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내과] 항암치료의 현재와 미래

2022-04-27 09:52:26

배우균(전남의대 화순전남대병원 종양내과)



개론

현재까지 암은 불치병이라는 것이 통념이지만, 지난 수 십년 간 암 치료는 많은 발전과 성과를 이루어왔다. 미국은 1950년대에는 35%에 불과하던 암 환자의 생존율이 2005년에 68%까지 증가하였고, 국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90년 대에는 40%에 불과하였던 전체 암의 5생존율은 2010년 이후 70%를 넘어섰다. 이런 비약적인 암 생존율 향상은 조기 진단과 수술, 방사선 치료의 발달과 더불어 1950년대부터 시작된 항암화학요법의 발전이 큰 기여를 하였다. 항암치료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항암치료의 변천사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고형암인 위암과 직결장암의 치료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항암치료의 과거와 현재

1809E. McDowell은 마취나 소독약의 도움 없이 개복 수술을 통한 난소제거술을 성공하여 수술을 통해 종양을 치료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마취법, 소독법의 개발과, T. Billroth, W. Halsted와 같은 외과학의 거장들이 나타나면서 수술은 암 치료뿐만 아니라 의학 전체의 발달을 주도하였다. 인류가 다음으로 찾아낸 무기는 방사선이었다. 1928년에는 방사선으로 두경부 종양을 치료하는 성과를 얻었고, 1950년에는 cobalt teletherapy 도입되면서 현대적인 방사선치료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현재의 방사선 치료는 전산화 기술과 영상 기술의 발전으로 선량 조절 및 집중, 정상 부위 보존이 가능해졌고, 효과적이면서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치료 도구 중 하나가 되었다.

 

1.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의 도입

1943년 예일대의 두 의사 L. GoodmanA. Gilman림프종의 항암치료에 성공하였고, 이것이 바로 사람에서 최초의 항암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되었다. 그 이후 엽산억제제를 비롯한 여러 항암화학약제가 개발되면서, 현재까지 인류가 암에 대적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되었다.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알게 된 의사들은 기존의 수술과 방사선 치료 이후에 항암치료를 적극적인 보조 치료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1975년에는 Dr. Bernard Fisher가 유방암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 (Adjuvant Chemotherapy)의 효과에 대해서 발표하였고, 일련의 유방암 보조항암요법의 성공에 힘입어, 대장암을 비롯한 여러 암에서도 수술 후 보조항암요법이 연구되고 그 효과가 밝혀져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포독성항암제는 정상 세포에도 많은 피해를 주게 되어, 위장관 세포의 손상으로 인한 오심, 구토를 비롯하여 골수기능저하, 점막 궤양, 불임 등의 수많은 부작용에 시달리게 되었다. 비교적 초기에 발견한 환자들은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었지만, 진행성 암에서는 생존기간의 일부 연장 이외의 효과는 없었다는 점도 세포독성 항암치료의 큰 단점 중 하나였다.

 

2.  표적치료제의 도입

2006Druker 등이1) 만성골수성백혈병의 분자 표적치료제 중 하나인 BCR-ABL tyrosine kinase inhibitor (Imatinib)을 개발한 이후, 표적치료제는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었다. 표적치료제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외에도, 폐암, 흑색종과 같이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치료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암에서도 비약적인 생존기간의 연장을 가져왔고, 마치 암이 만성질환처럼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하지만, 정상 세포의 일부에도 암세포와 동일한 표적 분자 구조가 있어, 피부염이나 발진, 설사, 약물유발폐장염이나 간염과 같이 세포독성 항암제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았던 합병증이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새로운 돌연변이로 인해 회피 기전 발생하거나, 표적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암세포만 다시 진행하는 등, 암은 아직 완전히 정복되지 못한 상태이다.

 

3.  면역항암제의 도입

1985년에는 악성 흑색종과 신세포종에서 T림프구 성장 인자인 IL-2를 투여하였을 때 종양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었지만, 감당하기 힘든 부작용과 상대적으로 적은 효과, 좁은 적응증 등으로 인해 널리 사용되지 못하였다.

