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온 나라가 수십조원의 예산을 쏟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어렵게 태어나서 아픈 신생아가 갈 곳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권장하면서 정작 태어난 아기를 치료할 병원은 없는 역설이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NICU)이 마지막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비수도권의 상황은 재난에 가깝습니다. 신생아 분과전문의 한두명이 24시간 365일 해당 지역의 고위험 신생아를 홀로 감당하는 곳이 수두룩합니다. 최근 불거진 전북대병원의 운영 중단 위기는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붕괴를 알리는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이는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작년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 충원율이 13.4%(2025년 하반기 모집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전공의 지원 기피가 고착화되면서, NICU의 미래를 책임질 신생아 분과전문의의 신규 공급 라인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후속 세대의 대(代)가 끊기다 보니 현장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남은 교수들이 진료와 당직을 홀로 떠안으며 버티고 있습니다. 잠시 버티면 지나갈 일이 아니라, 의료의 연속성 자체가 무너진 상황입니다.
붕괴는 이미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의사가 없어 지방의 여러 중소 NICU가 문을 닫았고, 이제는 수도권 중소병원들마저 인력난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밤샘 당직을 서며 버티고 있는 지방 거점 NICU들도 언제 같은 위기에 직면할지 알 수 없습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몰락은 단순한 의료계의 손실이 아닙니다. 태어나자마자 숨 가쁜 사투를 벌여야 하는 가장 취약한 생명들과, 그 아이를 품에 안은 가족들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일입니다.
대한신생아학회는 그동안 어떻게든 현장을 지키기 위해 보건당국과 협력하며 다각도로 노력해 왔으나, 이제는 의료진 개개인의 희생과 헌신만으로 붕괴의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대통령과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그리고 엄중히 호소합니다. 이 위기는 이미 한 부처의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무너져 내리는 NICU의 숨통을 당장 틔울 수 있는 긴급 응급조치를 단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청춘을 바쳐 이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신생아 의료의 대를 이을 후속세대 육성책을 국가 최우선 과제로 수립해 주십시오.
신생아중환자실은 단순한 병실 하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태어나 처음 숨을 쉬는 곳입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에서 저출생 극복은 공허한 구호일 뿐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출발점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책임 있게 응답해 주시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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