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비내과] 당뇨병성 신경병증통증 진단과 치료

2022-04-25 14:06:58

조호찬(계명의대 동산의료원 내분비내과 )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역학과 배경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가장 흔한 당뇨병 합병증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국내 당뇨병성 신경병증의 유병률은 진단 기준이나 진단 도구 등의 다양성으로 인해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당뇨병 환자의 33%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 중 중등도 이상의 통증을 호소하거나, 통증에 대해 대증적 치료를 하고 있는 경우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14.4%에 해당하며, 이 경우 삶의 질은 물론 수면장애가 동반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50% 정도에서 증상은 없지만 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는 무증상 신경병증이며, 증상이 있어도 실제로 진료실에서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혈당 관리와 혈당수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신경병증의 진단과 관리가 부족한 경우가 흔하므로, 먼저 증상에 대한 병력 청취가 매우 중요하며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증상은 임상적으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가장 흔한 임상 양상은 원위부 대칭성 다발신경병증(distal symmetric polyneuropathy)으로, 양측 하지의 통증이며 밤에 악화되는 특징을 나타낸다. 이러한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발 혹은 당뇨병성 족부궤양과 이로 인한 하지 절단을 초래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당뇨병 말초신경병증 환자에서 족부궤양의 평생 위험도는 15~25%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감각 저하로 인해 고유감각(proprioception) 소실, 보행 균형 이상과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낙상의 위험성이 있고, 이로 인한 골절과 외상성 뇌 손상 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진단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임상적 증상과 징후 등을 종합하여 진단하도록 권고된다. 당뇨병 환자에서 말초신경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질환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배제한 후, 말초신경병증의 특징적 임상 증상을 호소하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감각운동신경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보인다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임상적 진단이 가능하다. 특히, 말초신경병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란 대칭적인 원위부(distal symmetric)에서 시작하는 말초감각신경 장애가 있을 때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강하게 시사하며, 전형적인 증상이 없더라도 다양한 신경학적 검사 방법에서 전형적인 신경병증 징후가 나타나는 경우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진단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원인에 의해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원인 감별이 중요하며 갑상선질환, 신질환을 포함한 대사이상, 영양결핍, 독성 물질, 감염성 질환 등의 다양한 질환을 감별하여야 한다. 혈당 조절이 불량할수록 그리고 당뇨병 유병기간이 길수록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유병률이 증가하며, 그 외에도 연령, 고혈압, 흡연, 이상지질혈증, 비만, 인슐린분비능저하, 심혈관계 질환 등이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대체로 점진적인 진행양상을 보이며, 증상의 악화로 인해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 진단을 위한 신경학적 검사로 감각기능검사와 운동기능검사가 있으며, 감각기능검사가 더 복잡하고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진단하는 데 더 중요하다. 이것은 당뇨병에 의해 감각신경이 운동신경보다 더 손상이 빠르고 심각하며 감각기능은 촉각, 통각, 온도각, 진동, 관절감각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굵은 유수신경섬유의 이상은 가벼운 촉각, 진동감각과 관절감각으로 평가하고, 가는 유수신경섬유나 무수신경의 이상은 통증과 온도감각을 평가하여 알 수 있다. 신경학적 검사 중 10 g 모노필라멘트 검사는 간단한 검사로 임상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당뇨병환자들은 1년에 한 번씩 10 g 모노필라멘트검사, 온도/진동감각검사(128-Hz tuningfork, 소리굽쇠검사), Pin-prick검사 등으로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선별검사가 권고된다. 그 외에도 정량적 감각신경검사, 신경전도검사 등을 이용하여 진단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검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또한, 대신경섬유의 이상을 주로 진단할 수 있는 신경전도검사에서 확인되지 않는 소신경섬유의 손상을 동반한 말초신경병증에서는 드물긴 하지만 신경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으며, 이 때 소견은 표피내 신경 섬유의 점진적인 소실을 특징으로 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진단을 위해서 2개 이상의 검사를 시행하면 진단적인 감수성을 87% 이상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과 징후와 신경학적검사를 시행하여 진단할 수 있다 (Fig. 1).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진단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서 토론토 당뇨병성 신경병증 전문가 집단에서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4가지 분류로 제안하였다. 가능(possible) 진단은 환자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증상 또는 징후 중 한 가지만 보이는 경우로 정의하고, 유력(probable) 진단은 증상과 징후를 동시에 보이는 경우로 정의하고, 확정(confirmed) 진단은 신경전도검사에서 비정상적인 소견이 있고 증상이나 징후가 있으면 정의할 수 있으며, 만약 신경전도검사가 정상일 경우에는 검증된 소신경섬유 기능 검사가 비정상일 경우도 진단할 수 있다. 불현성(subclinical) 진단은 신경전도검사나 소신경 기능 검사에서 신경결손이 확진되었으나 증상이나 징후가 없는 경우로 정의한다.

 

또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한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는 자각증상 없이, 신경학적 검사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말초신경병증의 조기 진단을 위한 다양한 검사의 유용성을 평가하여 임상에서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치료