 

면역을 증강시키려는 발상을 전환하여 통해 암 치료의 신기원을 열게 된 것이 바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다. J. P. Allison 교수와 T. Honjo 교수는 각자 종양세포가 T림프구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면역 관문에 대해 연구하였고, 이 부위를 억제하면 면역 관용이 일어나지 않아 T림프구가 종양세포를 공격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워 이를 검증해냈고2~3),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CTLA-4억제제와 PD-1억제제이고, 흑색종, 폐암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대장암, 신장암, 방광암, 두경부암, 식도암, 간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면역 치료는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 또한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한계점에 부딪히고 있다. 면역을 억제하는 기전을 억제하다 보니, 정상세포에도 면역반응이 나타나는 자가면역질환과 비슷한 양상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피부 백반증이라든지, 내분비계 기관에 대한 영향으로 갑상샘 기능 저하나 뇌하수체 기능 저하와 같은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존의 치료의 효과를 뛰어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들을 개발하였지만, 각각을 따로 사용하였을 때는 의외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의 항암치료의 연구 경향은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 세포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의 새로운 제 짝을 찾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기존의 항암치료에 표적치료제를 같이 시행하거나, 세포독성 항암치료에 면역항암제를 같이 시행하거나, 두 개 이상의 표적치료제나 면역항암제를 같이 조합하여 사용하는 등, 현재까지 개발된 약제들을 여러 조합을 가지고 비교하여 효과가 더 좋은 요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형 또는 전이성 위암 치료의 현재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형 또는 전이성 위암은 고식적 항암화학요법(palliative chemo- therapy)이 주 치료가 되며, 여러 나라에서 XELOX (Capecitabine + Oxaliplatin), FOLFOX (5-FU+Oxaliplatin), TS-1/Cisplatin 등의 병합 항암요법이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개선의 효과가 있어 1차 요법으로 권하고 있다. 그러나, 1차 치료 약제의 중앙 생존 기간은 9~13개월 정도로 여전히 불량하다고 할 수 있다.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한 위암환자에게는 ininotecan 또는 taxane을 이용한 항암치료가 2차 항암치료로서 지지요법보다 우월함을 보여, 선택 가능한 치료법 중 하나가 되었으며, 몇몇 연구에서 15~ 20%정도의 반응율을 보여 3차 항암치료로도 사용해볼 수 있다.

 

위암 환자의 6~23%에서는 인간상피성장인자 수용체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HER2)의 과발현이나 유전자 증폭을 보이며, 이것은 불량한 예후와 연관이 있다. TrastuzumabHER2에 대한 단클론항체로서, ToGA연구에서 cisplatincapecitabine (XP) 또는 fluorouracil (FP)을 병합하는 요법에 trastuzumab을 추가한 군에서 중앙 전체 생존기간이13.8개월, 대조군에서 11.1개월로 생존 기간 향상이 확인되어 HER2 양성 위암 환자에서 FP/XP+trastuzumab 병합요법이 1차 표준 치료로 자리잡게 되었다.4)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는 혈관내피세포의 증식을 유도하고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종양이 자라고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으로, 위암에서는 VEGF의 발현 정도가 높다. Ramucirumab VEGFR-2에 대한 단클론항체로, RAINBOW 연구에서 백금계 항암제와 fluoropyrimidine계 항암제 병합요법에서 실패한 환자에서 paclitaxelramucirumab의 병합요법의 2차 치료로 유용성을 입증하였다.

 

최근 면역관문억제제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위암에서도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PD-1억제제인 Nivolumab3차 이상 항암치료에서 PD-L1 발현 정도와 상관 없이 전체 생존기간의 향상을 보였다. 이러한 연구를 근거로 최근 국내 위암 진료지침에서는 3차 이상에서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전이성 직결장암 (Colorectal cancer)의 항암치료의 현재

일반적으로 원격 전이를 동반한 암은 수술적 치료가 금기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이성 직결장암의 경우 절제 가능한 간 전이 또는 폐 전이에 대해서 원발병소와 전이 병소를 모두 절제한 후 보조항암치료를 시행하거나, 초기에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고식적 항암치료를 통해 완전 절제가 가능한 상태가 되면 수술적 절제 시행 및 이후 보조항암치료 등을 통해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다.

