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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에이즈, 항바이러스제 잘 복용하면 전파 안 돼…인식 개선 필요”

대한에이즈학회 송준영 홍보이사

질병에 대한 낙인이 유난히 강한 질병이 있다. 성매개 감염, 그 중에서도 에이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낙인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해당 질병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른 질병까지 데려오기 때문. 

특히 최근 ‘엠폭스’가 국내에서 확산되자 엠폭스를 에이즈의 일종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메디포뉴스가 5월 18일 ‘세계 에이즈 백신의 날’을 맞아 대한에이즈학회 송준영 홍보이사(고려의대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를 만나 국내 에이즈 현황과 인식개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봤다.
 


Q. 대한에이즈학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한에이즈학회는 2007년도에 창립돼 16년째를 맞이하는 전문학술단체로 HIV 감염의 진단, 치료, 상담 등 진료현장의 임상적인 내용부터 병리기전 규명, 치료제, 백신 개발 등 기초분야까지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진료지침 제정, 정책제안 등의 활동을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HIV 감염인의 차별, 낙인 해소와 인권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과 캠페인에도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에이즈는 어떤 질병인가요?

에이즈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에 의해 유발되는 만성감염질환입니다. 

HIV 감염이 되면 50%는 감염 후 2-4주 시점에 발열, 발진, 임파선염 등의 감기 증상을 앓고 이후 회복이 됩니다. 

급성기 증상이 호전되면 무증상 기간이 평균 8-10년 정도 이어지는데, 이 기간동안 증상은 없지만 점진적으로 면역체계가 파괴돼 8-10년이 경과하면 면역기능이 현저히 떨어져서 기회감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악성종양의 발병 위험도 증가합니다. 

에이즈는 조기에 진단을 해서 면역체계의 손상을 막고 추가적인 전파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단이 지연돼 이미 면역시스템의 손상이 심한 경우에는 치료를 해도 면역기능의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에이즈는 성접촉, 혈액노출, 오염된 주사침 등을 통해 감염이 되는데, 대부분의 감염이 성접촉을 통해서 발생하는 성매개 감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유병인구, 치료환경 등 에이즈에 대한 국내 현황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국내 HIV 누적 감염인은 20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연간 1000여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고, 현재 생존 HIV 감염인은 17000여명인데, 국내 감염인의 진단율이 62.5% 정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감염인 수는 27000명이 넘는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3년간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서 보건소 진단 건수가 50% 감소했기 때문에 실제 진단이 안된 HIV 감염인 비율이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아 우려됩니다. 

미국, 서유럽 국가, 일본 등의 80% 이상 진단률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미진단 감염인의 진단률을 높이기 위한 교육, 홍보와 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발적 검진을 통해서 진단을 받는 비율이 낮고 질병의 악화나 수술 전 검사로 진단되는 비율이 높아서 진단 시 이미 CD4+ T-세포 수가 200 미만인 환자가 60%에 달합니다. 조기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감염인의 건강과 예후 개선, 전파예방 등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발적 검진을 통해서 조기 진단을 받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최근 신규 HIV 감염인구의 특징은 20-30대 젊은 연령층의 감염이 70% 가까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HIV 감염인의 치료제 개발의 괄목할만한 발전 덕분에 40세 기준으로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는 HIV 감염인의 평균여명이 40년으로 연장이 됐습니다. 20-30대에 HIV 감염이 된다면 향후 50년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20-30대 감염인의 증가는 상당히 큰 질병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내 HIV 감염인의 검사 및 치료 비용을 국가에서 대부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치료를 담당하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의료기관이 제한적이어서 의료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최근 엠폭스가 창궐하며 에이즈의 일종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질병은 어떻게 구분되나요?

두 가지 감염병 모두 공통적으로 성접촉을 통해서 주로 전파가 되는 성매개감염이지만 전파경로에 대해 차이가 있습니다. 에이즈는 성접촉 이외에 수혈, 바이러스에 오염된 주사기 등을 통해서 감염되는 반면 엠폭스는 긴밀한 접촉과 비말을 통해서 호흡기 전파가 될 수 있습니다. 

임상경과도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에이즈는 HIV 감염에 의해서 점진적으로 면역시스템이 손상되는 만성질환입니다. 반면에, 엠폭스는 monkeypox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감염병으로 수두, 홍역과 유사하게 발열, 두통, 근육통, 수포성 발진 등의 증상이 특징적으로 대개는 1-2주 이내에 완전히 회복이 됩니다.


Q. 국내 에이즈 치료 가이드라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학회에서는 2010년도에 진료지침 위원회를 구성했고, HIV 감염의 진단과 치료 임상진료지침, 노출전 예방요법(PrEP), 기회감염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발표했습니다.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HIV 감염의 진단과 치료지침은 2-3년 주기의 짧은 간격으로 개정하고 있습니다.  