 통증과 같은 증상을 동반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는 증상을 경감시키고, 말초신경병증의 진행을 완화하기 위해 비약물적 및 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병인과 근본적인 치료법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는 진행중이다. 따라서, 환자의 증상에 대한 대증적 치료가 임상에서는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말초신경병증 환자에서 운동 및 식사요법을 통해 혈당조절을 할 경우, 통증이 감소되는 효과가 보고되었으며, 특히, 대신경섬유의 손상이 동반된 환자에서 슬관절 및 족관절의 근력과 균형감각을 강화시키는 운동요법은 낙상의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1형 당뇨병환자에서 엄격한 혈당조절은 고식적 치료 군에 비해 신경병증 발생 위험을 78% 감소시킨 바 있으나, 2형 당뇨병 환자에 이런 효과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급성기 고혈당 환자에서 급격한 혈당 조절은(, 당화혈색소의 월 1% 이상의 급격한 감소) 일시적인 심한 통증의 신경염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는 대부분 6개월 이내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다. 말초신경병증에 대한 약물요법은 증상의 변화 및 부작용 여부를 평가하기 위해 가능한 2~4주 간격으로 환자 면담 후 약물 용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여러 전문가 및 단체에서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통증 치료에 대해 치료 알고리즘이 제안되고 있으며, 미국당뇨병학회와 대한당뇨병학회에서는 1차 약제로서, 항전간제(Anticonvulsants),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SNRI),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s) 등을 일차 약제 혹은 중요한 약제로 선정하고 있다. 첫 번째 선택한 약제의 복용 가능 최대용량에서 만족할만한 효과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같은 계열의 다른 약제 또는 다른 계열의 약제로 변경하거나 2차 약제 추가를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임상에서 처방 가능한 약물들은 다음과 같다.

 

1. 항전간제(Anticonvulsants)

PregabalinGabapentin은 α2δ2 voltage-gated calcium channel에 작용하며, 통증감소와 수면에 효과가 있다. Gabapentin은 효과적인 용량인 1,800~3,600 mg/일까지 도달하기 위해 점진적 용량 증량이 필요한 반면에, pregabalin은 용량-의존적으로 치료 용량인 150~600 mg/일까지 선형적 흡수양상을 보이고, 작용시간이 빠른 반면 용량조절이 덜 필요하다. Topiramate 또한 통증과 수면에 효과가 있고, 표피내 신경섬유 성장을 자극하는 효과가 보고되었으며, gabapentin이나 pregabalin과 달리, 체중감소효과가 있으며 이로 인해 지질대사와 혈압조절에 부가적 효과가 있다

 

2.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s, SNRI)

Venlafaxine duloxetine SNRI약제들은 신경병증 통증에 효과가 있고, duloxetine의 경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삼환계 항우울제(Tricyclic Antidepressants)

삼환계 항우울제는 항우울효과와는 별도의 기전으로 신경병증 통증을 호전시키는데, 고령의 환자에서는 항콜린성효과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흐려보임, 입마름, 변비, 요정체 등) Nortriptylinedesipramine은 항콜린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amitriptyline이나 imipramine보다는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약제는 부정맥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심질환이 의심되는 환자에서 주의하여야 하며 처방 전에 심전도검사로 QT-간격 연장 등 부정맥이 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4. 아편양 진통제(Opioid Analgesics)

아편양 진통제는 말초신경병증으로 인한 통증 개선에 효과가 있으나, 약물 남용, 중동 등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약제들을 충분히 사용해본 후 증상 개선이 없는 경우에 선택하는 것이 좋다. Tramadol은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억제하여 통증을 호전시키며, 다른 아편양 진통제에 비해 약물 남용 위험성이 적다. 최근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tapentadol-서방정 또한 유사한 통증 개선효과가 있다. 일부 연구에서 서방형 morphine gabapentin의 복합요법은 각각 약제의 저용량에서 통증 개선효과가 있었으나, 변비, 진정, 및 구강건조 등 부작용의 빈도가 증가한 결과를 보였다.

 

5. 동반 질환에 따른 약제 선택

당뇨병성 신경병증과 동반된 수면장애, 우울증 또는 불안감등은 약제 선택에서 고려할 사항이다. Duloxetine의 경우 수면박탈과 연관이 있는 반면 pregabalin gabapentin 은 수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pregabalin의 경우 수면 소실의 정도가 심할수록 약제에 대한 반응이 증가하는데 이는 약제의 직접효과 또는 통증개선효과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SNRI나 삼환계 항우울제는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pregabalin, gabapentin 또는 SNRI는 불안이 동반된 경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인환자에서 삼환계 항우울제나 pregabalin 또는 gabapentin의 고용량 요법은 젊은 사람에 비해 부작용의 빈도가 높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6. Capsaicin 국소요법

초기 연구에서 capsaicin 0.075% 크림이 통증 경감 없이 타는 느낌만 초래하였던 것과 달리, 최근 진행된 8.0% 패치를 국소마취 후 30~60분간 통증부위에 붙일 경우 증상 개선의 효과가 수일 내에 나타나고, 한번 사용 후에도 3~6개월 간 효과가 유지되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7. 그 외 치료

비타민 B12 결핍과 연관된 신경병증은 혈중 농도 150 pg/mL 또는 신경전도이상은 450 pg/mL 미만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서 비타민 B12 보충요법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향 후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병인과 연관된 산화 손상(oxidative 또는 nitrosative stress)에 대해 항산화제의 치료약제로 가능성이 있으나, 아직까지 무작위 임상연구에서 증명된 바는 없다.

요약 및 결론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은 매우 흔하고, 다양한 임상양상을 가진 합병증이다. 진단은 당뇨병 외의 치료 또는 조치가 가능한 다른 가능성을 먼저 배제한 후, 특징적인 임상 증상을 파악함으로써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증상이 없거나 증상을 먼저 이야기 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므로, 여러 선별 검사나 감각신경검사 등을 통해 조기 진단하려는 노력과 함께 증상 여부에 대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의 치료는 다양한 약제들을 선택할 수 있으며, 근본적인 병인에 대한 치료와 다양한 위험인자를 교정하려는 노력과 함께, 환자의 증상과 동반된 삶의 질 및 수면장애 등을 고려하여 약제를 선택하고, 그 경과를 면밀히 추적 관찰하여 약제의 변경이나 다른 계열의 약제 추가를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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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디아트리트 VOL. 19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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