 

절제 불가능한 전이성 직결장암의 경우 fluoropyrimidine 약제에 oxaliplatin 또는 Irinotecan을 병용했을 때 반응률과 생존율 향상이 입증되어 표준항암치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항암치료와 더불어 표적치료제를 병행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cetuximab이나 bevacizumab등의 표적치료제를 세포독성 항암치료와 병행하는 3제 요법이 세포독성 항암제만 사용하였을 때보다 생존율 향상 및 절제 가능성 향상 등의 효과가 있어 현재 1차 및 2차 표준항암요법으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다만, cetuximab의 경우 RAS 돌연변이가 있는 직결장암환자에서는 별 차이를 보이지 못하여 돌연변이가 없는 RAS wild type에서만 병행이 가능하다. 반면 bevacizumabRAS 돌연변이에 상관없이 동일한 효과가 있어 결과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KRAS, NRAS mutation 검사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반드시 시행하여야 하는 검사가 되었다. 이외에도 Regorafenib (EGFR Kinase inhibitor, 3차 이상에서 사용)Aflibercept (VEGF inhibitor, 2차 이상에서 FOLFIRI와 함께 사용) 등이 현재 임상에서 사용 중이다.

 

면역관문억제제인 Pembrolizumab NivolumabMSI-H또는 deficient mismatch repair (dMMR)를 가지는 직결장암의 경우 무진행 생존기간, 전체 생존기간을 늘리는 효과를 보여, 3차 이상 항암요법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MSI 검사 또한 전이성 직결장암에서 반드시 시행하여야 하는 검사가 되었다. 그러나 IV기 직결장암 환자 중 MSI-H 또는 dMMR를 가지는 환자는 3.5%에서 5.0% 정도이며, 경제적인 부담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소수의 환자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실정이다.

 

결론, 그리고 항암치료의 미래

앞서 보았듯이 본격적인 암 연구의 역사는 200여 년 가량 밖에 되지 않으며, 현대적인 의미의 암 치료는 불과 50여 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암 치료에 대한 연구는 매우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어, 수 개월 내에도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어 치료 판도를 바꾸고, 암 치료 가이드라인도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따라잡느라 1년에도 3~4번씩 개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표적치료제와 면역관문억제제가 암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조직(tissue)의 확보와 보관이 정말 중요해졌다. 위암과 대장암에서 보았듯이 조직검사는 단순히 현미경적 진단을 넘어서, 면역형광염색, 중합효소연쇄반응(PCR),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을 이용해 암세포의 다양한 표현형과 유전자 돌연변이 등에 대한 정보를 주고, 치료 방법의 선택과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표가 되었다. 따라서 암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환자에서 조직검사를 시행할 때는 충분한 양을 얻고, 검체를 낭비하지 않도록 반드시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치료를 위해 전원할 때는 조직을 같이 동봉하여 보내주는 것이 환자의 진료와 치료에 도움을 주고, 환자가 두 번 걸음을 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미래의 암 치료가 어떻게 발전할지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상할 수 없겠지만, 미래의 암치료는 더욱 세분화되고 정밀화 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원발 부위가 같아도 환자들은 저마다 다른 암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 중인 많은 치료 약제가 환자에게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 (Precision medicine)를 지향하고 있다. 환자의 암세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돌연변이를 NGS 등의 기술을 이용해 한꺼번에 검사하여,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를 찾아 투여하는 것이 현재 국내에서도 시도되고 있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러 계열의 항암제를 조합하여 사용하는 요법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앞으로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조절과 예방법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암의 생존율과 완치율, 장기 생존자가 증가하면서 이차암의 발생이나 장기 합병증과 같이 이전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던 문제들도 부상할 것이며,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것 또한 임상의사들의 숙제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Reference

1. Druker BJ, Guilhot F, O'Brien SG, et al. Five-Year Follow-up of Patients Receiving Imatinib for Chronic Myeloid Leukemi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6; 355(23): 2408-17.

2. Leach DR, Krummel MF, Allison JP. Enhancement of Antitumor Immunity by CTLA-4 Blockade. Science 1996; 271(5256): 1734-6.

3. Iwai Y, Ishida M, Tanaka Y, Okazaki T, Honjo T, Minato N. Involvement of PD-L1 on tumor cells in the escape from host immune system and tumor immunotherapy by PD-L1 blockade.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02; 99(19): 12293-7.

4. Bang YJ, Van Cutsem E, Feyereislova A, et al. Trastuzumab in combination with chemotherapy versus chemotherapy alone for treatment of HER2-positive advanced gastric or gastro-oesophageal junction cancer (ToGA): a phase 3, open-label,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London, England) 2010; 376(9742): 687-97.

출처디아트리트 VOL. 19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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