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의료 현장에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오진과 오류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어떻게 정할지, 의료 데이터 생산자인 의사와 환자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지 등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의사면허관리원 설립을 통해 자율정화와 전문직업성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의료전달체계와 인력·재정·미래 의료를 포괄하는 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대한의사협회가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맞아 10일 개최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소개됐다.
대한의사협회는 7년만에 오프라인으로 제43차 종합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의사의 전문성으로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의료: AI와 초고령화 시대를 재설계하다’라는 주제로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의협은 이 같은 대주제 아래 ▲미래의학(AI 미래의학의 진료실 중심 현실화) ▲의료정책(초고령사회 대비 및 의료정책 대전환) ▲미래세대 및 자율규제 (의료계의 미래 세대와의 소통 및 의학교육∙수련교육 혁신) ▲문화∙인문학(의술을 넘어 마음으로 통화는 문화프로그램)이라는 4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학술대회 소개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이우용 학술위원장은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개원의, 공직의, 전문의, 전공의, 학생 등을 아우르는 자리”라며 “국내 의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식을 나누는 장”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플레너리 세션에서는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을 비롯해 세계의사회, 미국의사회, 일본의사회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AI와 초고령화 사회에서의 의료계 리더십을 논의하고, 각국의 의료계 현황과 시각을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의료정책 역시 세 가지 파트로 다뤄진다. 메인 프로그램에서는 현 보건복지부 차관과 정책, 행정 관련 학회의 리더들이 자리해 의료시스템을 분석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지역의료∙필수의료∙공공의료에 대한 세션과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관리급여에 대해 다루는 보험정책 세션, 의사면허관리원 설립과 의사의 전문직업성을 논의하는 세션,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을 다루는 세션도 진행된다.
이번 학술대회 주제에 맞춰 AI 세션도 구성됐다. 의료현장에서의 활용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과정에서의 이용에 대해 다루고, AI 선도 업체들을 초청해 의료계에서 어떻게 이용하고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해 모색할 예정이다. 노인의학 세션에서는 초고령화시대에서 의료계의 역할이 무엇이고 대책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거시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이 학술위원장은 “AI와 고령화는 앞으로 대비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우리가 들어와있는 시대”라면서 “이 시대를 어떻게 잘 이용해 국민건강에 대해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화두로 학술대회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세션으로는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한국여자의사회의 세션, 의학바이오기자협회 세션 등이 준비됐다. 다양한 직역을 아우르는만큼 군진의학에 대해 다루는 시간도 마련됐다.
11일에 진행될 군진의학 세션에서는 ▲외상 ▲의무항공 ▲감염병 ▲화생방을 비롯해 현역복무부적합 심의제도와 적응장애 등을 다룬다. 이 학술위원장은 “과거에는 군의관이 많았지만, 지금은 군의관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국 군의관들이 군진의학 관련 내용을 교육받을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팬데믹 후 7년만의 비대면 행사로, 국민들과 의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과제 등에 대한 내용을 많이 담았다”며 회원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김택우 회장, 데이터특별법 추진∙보건의료수석실 신설 강조
질의응답에서는 AI 활용 확대, 의사면허관리원 설립,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 의료계가 직면한 주요 현안이 논의됐다.
이미 진료현장에서는 많은 의사들이 AI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가장 관심이 모이는 것은 진료에 AI를 활용했을 때 ‘책임’ 소재 문제다.

김성근 공보이사는 AI에 의료인 면허를 부여할 수 있는지, AI의 처방과 판단을 인정할 수 있는지, AI의 처방이나 판단에 문제가 있을 겨우 법적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우용 학술위원장은 “AI는 ‘보조수단’”이라며 “AI에 윤리와 판단 등이 부여돼 독자적인 수행이 가능해지는 단계에 이르는 것에 대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택우 회장은 AI 데이터에 주목했다. 김 회장은 “AI 의료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생산자와 환자의 권리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를 위해 데이터특별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데이터특별법에는 ▲AI 오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데이터생산자의 권리를 보장할 것 ▲진료현장에서 AI 데이터 활용 시 디지털 수가 개발성 등이 담길 전망이다.
의사면허관리원 설립과 자율규제 체계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일탈행위를 하는 회원들을 ‘자율정화’를 통해 해결하지 않으면 결국 전체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돼 국민 공감대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때문에 의협은 의사면허관리원을 신설해 면허의 가치를 지키고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대의원 정기총회에서도 면허원 설립이 승인된만큼, 관련 체계를 보완하며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면허관리를 위한 기초작업도 진행 중이다. 면허 소지자가 보수교육을 제대로 이수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록과 데이터를 정리하는 작업이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의사면허 소지자가 어디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실태를 알아야 그 다음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정부가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데에는 너무 오랜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성근 공보이사는 “법적사안 개입 시 징계절차가 장기간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면허관리원은 면허자체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의사의 ‘역할’을 관리하는 체계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전달체계와 지속가능한 의료체계 구축 방안도 주요의제로 떠올랐다.
김택우 회장은 “의료전달체계, 인력, 재정문재와 미래의료를 한 틀에 담아낸 국가차원의 의료체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면서 의료정책의 연속성과 장기계획 수립이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제시했다.
김 회장은 정부조직 개편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복지 예산은 100조원인데, 보건 예산은 20조원”이라며 “의료 자체를 위한 정책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보건보와 복지부를 분리하자고 강조한 것”이라며 “보건의료수석실 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복지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땜질식 정책을 내놓더라도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검토가 부족하고, 전문가 단체인 의료계와 충분히 상의해 정책을 만들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이 때문에 일차의료를 살리겠다며 내놓은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장기적인 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정부조직을 개편하며,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