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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보험회사 손해율 줄이자고 치료권까지 끊겠다는 것인가

도수치료 졸속 관리급여 전환 재검토 촉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메디포뉴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7월부터 도수치료를 관리급여로 전환하면서 회당 수가를 4만 3850원 수준으로 정하고, 치료 횟수도 원칙적으로 주 2회·연 15회, 예외적으로도 연 24회까지만 인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도수치료 전에는 기본물리치료나 단순재활치료를 먼저 받도록 하는 기준도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이를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조치라고 포장합니다. 그러나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민간보험사의 손해율 관리 논리를 국민건강 정책으로 둔갑시키는 것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국민에게 필요한 치료를 끊어놓고, 그것을 개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도수치료는 보험업계가 말하듯 단순히 ‘과잉진료’라는 한 단어로 몰아붙일 수 있는 치료가 아닙니다. 목·허리·어깨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 출산 후 손목이 끊어질 듯한 통증을 겪는 산모, 유방암 수술 후 가슴과 어깨가 굳지 않도록 재활이 필요한 환자, 선천성 근육성 사경으로 조기 치료가 절실한 영유아에게 도수치료와 재활치료는 삶의 질과 일상 회복을 지키는 중요한 치료수단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영유아 환자입니다. 선천성 근육성 사경은 아기의 목이 단순히 한쪽으로 기운 증상이 아닙니다. 한쪽 목 근육이 짧아지거나 굳어 머리와 얼굴, 목의 성장이 비대칭으로 진행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조기에 치료하면 상당수 아이들이 재활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얼굴 비대칭, 목 운동 제한, 어깨 높이 차이, 척추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수술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횟수 제한과 선행치료 요건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치료 골든타임을 행정 편의로 빼앗는 일입니다.

출산 후 산모들이 겪는 손목건초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를 안고, 수유하고, 젖병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 산모에게 손목 통증은 ‘쉬면 낫는다’는 말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정작 출산 후 몸이 무너진 산모가 필요한 치료를 받는 길은 좁히겠다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보건복지 정책입니까.

유방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에게도 재활치료는 선택적 편의가 아닙니다. 수술 후 가슴, 어깨, 겨드랑이 부위가 조이고 굳으면 팔을 들어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아이를 안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본 동작이 어려워집니다. 가슴 근육과 어깨 관절이 굳어지는 것을 막고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도수치료와 재활치료까지 일률적 제한의 대상이 된다면, 그것은 암 생존자의 회복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어르신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고령층에게 근골격계 통증은 단순한 불편이 아닙니다. 허리와 무릎, 목과 어깨 통증으로 움직임이 줄면 근력이 약해지고, 낙상 위험이 커지고, 결국 돌봄 부담과 의료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진정 국민 의료비를 걱정한다면, 필요한 치료를 막아 병을 키울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제때 치료받고 더 큰 질병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성인 통증 환자, 출산 후 산모, 유방암 수술 환자, 영유아 사경 환자, 어르신은 모두 처한 상황과 의학적 필요가 다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환자 상태와 질환 특성에 맞게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보험업계가 주장해 온 비용 절감 논리에 기대어 국민의 치료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관리급여 전환을 앞두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도수치료 운영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가를 낮췄다고 말하지만, 병원에서 치료 자체가 사라지면 국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혜택이 아니라 치료 공백입니다. 가격표만 낮추고 치료받을 곳을 없애는 정책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정부·여당에 묻습니다. 보험회사 부담을 줄이겠다고 아이들의 치료 골든타임을 빼앗아도 됩니까. 출산 후 손목이 끊어질 듯 아픈 산모의 치료는 누가 책임집니까. 유방암 수술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환자의 회복은 비용 절감의 대상입니까.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의 통증과 보행 불편은 누가 책임집니까. 국민건강을 지켜야 할 보건복지부가 보험업계의 손익 계산서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맞습니까.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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