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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소아 응급진료, 예산·수가·인력 확충과 교육 활성화 병행돼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곽영호 회장

정부가 2월 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은 필수의료를 강화하고 특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이와 부모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조속히 마련·시행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마련됐다. 

소아진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중증소아 및 소아응급 진료기능과 역량 확충을 비롯해 소아암 환자 치료·회복 지원 기반 마련, 의료인력 양성 등 다양한 방안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거나 효과 대비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면 오히려 소아의료체계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법.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의 실효성 여부와 부족하거나 우려되는 점은 없는지 등을 살펴보고자 곽영호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서울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최근 응급의료와 소아진료를 비롯한 필수의료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응급의료를 비롯해 소아진료는 어떤 상황인가요?

A. 소아응급분야를 중점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분야는 임상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가 겹치는 분야이지만 안타깝게도 두 임상과에서 모두 기피하는 분야입니다.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야간 당직을 기피하며, 응급의학과에서는 성인환자 대비 소아환자를 기피하여 지속적으로 종사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그 발전이 더딘 분야였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지원률 감소(2022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률 27.5%)로 인해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소아청소년과에 의한 응급실 당직체계가 와해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이러한 영향으로 2022년 12월에 모 대학병원에서는 입원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여 전국적인 화제가 된 바 있었습니다. 

이러한 참으로 극단적이고 참혹한 상황은 소아청소년과 입장에서는 소아응급실을 더 이상 운영할 전공의가 없고, 응급의학과 입장에서는 이미 성인환자로도 벅찬 상황에서 소아환자까지 진료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사료됩니다. 

이러한 사태를 대비하고자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서는 소아응급에 종사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노력하여 소아응급 세부전문의를 양성하기 시작했으나, 아직 초창기이며(2022년이 배출 첫해) 그 숫자가 아직 미미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정부가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대책에 대한 소개와 긍정적인 부분, 의의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해당 대책은 크게 나눠보면 ▲중증소아환자 전문치료 접근성 제고 ▲소아진료 사각지대 해소 ▲적정보상 등을 통한 의료인력 확보 등이라는 3가지 축을 중심으로 여러 정책이 담겨 있습니다. 

이 중에서 특히 소아응급의료 체계와 관련이 깊은 정책을 살펴보면 우선 첫째로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소아진료 강화를 위해 24시간 소아응급 의료의 제공과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배치, 응급실 수용 소아환자 분담률 등을 예시로 들어 평가-예비지표 개선을 제시한 것이 있습니다. 

둘째로는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기존의 8개소에서 12개로 확충한다는 내용이 있으며, 셋째로는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 평가기준에서 소아환자 진료실적 반영을 강화하고 24시간 소아진료 의무 위반 대상 관리와 점검체계를 마련할 것을 제시했습니다. 

넷째로는 24시간 소아전문 상담지원체계 구축을 통해 소아의 갑작스러운 증상에 대하여 전화상담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천명했으며, 다섯째로는 야간·휴일 소아 진료기관(달빛어린이병원 등) 확대를 제안했습니다. 

긍정적으로 볼 부분은 의료전달체계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즉, 가장 기본적인 24시간 응급진료 제공과 더불어 환자군으로 나누어 볼 때 중증응급환자(상급종합병원과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와 경증응급환자(전화상담)에 대한 대책과 그 외에도 시간외 진료(달빛 어린이병원 등 야간 휴일 진료 체계) 등에 대해 각각 대안을 제시하려한 점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Q. 정부가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에서 보완이 필요하거나 우려되는 문제점들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상급종합병원 중증소아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한 지정·평가기준과 예비지표, 의료질 평가 개선과 관련해 우려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A. 상급종합병원의 중증소아 진료 기능 강화를 위한 지정-평가 예비지표의 예시로서 24시간 소아응급 제공과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 배치, 응급실 수용 소아환자 분담률 등이 제시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실에서 구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조속히 제시돼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가장 의미 있는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배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현실에서 실제로 24시간 소아응급환자 진료가 가능한 숫자의 의미 있는 숫자의 전담전문의(응급의학과 전문의 혹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혹은 소아응급 세부전문의 등)를 배치하려고 한다면 상당한 숫자의 전문의와 이에 따른 상당한 금액의 인건비가 발생할 것이 예상됩니다. 

이에 대한 예산 확보 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소아응급 전담전문의 배치나 이를 통해 가능할 24시간 소아응급의료 제공은 실패할 것이 우려됩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소아응급전담전문의에 의한 진료에서 발생하는 수가에 대한 현실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소아응급 전담전문의를 채용해 운영할 동기가 미약할 것인데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아쉬운 점으로 보입니다.     

Q. 야간·휴일 소아진료 공백 완화 대책과 소아전문상담센터 시범사업과 관련해 걱정되는 점이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떤 점이 걱정되시며, 제안하고 싶은 방안이 있으신가요?

