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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창간 7주년] 보건의료정책 소탐대실 말아야

의료계와 제약계의 2011년은 국내 의약사상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기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올해 의약계는 정부의 보건의약정책 변화로 엄청난 충격과 갈등, 그리고 그 변수 등에 의한 파급으로 적어도 5~10년 이상 의약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변수가 한꺼번에 몰아쳤기 때문에 일일이 나열하기 조차 번거롭다. 그 중 대표적인 ‘약제비지출 합리화방안’과 ‘일차의료 활성화방안’만 짚어봐도 정부정책의 변화와 추진방법에 얼마 만큼 많은 문제점과 치명타를 줬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가 ‘제약산업 발전방안’에 포함해 발표한 약제비지출 합리화방안은 오리지널에 비해 제네릭 약가 폭을 더 확대 인하하고 기등재약가도 평균 14% 정도 일괄 인하는 것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약가를 대폭 끾아 내리자는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업계는 받아 들이고 있다. 특히 더욱 주목을 끄는 대목은 이러한 전대미문의 약가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계에 대한 양해나 설득은 커녕 대화마저 끊고 범정부적 수사기관을 총 동원해 리베이트 쌍벌제 철퇴란 명목으로 제약회사와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으로 옥죄였다는데 있다. 이 과정에서 업계가 더욱 통분해 하는 것은 약가에 관한 시책을 터트리기 직전 반드시 리베이트사건이 터졌다는 점이다. 이는 烏飛梨落격이 아니라 손발 묶고 입까지 막아 놓은 상태서 새 약가제도를 받아드리라는 엄포였다고 업계의 원성과 비난이 가득하다.

새 약가제도의 시행방법 역시 충격적이란 반발이다. 내년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기등재약의 약값이 53.5% 수준으로 일괄인하될 경우 제약업계의 매출감소액은 무려 1조7,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피해가 날 것이란 것이 보사부측의 분석이다. 때문에 제약협회측은 제약산업의 일시적 타격을 막기 위해 인하폭의 완화와 인하시기의 단계적 실시를 끈질기게 요청해 왔다. 때를 같이하여 전임 두 장관이 대화마저 단절 시켰던 전례와는 달리 임채민 장관이 취임하면서 대화의 물고를 터주긴 했지만, 결과는 예나 다름없이 일괄인하로 귀결 시켰다.
결론적으로 새 약가제도는 현 정부의 약값을 인하시켜 건강보험재정을 막아 보자는 속내를 그대로 강행시켰다고 단정지을 수밖에 없다.

한편 올해 의료계의 최대 현안이었던 ‘일차의료 활성화방안’ 역시 의료수가인하와 진료비를 감축시켜 건보재정을 안정화 시키려는데 목적이 있었음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올 한해 의료계에 대한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선택의원제’가 그 대표적 증거다. 당초 복지부는 ‘주치의제도’를 들고 나왔으나, 의료계가 이를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 총액계약제로 전환해 건보재정을 확충하려는 의도라고 반대하자 다시 들고 나온 것이 ‘선택의원제’이다. 얼핏 보기에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의원을 자유롭게 선택할 경우, 환자에게는 진료비를 할인해 주고 의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줄 뿐만 아니라 상급종합병원만 찾았던 환자를 일차의료기관으로 전환시켜 일차의료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고 평가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효과는 매우 미미할 것이란 의료계측의 분석이다. 우선 대상환자의 일차 수혜대상 전문과가 내과와 가정의학과로 국한돼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일차의료 활성화 명제의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 더구나 당뇨병 질환의 경우 합병증을 포함해 복합적인 여러 질환과 관련돼 있어 환자들이 일차의료기관을 선호하겠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문제점은 이미 지난 10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과 일차의료 활성화방안으로 시행된 경질환의 상급종합병원 약제비 본인부담 차등제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당뇨질환의 복합적인 발병요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당뇨환자의 진료비만 높였다고 당뇨환자단체가 들고 일어난 사건까지 발생했다. 병원계 역시 의료의 현실을 무시한체 영상장비 수가인하 등 각종 의료수가와 진료비 억제로 보험재정 확충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집단적 반발운동까지 전개할 태세를 보이고 있는 극한 상황이다.

