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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신년사] ‘공멸’이 아닌 ‘공생’의 기지를

2011년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가 밝았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김춘추가 고구려에 붙잡히는 몸이 됐을 때 별주부전에 나오는 토끼의 재치를 떠올려 고구려 옛 땅을 되돌려주겠다는 기지로 무사히 신라로 귀환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토끼는 이처럼 우리에게 지혜롭고 영특함, 풍요로움과 이상향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묘(卯)는 음력으로는 2월이자 시간으로 오전 5시~7시로 농사가 시작되고 일하러 나갈 시간을 의미한다.

신묘년을 맞아 의료계와 제약계도 토끼처럼 위기속에서 지혜를 발휘하고, 토끼가 상징하는 번영과 풍요를 누리면서 모두가 진취적 발전을 위한 보람된 일을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올해 의료계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못하다.
정부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이 2011년 말로 종료됨에 따라 수입기반 안정과 지출구조 효율화를 도모하느라 한창이다. 진료비 지불제도 개선, 불필요한 의료이용 최소화, 약제비 절감 등에 머리를 짜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동네의원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대안이 ‘선택의원 제도’다. 자율 참여와 선택에 의해 추진하되, 환자와 공급자에 대한 수가와 인센티브 적용 및 서비스 질 평가체계를 구축한다는 것.

하지만 의료계는 이 제도가 곧 전담의사제와 맥을 같이하며 장기적으로 주치의 제도로의 전환을 위한 가교적 성격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입되면 지불보상방식의 개편이 불가피해 현재의 행위별수가제가 인두제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총액계액제도 심상찮게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 국회에 총액계약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법률안이 계류중이며, 수가계약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중인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에서도 가입자측에서 총액계약제를 도입해 ‘가격규제’ 방식에서 진료량까지 규제하는 ‘총비용 규제’ 방식으로의 전환까지 주장하고 있는 판국이다.

여기에 더해 원격의료 및 건강관리서비스 도입에 대한 정부와 의료계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등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각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위기상황을 맞이한 의료계의 현실은 어떠한가?
의료계의 대표단체라 할 수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집행부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제기와 불신 그리고 내부갈등으로 심각한 자중지란의 위기속에 빠져있다.

의협에서 주장하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 철폐와 의권 회복을 위해선 하나의 구심점으로 원을 그리고 또 그 원을 크게 확대해 한 목소리를 내도 시원찮을 판이지만 울타리를 부정하고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새해에는 토끼의 큰 두 귀를 보며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모두가 양보하며 슬기를 모아 내부봉합을 꾀함으로써 공멸(攻滅)이 아닌 공생(共生)의 길을 여는 대승적 차원의 단합이 무엇보다도 요구된다.
그루터기를 아무리 오래 지키고 앉아 있어도 토끼는 나오지 않듯이(守株待兎) 뒷짐을 지고 않아 비판의 목소리만 내세우기보다는 우공이 산을 옮기 듯 각 개인이 조금씩을 양손에 흙을 옮겨 담고 구심점에 힘을 실어줄 때 비로소 의료계의 오랜 숙원들이 이뤄질 것이다.

제약계 역시 위기상황은 마찬가지다. 시장형실거래가와 리베이트 쌍벌제가 실시된 상황에서 판촉수단에 제동이 걸릴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쌍벌제의 저촉범위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리베이트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의약계에서 리베이트(Rebate)는 어떤 형태이든 범죄시 될 것은 분명하고 그 댓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遇"는 아예 염두에 두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중소제약사는 100여종이 넘던 생산품목수를 오랜 시간에 걸쳐 30품목으로 대폭 줄였다고 한다. 회사의 임직원이 모두 반대했지만, 매년 수익성 없는 품목을 계속 생산중단하니까 외형은 줄었지만 경영전반에 걸쳐 수익성이 제고되었다는 것.

마진있는 품목만 남겨 놓으려니까 독특한 신제품을 찾아야 했고, 생산품목이 줄어드니까 생산성 제고와 영업력 강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제품의 경쟁력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세미나 등 전문 디테일 강화로 판촉방법이 자연스럽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또 한 영업 베테랑은 "영업은 워니, 뭐니해도 '감성 영업'이 최고"라고 했다. 마음과 몸과 정성을 다하면 친해지기 마련이고 가족처럼 가까워지는데 안 팔아 줄리 없다는 경험담이다.

어찌보면 오늘의 리베이트 규제는 실보다 득이 될 수도 있다. 지나친 외형경쟁 의식만 버린다면, 제약사들이 뚫고 나갈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믿는다. 차제에 '소탐대실'의 과욕을 버려봄도 생각해 볼 일이다.

2011년 신묘년, 토끼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영삼굴(兎營三窟)’을 파 놓듯 ‘재치와 지혜’라는 무기로 재무장한 의료계와 제약계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아울러 메디표뉴스는 올해에도 의료계와 제약계에 정론을 표방하며 깨어있는 시각으로 신속·정확한 정보제공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건강과 더불어 건승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발행인 진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