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27일 보건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100일 이내 건강보험 등재를 목표로 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사후평가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제도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시범사업이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정책적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환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기간은 평균 2년 11개월에 달했으며, 일부 치료제는 3년 이상이 소요된 사례도 확인됐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등재를 기다리는 시간은 병이 진행되는 시간이며, 때로는 마지막 치료 기회를 놓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시범사업은 해외에서 일정 수준 이상 급여되고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 가운데 대체약제 유무, 질환의 중증도, 재정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속등재 필요성이 높은 약제를 대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또한 기존의 순차적 급여절차를 개선해 허가심사와 급여평가, 약가협상을 병행 추진함으로써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100일 이내 건강보험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은 제한된 대상 범위에서 추진되는 만큼, 향후 본사업에서는 보다 많은 희귀질환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 요건을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신속등재를 통해 치료 기회를 앞당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사후평가 과정에서도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일이다. 사후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 또는 급여기준이 조정되더라도 이미 치료를 시작해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의 치료 연속성은 보장돼야 한다.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주요국 역시 실제임상근거를 활용한 사후평가 체계를 운영하면서도 기존 치료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환자 보호장치를 함께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환자의 삶과 치료 연속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제약사의 책임 있는 역할도 중요하다. 신속등재 제도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뿐 아니라 제약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약사는 환자의 치료 기회를 앞당긴다는 제도 취지에 맞게 신속하고 성실하게 절차에 참여해야 하며, 사후평가에 필요한 자료 제출과 근거 축적에도 책임 있게 협력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통해 제시한 항암제 등 중증질환 혁신신약 신속등재-후평가·조정 체계 역시 조속히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암을 비롯한 중증질환 환자에게는 치료 시기가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혁신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적극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건강보험 등재기간을 100일로 단축하겠다는 목표와 신속등재-사후평가 체계는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제도가 설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 보호장치 마련과 사후평가 체계의 안정적 운영이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사후평가 시범사업이 단순한 등재기간 단축 정책을 넘어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기회를 실질적으로 앞당기는 제도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번 시범사업의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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