간의 차이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여기서 성차는 생물학적 성과 사회적 젠더가 결합된 개념입니다.
미래 의학이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는 맞춤ㆍ정밀 의학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사실 우리 의학이 성차라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이 간과된 채로 발전해오며 최근 이러한 편향성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습니다.
성차의학은 이러한 편향성을 극복해 남녀 모두를 위한 의학 연구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특히, 저는 성차의학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다가 소화기질환의 분야에 대한 성차의학을 체계화한 ‘소화기질환에서의 성차의학(Sex/Gender-Specific Medicine In The Gastriubtestinal Diseases)’ 교과서를 각각 2021년에는 국내에서, 2022년에는 스프링거(Springer)에 세계 최초로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의학 전반에서 성차를 다루는 확장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에 2022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국내 35명의 의학자들과 힘을 모으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협력해 ‘임상영역에서의 성차의학’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해당 책은 소화기, 간담췌, 심혈관, 호흡기, 내분비, 류마티스, 감염, 소아소화기, 정형외과, 외과, 정신과 등 수많은 질환 분야에서 나타난 성차를 정리한 책이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여러 교수님들이 관심을 가지면 훨씬 더 파장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연구소 개설을 통해 보다 포괄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되며 연구소 개설을 적극 추진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이나 메이요 클리닉, 독일 샤리테 베를린 의과대학 등 세계 유수 기관에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선도적으로 성차의학연구소를 개설해 많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차의학연구소는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분당서울대병원의 이미지와도 잘 맞는 혁신적인 시도라는 점도 개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Q. 성차의학연구소의 미션과 비전 및 앞으로 나아갈 방향, 인원 구성은 어떻게 되시나요?
A. 먼저 우리 성차의학연구소는 성차가 나타나는 주요 질환들을 발굴하고, 기전과 위험요소를 분석해 환자들의 건강증진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창출하고, 정밀 의료 실현에 기여할 것입니다.
또한, 기초과학은 물론 인문사회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추진해 성차의 근원을 밝히는 것도 중요한 역할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설립된 만큼 성소수자들을 위한 학문이라는 오해 등 성차의학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의학계에 만연한 편향성을 바로잡는 인식의 전환 과정에도 우리 연구소가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일례로 성차의학의 분야에는 남성 골다공증(흔히 여성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음)이나 남성 유방암 등의 희소 질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남녀 모두를 위한 의학 연구를 지향하고 있는 만큼, 이를 교육, 홍보하는 데도 힘쓸 것입니다.
더불어 성차의학의 초기에는 성소수자 혹은 여성을 위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고, 아직 시작 단계인 국내에서도 이러한 편견 혹은 우려가 있으나 실제로는 부소장 구자원 교수님을 비롯해 남성 교수님들도 많이 참여해주고 있습니다.
소장직을 맡고 있는 저와 부소장직을 맡고 계신 이비인후과 구자원 교수님을 비롯해 ▲내분비내과의 최성희·공성혜 교수님 ▲심장내과 서정원 교수님 ▲류마티스내과 강은하 교수님 ▲소화기내과 신철민·최용훈 교수님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님 ▲알레르기내과 장윤석 교수님 ▲감염내과 문송미 교수님 ▲소아청소년과 양혜란 교수님 ▲외과 김은규·강소현 교수님 등께서 위원직을 맡아주셨습니다.
또한, 소아정형외과 박문석 교수님을 비롯해 ▲안과 전현선 교수님 ▲신경과 김범준 교수님 ▲정신건강의학과 박혜연·한지원 교수님 ▲재활의학과 범재원 교수님 ▲피부과 나정임 교수님 ▲응급의학과 김유진 교수님 ▲치과 이효정 교수님 ▲임상약리학 윤성혜 교수님 ▲영양실 백연주 교수님 ▲전임상실험실 황지연 교수님도 성차의학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외부 자문위원으로는 최근 벤처회사로 이직하신 안창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님을 비롯해 ▲백희영 서울대 명예교수님 ▲성제경 서울대 수의대 학장님 ▲강창우 서울대 인문대 학장님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의 김원 내과 교수님과 이지영 신경과 교수님 ▲한아람 서울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님 등이 계시며, 미국 네바다대학 노승일 교수님께서 국제 자문위원이 되어주셨습니다.
Q. 앞으로의 연구소 운영 또는 소장님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일단 홈페이지를 국문으로 만들고, 이후 영문으로 만들어 대외적인 채널을 만들 예정입니다.
또한, 원내과제와 성차의학 임상연구 기획과제를 통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비를 수주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특히, 장내세균도 성차를 가지고 있기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비가 많이 나오는 만큼 이 주제와 연계해 연구비를 많이 따서 우리 연구자들과 같이 다양한 연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저희들은 5월 23일 첫 세미나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젠더변수를 발표하신 백희영 교수님의 발표, 외국 젠더변수로 과민성장증후군 위험인자 분석한 논문이 한국 젠더변수를 사용하면 좋아질지 토론하고자 합니다.
이외에도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에서 기획·진행하고 있는 NIH 연구진과의 만남을 통해 성차의학 연구기관의 set up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네바다 대학의 노승일 교수님 연구팀이 개발한 항당뇨성 miRNA가 에스트로젠결핍성 2형 당뇨를 조절한다는 연구가 있어 이에 대한 경험을 전수받아 성차의학 연구에 도입해보고 싶습니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이러한 노력이 여러 연구자들의 호기심, 호응을 통해 학문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좀 더 혁신적인 성차연구를 진행하면서 우리병원과 타병원에 체계적인 연구의 틀이 마련되는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항상 그렇듯 시간은 빨리 흐르고 남는 것은 조금 남기 때문에 앞으로의 1-2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