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간호협회가 진료지원간호사의 교육의 ‘통합 일원화’를 고수하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는 진료지원업무의 교육∙평가체계를 간호계가 ‘독점’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내놨다. 진료지원업무의 법적 성격, 의료현장의 책임구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간호계에 따르면 정부는 진료지원업무 간호사 교육과정 운영지원 및 수료증 관리 업무와 교육기관 지정 및 평가 업무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간호계는 해당 기능을 분리할 경우 교육의 질 관리∙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구조적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간협은 교육과정 운영지원과 교육기관 지정·평가 업무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통합적 기능이라는 입장이다. 교육과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교육기관의 시설과 교육환경, 강사진의
전문성, 교수·학습 체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심사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육과 평가 주체의 인위적인 분리는 ‘역할분담’이 아닌 ‘행정적 단절’을
초래해 혼란과 비효율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견해다.
간협은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도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해당 제정안에는 진료지원업무 교육과정 운영지원과 수료증 관리 업무를 간호 전문기관이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는 만큼, 교육과정의 핵심 구성요소인 교육기관 지정·평가 업무를 별도 기관에
위탁하는 것은 법령의 취지를 훼손하고 제도 설계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진료지원업무가 고도의 임상적 판단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간호 영역인 만큼, 교육
내용과 평가 기준, 결과 검증 방식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 역시 간호 전문직을
대표하는 간협이어야 한다는 입장도 내세웠다.

반면 의료계는 진료지원업무의 교육·평가체계가 의사의 지도·위임과 의료기관의 책임을 토대로 한 협력적 관리체계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가 2일 의협 지하 대강당에서 개최한 진료지원업무 교육·평가체계 관련 공동성명 발표에서 대한의사협회 박명하 상근부회장은 진료지원업무가 간호사의 독자적 영역이 아닌,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 후 의사의 지도와 위임에 근거해 수행되는 업무라는 점을 짚었다.
박 부회장은 교육과 평가가 상호 연계돼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면서도, 그 연계가 ‘독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간협이 교육뿐만 아니라 평가까지 독점적으로 맡게 되면 객관성, 공정성, 현장수용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박 부회장은 “평가독립성과 이해상충
방지, 외부검증 절차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지원업무의 특성상 단일한 교육·평가체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기관 유형과 진료과목, 환자군, 장비·인력 여건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과 교육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수술실, 중환자실, 심장혈관센터 등 고위험 영역에서는 표준화된 기본교육과
병원별∙진료과별 임상환경에 맞춘 현장교육, 내부 자격관리, 지속적
역량평가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간호계에서는 간협이 교육부터 평가, 자격관리까지
맡아야 한다는 근거 중 하나로 해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간협에 따르면 일본은 일본간호협회가 인정간호사 제도의 교육과정 개발, 교육기관 인정, 자격시험 및 갱신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미국간호협회 산하 ANCC(미국간호사 자격인증센터)가 간호사 교육 및 자격 인증 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간협은 전문직단체가 교육기준 설정과 자격관리의 중심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립된 표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국내제도와 해외제도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박 부회장은 “미국 PA, 영국 PA∙AA, 호주
NP 등은 각국의 면허∙자격∙규제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제도”라며
“국내 진료지원 업무와 제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2일 행정예고를 통해 교육은 80시간(이론 40시간, 실기 40시간) 이상, 현장실습은 200시간 이상으로 하는 최소 이수기준으로 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 제정안을 공개했다. 교육과정의 최소 기준이 구체화된 가운데,
교육기관 지정·평가 주체를 둘러싼 간호계와 의료계의 첨예한 입장 대립은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