‘선택의원제’ 문제는 의료계 내부에도 심각한 갈등과 파동을 일으켰다. 일차의료 활성화의 대상 질환이 고혈압과 당뇨로 집약되어 특정진료과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됐다. 의대 졸업생들의 전공의 지원이 외과계열이나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여타 진료과를 외면함에 따라 앞으로 국가 진료체계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기해 줄 정도로 막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다. 또 새로 개원을 하려는 내과와 가정의학과 의사들도 개원의 길이 막힌다고 호소하고 있다. 선택의원제로 환자들이 일단 특정 의원을 선택하게 되면 의원을 바꾸지 않을 것이므로 개원할 입지마저 막혀 버리게 될 것이란 우려다.

이토록 의료계가 반대하고 있는 ‘선택의원제’를 복지부가 끝내 시행하려는 의도가 과연 무엇일까? 이는 의료계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정부가 어떻게 해서라도 총괄계약제 등 현행 지불제도를 바꾸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런 목적이 아니고 순수한 차원에서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해 의약분업의 구조적 문제점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기할 생각이라면 방도는 간단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즉 일차의료기관의 진료비 환자부담을 낮추면서 개원의의 진료비 수입을 높여주면 모두에게 환영 받으면서 소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보건의료계와 제약계가 정부 정책에 대해 원망과 한탄의 목소리로 가득하고 있는 이유는 그릇된 행정자세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건강보험악화란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많지 않은 산하 산업인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을 송두리째 탄압하고 옥죄이는 우를 저지르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복지부 차원에서 건강보험문제는 그 어느 것 보다도 중차대한 사안임은 틀림없다. 그렇다고 정부 스스로 21세기를 이끌어갈 첨단유망 정책산업이라고 지정한 보건의료산업을 범정부 차원의 수사기관까지 동원해 가면서 옥죄이고 희생시켜 가면서 목적을 이뤄서야 누가 보건복지부를 합리적이고 신뢰성 있는 주무부처라고 하겠는가?

행정이란 옛부터 민의를 대신하여 고도의 합리성으로 공공목표를 수행하는 것이라고들 해왔다. 제발 연착륙을 해달라고 울부짖는 10만 제약인들의 안타까운 호소가 들리지 않는가? 그토록 존경 받았던 의사가 어느 날 쌍벌제란 누명으로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오늘의 참담한 현실을 보건복지부 당국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제발 더 이상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의료인과 제약인들도 바뀌어야 한다. 모든 제도와 환경이 달라졌다. 과거에 집착해 아직도 리베이트를 고집하다간 스스로 큰 화를 자초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료수준과 제약수준 이라면 글로벌화 되어 있고 또 세계무대로 진출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젠 외국 환자들이 찾아오는 상황이 되지 않았는가? 제도나 정책에만 매달리지 말고 의료의 질적 서비스를 통해 한껏 기량을 발휘할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어렵다는 개원환경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많은 개원의들이 있음을 기자는 역력히 보아왔다. 제발 의료계 내부의 갈등이나 체면을 구기는 따위만은 사라지기를 바란다.

제약계 역시 개량신약은 글로벌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이미 17개의 신약을 개발해 세계 10여 개국 밖에 안 되는 신약개발국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 놓았고 326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이중 임상단계가 100여 개가 넘고 있지 않는가. 특히 동아제약을 비롯해 10여 개 제약사들이 해외 임상 등을 통해 미국을 비롯 세계 각국의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한미 FDA 비준의 최대 피해산업이 되었지만 복지부가 약가인하의 대응책으로 내년 3월부터 연구개발 중심 제약산업 선진화정책을 본궤도에 진입시킨다면 신약개발을 통한 제약산업의 구조개편도 기대할 만 하다. 인도가 제네릭을 통해 미국시장을 비롯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데 우리의 제네릭 수준도 이만 못하지 않을 것으로 굳게 믿으며 크게 기대를 걸어본다.

오늘은 의료계와 제약계의 정론지를 자처한 ‘메디포뉴스’가 태어난지 일곱 해를 넘긴 날. 일수론 2,555일에 불과하지만, 주말과 휴일은 물론 명절과 휴가철 등 그 어느 한 때라도 메디포뉴스가 휴식을 취한 적은 없다. 인터넷뉴스의 속성인 허황된 말장난도 삼갔다. 오로지 충실한 정보전달에만 역점을 두었고 앞으로도 정론의 편집방향은 변함 없을 것이다. 많은 지적과 격려 및 지원을 아끼지 마시고 하시는 사업의 번성과 건승을 기원 드린다.

발행인 진 승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