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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마 성분 의약품, 불합리한 고시 기준 변경 시급하다”

한국뇌전증협회 김흥동 회장, 고가의 소아 뇌전증 치료약 ‘에피디올렉스’ 고시 기준 변경 촉구
급여받기 너무 어려워… “37만 뇌전증 환자들이 불합리한 대우 받지 않는 나라 만들어야”

소아 뇌전증을 치료하는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구매 제도 간소화와 함께,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약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급여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구매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를 안내하며, 최대 40일까지 소요되는 대마 성분 의약품의 취급승인 및 수입 신청 과정을 간소화해, 자가 치료용으로 구매하는 경우 10일 이내에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해당되는 대마 성분 의약품으로는 ‘에피디올렉스’가 대표적이다. 이 약은 소아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과 ‘드라벳 증후군’의 발작 치료에 사용되며, 일부 환자에게는 탁월한 발작 감소 효과를 보인다. 다만 병당 가격이 100만원 이상으로 건강보험 적용 없이는 일반 환자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에피디올렉스가 21년 4월에 급여로 등재됐지만, 적용 기준이 아주 까다롭다. 특히 ‘항전간제 5개 이상을 투여한 이력이 있고, 이를 통해 발작 빈도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은 경우’에 투여 대상이 될 수 있다. 항전간제 5종류를 먼저 투여하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 후에, 여기서 발작 빈도가 50% 이상 감소하지 않아야지만 급여를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작년 국정감사에서 현 급여 기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세부적인 급여기준은 최하단 첨부문서 참조)

한국뇌전증협회 김흥동 회장(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은 2021년 에피디올렉스의 급여 등재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협회의 회장으로서 뇌전증 환자들의 회복과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힘쓰며, ‘뇌전증의 공공의료관리’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흥동 회장으로부터 이번 식약처의 구매 제도 개선과 관련해 뇌전증 치료와 관리 측면에서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Q.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구매 절차 간소화에 대해 뇌전증 치료 측면에서 어떻게 평가하세요?

구매절차 간소화는 환우들이 약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만성질환에서 약물의 빠른 공급이 획기적인 개선책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Q. 구매 제도 개선의 대상이 되는 대마 성분 의약품 ‘에피디올렉스’의 치료 효과와 적용 대상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든 뇌전증 치료가 아직 어떤 치료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에피디올렉스 역시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대략 20% 정도의 환자에서 현저하게 좋아지고, 30~50% 정도는 어느 정도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머지의 경우에는 효과가 거의 없고요.

결국 약을 써봐야 알고, 좋아지는 경우는 너무 엄청난 효과가 있어서, 3개월 정도 사용해보면 어느 쪽에 들어가는지 확인이 됩니다. 효과가 뛰어나거나, 어느 정도의 개선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 등의 다른 측면을 감안해 지속 여부를 3개월마다 결정하면 됩니다.

Q. 작년 국정감사에서 에피디올렉스의 급여 기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후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요?

국정 감사에서 불합리한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정부의 답변이 있기는 했지만, 이후 더 이상 진전이 없습니다. 병이 시작하고 나서 하루 발작을 10번 하던 아이가 다른 약으로 5번까지 줄었다고 해서, 한번도 발작을 안 하게 만들 수 있는 약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기준이 말이 되나요? 뿐만 아니라 진단 기준 역시 심평원에서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고, 약을 5종류 이상 사용한 사람에게만 허용한다는 기준 등등 환자들에게 너무나 불리한 기준들이 많습니다.

결국 아이들이 이 병을 앓기 시작하고, 기준에 맞게 사용하려면, 병으로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지고, 영구적인 장애가 발생할 정도가 돼야 사용 가능하다는 기준인데, 장애를 막을 수도 있는 약을 이렇게 까다로운 기준으로 만들어놔서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Q. 뇌전증은 “환자들이 드러내지 못하는 거의 유일한 만성질환”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뇌전증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의 교육에서 꼭 포함할 내용은 무엇일까요?

뇌전증이 어떤 병인지, 일반인들이 거부감을 가질 질환이 아니라는 대중 홍보와,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할 때,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국민 계몽 차원에서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37만 명이나 되는 환우들이 사회에 공헌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사회는 국가와 정부가 만들어야 합니다.

Q.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들이 필요할까요? 

환자들에게 필요한 약물을 지금처럼 가급적이면 못쓰게 만드는 정도로 뇌전증에 대해 지원이 열악합니다. 환자들이 정상적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모든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아 또는 청소년기에 뇌전증 진단을 받으면 자기 정체성에 엄청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한 우울, 정서 문제 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고요. 우선 환자들이 자신의 병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도록 개별화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전문적 상담도 매우 중요합니다. 

진단과 함께 전문 상담 바우처를 발급받아, 전문 상담 기관에서 질환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 교육과 심리 지원이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하고, 국가 또는 지자체의 지원으로 이런 모든 일을 실행할 수 있는 전문병원의 설립 지원이 필요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뇌전증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 37만의 국민들이 우리나라가 정말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고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고, 지원하고, 도와주지 않으면, 이 국민들은 자기 능력보다 못한 처우와 편견 속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뇌전증 환우들은 목소리가 작습니다. 목소리를 잘 내지 못하는 국민들이 계속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가면서 살 수밖에 없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면, 이는 선진국이라는 국가 위상을 감안할 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상태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37만의 국민들이 자랑스럽게 국민의 일원으로, 이 질환을 당당히 밝히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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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