A. 두 가지는 모두 학술적으로 말하면 시간외 진료기관 즉 After hours clinic (AHC)에 대한 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낮 시간의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가 끝난 후 생기는 진료 수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응급실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간외 진료기관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응급실 이외에는 현재 낮 시간에도 문을 열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의원 및 아동병원의 연장 근무 형태와 달빛 어린이병원 시간외 진료 형태의 전부입니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사회활동의 변화로 인해 시간 외 진료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며, 비록 대부분의 환자가 경증환자이기는 하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의료기관을 찾아 야간에 거리를 떠도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대한 정책으로 외국에서도 전화를 이용한 상담과 시간외 진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대책에서도 이를 고려해 소아전문상담센터와 야간-휴일 공백완화 대책이 세워진 것 같습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서는 예전부터 시간외 진료에 대해 경증환자에 대해서는 전화상담의 확대를 주장해 왔으며, 전화상담을 통해 불필요한 응급실 방문의 감소가 가능한 만큼, 이를 통해 국민들의 편익 증가는 물론 의료비 감소와 응급실 과밀화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므로 적극 찬성하며 신속한 추진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야간·휴일 공백완화 정책으로서의 달빛어린이병원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소아청소년과 개원가와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방안으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리라 생각합니다. 

Q.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확대 및 기존 응급의료기관 소아환자 진료실적 반영 강화, 관리·점검과 관련해 우려되는 점이나 제안하고 싶은 방안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소아응급 대응 역량의 강화로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확충과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진료기능 강화에 대한 정책을 환영합니다. 

이 2가지는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으로 우리 학회에서는 전국적으로 20개의 전문응급의료센터가 필요함을 주장해 온 바 있습니다. 

다만,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진료 기능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그 문제 의식에 대해서는 찬성하나, 응급의료기관 평가 시 소아환자 진료실적 반영 강화와 24시간 소아진료 의무 위반 대상 관리 점검체계 마련 등의 대안에 대해서는 행정적 평가와 처벌 위주의 정책으로 보여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됩니다. 

실제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의 확충은 수년간 현장에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낮은 수가와 높은 인건비, 시설 구축비등을 이유로 많은 병원에서 난색을 표한 것이 현실임을 감안할 때 정부 차원의 통 큰 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또한, 응급의료기관의 소아진료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행정적인 관리와 처벌 같은 단기적인 처방과 함께 소아응급에 대한 교육의 활성화와 전문인력의 양성이라는 장기적인 계획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현재 외상분야에서는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의무적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바 향후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소아응급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국가적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확대한다면 소아진료 기능의 개선이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여겨집니다. 

Q. 올해 학회에서 진행할 행사 및 계획, 앞으로 학회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먼저 세부전문의 관련해서는 올해가 세부전문의 무시험 전형의 2년차로 세부전문의를 취득하실 선생님들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무시험 전형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작년에 자격이 일부 미달하셨던 분들에게도 무시험 전형의 기회를 드리는 것으로 많은 분들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부터 시작된 세부전문의 전임의 수련 프로그램을 정비하여 각 수련 병원별로 내실있는 전임의 수련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학회 차원에서도 전임의들을 위한 공동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대한의학회의 지적사항인 지도전문의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과정 또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외적으로는 내년 가을에 학회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가칭 Asia-Pacific Pediatric Emergency Medicine Congress (APPEMC)로 초대 학회장이셨던 서울의대 소아청소년과 박준동 교수님께서 조직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준비하고 계시며, 아직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국제적인 소아응급 학술 기구가 없는 만큼 이 학술대회가 그러한 국제 조직을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그 밖에 정부 및 의료계 등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A. 모두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창립 10주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학회로 채 그 날개를 펴기도 전에 소아응급실의 근무 인력이 부족해 근무가 제한되는 생존의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비록 세부전문의 제도를 통해 장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당장의 눈앞에 닥친 여러 현안이 막중하여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모두 다 어렵다고는 하나 필수의료 중의 필수의료인 응급의료, 그 중에서도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을 보살피는 소아응급 분야에 대해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리며,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 소아응급의료센터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대한소아응급의학회의 분투에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한편,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우리나라에서 소아응급의학이라는 학문분야의 연구와 소아응급분야에서 근무하는 전문인력의 교육과 훈련의 발전을 위해 2014년에 창립됐다. 

아직 채 10주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학회로, 2022년부터 학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2023년 3월 현재 527명의 세부전문의, 92명의 지도전문의, 25곳의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이 등록돼 있습니다. 

학회의 공식 학술지로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인 ‘대한소아응급의학회지’(Pediatric Emergency Medicine Journal, PEMJ)를 계간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학술대회를 연2회 개최하고 있다. 

또한, 매년 4회의 정기집담회와 함께 술기, 진정, 영상의 워크숍(hands-on workshop)을 매년 수 차례 개최하는 등 다수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