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0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정책

뇌성마비 70% 이상, 임신 중 원인형성…다인자 고려 必

산과적으로 예방 가능한 뇌성마비, 5%도 되지 않아


의료계가 뇌성마비를 ‘분만 사고’로 단정해온 기존 인식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뇌성마비의 다수가 임신 중 형성된 유전·산전 요인에 기인하고, 분만 중 저산소증의 기여도는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원인 규명과 책임 판단에 대한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공동주최한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 국회토론회가 6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정책토론회를 통해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뇌성마비의 원인을 평가할 때는 분만∙진통 중의 모니터링만 볼 것이 아니라, 산전부터 누적된 여러 원인을 한꺼번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뇌성마비 발생의 대부분은 분만 때문이 아니라 유전이나 산전 요인, 일부의 분만요인 등 다인자적 원인을 갖고 있고 분만 중 저산소증은 최대 20% 정도만 연관이 있다.

설 교수는 뇌성마비에 있어 분만의 역할이 크다고 보기 위해서는 신생아 허혈성 뇌병증 발생 시 ▲이전에는 없던 문제가 분만 중 저산소증 노출로 생긴 것이 유일한 원인인지 ▲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이 생긴 경우 모든 아기가 뇌성마비로 이어지는지 ▲분만 중 발생할 수 있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을 예측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설이 모두 성립해야 한다면서, 최근의 의학적 근거들은 이러한 가설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는 “뇌성마비는 신생아가 뇌병증이 없어도 발생할 수 있고, 만삭아 뇌성마비의 약 20%는 분만 중의 허혈성 뇌손상과 연관이 있다”면서 “분만 중 허혈성 뇌병증마저도 분만과정에서의 저산소증만이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대동맥혈 산도가 나쁜 저산소성 뇌손상이 있는 경우에도 뇌성마비의 빈도는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의 의학으로는 태아 뇌성마비의 생물학적 취약성에 대해 완전히 규명할 수 없지만, 최근의 연구를 통해 뇌성마비에서 유전적인 취약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2023, 2024년의 연구들을 보면 원인미상으로 남아있던 뇌성마비 상당수에서 유전자 이상이 약 31%로 보고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뇌성마비를 더 이상 분만과정의 저산소성 사건이 아닌, 유전적 원인을 포함한 신경발달 질환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분만 중 전자태아 심박동 모니터링이 중요한 감시체계이지만, 태아산증이나 뇌성마비를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위양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설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분만 및 진통 과정에서 아기가 다양한 심박동 패턴을 보여주는데, 분만 산모의 약 84%에서 태아 심박동 감소가 나타난다. 또 NEJM에 실린 연구에서도 이러한 모니터링을 보였음에도 실제 뇌성마비는 0.2%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제왕절개술만 증가시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심지어 태아 모니터링 도입 후 모니터링 소견에 따른 제왕절개술이 급격히 증가했지만, 뇌성마비에 대한 변화는 거의 없었던 만큼, 뇌성마비 원인의 상당수는 내재된 병태생리에서 기인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끝으로 “뇌성마비가 정말 분만에 의해서 생겼다고 판정을 하려면 다양한 분석들이 동시에 시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도 “뇌성마비의 70~80%는 뇌의 발달이나 유전질환 문제, 태반 내 기능이상, 자궁내 감염 등 임신 기간 중에 원인이 만들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으로 자궁 내 감염인 융모양막염이 있을 경우 특히 뇌성마비의 위험이 2~3배 증가하며 이외에도 태아성장지연, 선천성 기형∙뇌 발달, 산모의 당뇨, 고혈압 등 유전적 요인, 조산, 다태아 등이 뇌성마비 위험 요소로 꼽혔다. 

또 “재왕절개율이 크게 늘고 있는데, 뇌성마비가 주로 분만사고로 생긴다면 제왕절개가 늘수록 뇌성마비도 줄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의학이 쌓아온 증거이자 뇌성마비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기는 질환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산과에서 예방가능한 뇌성마비도 전체의 약 1~5%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태아에게 언제 산소부족이 생길지 예측하는 것이 현대의학으로 불가능하고 ▲모니터링 장비의 위양성과 위험성으로 인해 이상소견이 나타나도 아기가 괜찮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또 이 교수는 뚜렷한 사고가 없더라도 뇌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신생아 뇌병증 환자의 60명 중 19%는 자궁파열 등 명백한 급성사건이 없었고, MRI 검사 결과 아이들의 뇌 손상은 출생 전 시작됐었다”고 했다.

끝으로 “누구의 잘못인지가 아닌 이 신생아에게 어떤 일이 일었는지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예방 가능한 부분과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공유 및 사회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소병훈 보건복지위원장은 “전체 뇌성마비의 70~80%는 산전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순수한 분만 중 저산소증에 의한 경우는 10~14% 수준”이라며 “뇌성마비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환자보호는 물론, 위기에 처한 필수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서미화 의원은 “피해가족에게는 실질적인 국가적 보호망을 제공하고, 의료진에게는 안심하고 분만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상생의 핵심”이라면서 “제도적 뒷받침이야말로 붕괴위기에 처한 분만인프라를 재건하고, 저출생 위기를 극복하는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국민과 함께 나누고,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며, 신뢰를 회복하는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일본, 대만처럼 분만 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뇌성마비 등 중증 손상에 대해 과실유무를 둘러싼 소송에 앞서 국가가 책임을 나눠 지는 보상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은 우리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