Q. 에이즈 치료와 관련한 최신 치료 동향 및 개발되는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HIV 감염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는 최근 10년간 획기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과거에 사용하던 약제는 지방위축으로 인한 외모의 변형을 일으키고, 약 알의 크기도 매우 크고 색깔도 특이해서 낙인효과의 문제가 있어서 순응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약제 부작용과 약제 내성이 빈번해서 치료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사용되고 있는 약제는 하루 한번 복용하는 ‘single tablet regimen’으로 약 알 크기도 작고, 식이 제한도 없어서 복용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이 됐습니다. 약제 부작용도 드물고, 내성장벽도 높아져서 한가지 약제로 4-5년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환자들이 많아졌습니다. 고혈압, 당뇨 등과 같이 관리가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항바이러스제 개발의 방향은 장기 독성 감소와 편의성 개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보다 신기능부전, 당뇨,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의 발병 위험을 더욱 낮출 수 있는 약제들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1-2개월 이상 긴 간격으로 근육주사로 투약을 하는 cabotegravir 같은 약제들이 이미 개발됐는데, 3-6개월 간격으로 투약하는 약제들도 개발 단계에 있습니다.

HIV 예방백신과 치료백신 개발도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HIV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다양성과 빈번한 변이가 가장 큰 백신개발의 장벽이 되어 왔습니다. 

최근에 polyvalent vaccine, conserved epitope을 타겟팅한 백신, 새로운 플랫폼 백신의 prime-boost combination 등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본질적인 특성과 함께 장기간 지속되는 면역유도의 어려움, 방어면역을 평가하는 기준의 부재, 적절한 동물모델의 부재 등이 백신개발을 어렵게 하는 난제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예방백신 보다 우선 치료백신 개발을 먼저 시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IV 감염인에서 백신접종을 통해서 항체면역과 T-세포면역을 강화함으로써 항바이러스제 투약 없이도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억제하고 면역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예방백신 개발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HIV 감염인 분들이 가장 관심이 있고 간절히 기대하고 있는 완치에 대한 내용입니다. 

HIV는 CD4+ 세포를 감염시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바이러스의 복제가 차단되고 혈중에서 검출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억제됩니다. 그러나, 일부 HIV 감염 세포는 비활성화 휴면 상태로 전환돼 지속감염 상태를 유지합니다(latent reservoir). 

이러한 비활성화된 세포는 면역체계나 항바이러스제의 공격을 피해 숨어 있으면서, 복제를 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제를 중단하면 다시 활성화돼 HIV 감염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주로 기억 CD4+ T-세포에서 잠복할 가능성이 높지만, 다른 종류의 CD4+ 세포에서도 HIV latent reservoir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잠복 상태의 proviral DNA를 갖고 있는 CD4+ T-세포 등을 타겟팅한 치료백신이나 CCR5-delta 32 변이를 유도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대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Q. 학회 차원에서 진행하는 인식개선 활동 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대한에이즈학회에서는 HIV 감염에 대한 연수강좌, 학술대회 이외에 2020년도부터 HIV 감염인의 차별과 낙인, 인권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획심포지엄을 연 1회 이상 개최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성소수자, 빈곤층 등 취약한 감염인의 의료접근성과 정보보호, 인권 보호 등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Q. 대한에이즈학회에 남겨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요?

20-30대 젊은 감염인 발생을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전파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하고, 노출 전 예방약물요법(PrEP)의 접근성, 보험적용기준 완화 등을 위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Q. 정부 또는 환자, 국민에 바라시는 점이 있으신가요?

정부: 95-95-95 goal

UNAIDS에서 제시하고 있는 95-95-95 goal에 대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HIV 감염 유행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95% 이상의 감염인이 조기 진단을 받고, 95% 이상의 감염인이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아서, 95% 이상의 감염인이 바이러스 미검출 상태의 건강을 유지하는 95-95-95 goal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정책과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전문학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환자: U=U

항바이러스제를 잘 복용해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을 정도로 억제가 되면 긴밀한 접촉을 통한 HIV 전파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U=U (‘undetectectable’ equals ‘untransmittable’)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데, 환자분들의 순응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개념을 잘 이해하고, 주변 환우들에게도 전파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민: 편견을 없애고 낙인을 없애는 데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에이즈를 게이 병, 동성애자들에게만 생기는 더러운 병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져왔고, 어떻게 전파감염이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잘못된 정보는 질병에 대한 공포와 편견, 차별 등 대중적인 낙인을 유발하고, 이는 HIV 감염인의 내적인 낙인을 강화해서 수치감, 자존감 저하, 삶의 질 저하, 사회적 고립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 감염이 되지 않으며, 항바이러스제를 잘 복용하고 있다면 긴밀한 접촉을 통해도 전파가 되지 않는다는 U=U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홍보 교육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