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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성분명 처방 제도의 문제점 분석

대한병원의사협의회

2000년 의약분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약정 합의안에 의해서 대체조제가 현실적으로 매우 까다로워지자, 의약분업 시행 이후 약사회를 중심으로 성분명 처방 제도 추진을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분명 처방 제도 추진을 위해 수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된 바도 있고, 일부 보건의료 학자들이나 시민단체 등에서도 이에 대한 찬성 목소리를 내오고 있지만, 성분명 처방 제도는 여러 가지 법적, 의학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점 등에 의해 추진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 중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성분명 처방 정책을 동의한다고 발언하면서 크게 논란이 됐고, 성분명 처방 제도에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식약처장의 성분명 처방 동의 발언이 나오자 의료계에서는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식약처장에 사과를 요구하고 성분명 처방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대로 약사회나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 선택권이나 건보재정 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성분명 처방 제도의 도입을 적극 찬성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성분명 처방이 무엇이고, 성분명 처방 제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한병원의사협의회에서는 성분명 처방 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 그리고 성분명 처방 제도 추진의 이유

현대의학에서 사용되는 모든 약들은 고유한 명칭이 있다. 그 명칭에는 학술적으로 그 약의 성분을 알 수 있도록 명명한 성분명이 있고, 각 약제를 만들어내는 제약회사가 약물의 판촉을 위해 자체적으로 만들어낸 상품명이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약으로 널리 알려진 'amlodipine besylate'는 이 약제의 성분명이고, 이 약제를 최초로 개발해서 출시한 화이자 제약은 이 약제에 노바스크(Norvasc)라는 상품명을 붙여서 판매했다.

 

노바스크의 특허 및 독점권이 풀리자 전 세계적으로 수 많은 제약회사들이 흔히 카피약이라고 불리는 제네릭(Generic) 약제를 출시했고, 이에 국내 제약회사들도 앞다투어 수많은 제네릭 약제들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다.

 

현재 국내에는 ‘amlodipine besylate’라는 성분명을 가진 약제가 수 십 종류가 있으며, 오리지널 약인 노바스크뿐만이 아니라 제네릭 약제들도 널리 처방되고 있다.

 

환자가 고혈압약으로 ‘amlodipine besylate’를 처방받으려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의사로부터 노바스크와 같은 상품명으로 처방을 받게 된다. 그 이후 환자가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으로 가게 되면, 약사로부터 적절한 복약지도를 받은 후 처방전에 명시된 상품명 그대로의 약제를 처방에 맞게 조제 받게 되어 있다

 

런데 약국 입장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상품명의 약제를 재고 관리 또는 제약 유통 과정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제대로 구비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도 환자가 약을 문제없이 처방받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바로 대체조제 제도이다.

 

대체조제 제도 하에서는 사전에 의사가 승인한 동일 성분의 대체조제 가능 약품 목록이 있다면, 이 목록 중에 약사가 선택해서 환자에게 대체조제를 한 후에 이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만약 사전 승인 약제가 없다면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 시험을 통과해 오리지널 약제와 거의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고 검증된 약제들 중에 한 가지로 대체조제를 한 후에 대체조제 사실을 환자에게 알리고, 의사에게도 사후 통보해야한다.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상황에서 대체조제가 이루어지면 해당 약사는 처벌받게 되고, 만약 의사의 사전동의 없이 대체조제가 이루어진 경우에 대체조제한 약품으로 인해 약화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약사가 책임지도록 하고 있다.

 

위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체조제 과정에서 지켜야 할 절차나 조치가 너무 복잡하고, 자칫 약화사고의 법적 책임까지 약사가 져야 할 수 있다 보니 약사들은 대체조제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으며, 동일 성분명의 약제라고 하더라도 모든 제네릭 약제가 생동성 시험을 통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약제 선택에 있어서도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약국 운영을 하다 보면 너무 다양한 약제에 대한 재고 관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백마진의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동일 성분 약제의 종류를 상대적으로 적게 유지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약사회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대체조제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성분명 처방 제도를 지속적으로 원해왔다.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의사들은 고혈압 환자 처방전에 노바스크라고 처방을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amlodipine besylate’라고 처방을 입력하게 되고, 약사들은 처방전에 적힌 ‘amlodipine besylate’라는 성분의 혈압약 중 약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약제 중에 한 가지를 약사 자신이 고르거나 또는 환자가 고르도록 안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약사들 입장에서는 기존 대체조제 제도가 가지고 있던 불편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도 마음대로 대체조제를 할 수 있게 되고, 약제 선택의 권한은 의사로부터 넘겨받으면서도 약화사고에 의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심정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 제도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지금까지 제도가 시행되지 못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다 있기 때문이며, 제도 시행으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들이 해결되기 전에 제도가 추진되어서는 곤란하다.

    

성분명 처방 제도의 의학적 문제점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료계는 의약분업 제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기존 약사들이 하던 조제 행태 중에 가장 우려스러운 두 가지를 근절시켜야 의약분업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중 한 가지는 환자에게 문진을 하고 약을 조제해서 주는 불법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 임의조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이었고, 또 한 가지는 무분별한 대체조제를 근절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임의조제는 의약분업 시행 초기에는 전국적으로 쉽게 근절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졌고, 대체조제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제한된 조건하에서 허용되어 시행되고 있다.

 

당시 의료계가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막으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것은 치료 행위에 해당되고, 치료 행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의사가 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가 컨트롤 할수 없는 외부 요인이 치료 과정에 개입되는 것 자체가 환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성분명을 가지는 약제는 성분에 따라서 오리지널과 제네릭 약제를 다 포함해 적게는 수 가지에서 많게는 수 십 가지 이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약제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해서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의사들이 한 가지 성분명을 가지는 여러 가지 약제 중에서 하나의 약을 선택하게 되는 과정은 수련 기간 동안의 학습, 실제 직접 환자에게 처방 했을 때 환자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개인의 경험, 다양한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환자들만의 특성 등을 고려해 이루어진다.

 

환자에 따라서는 오리지널 약제보다 제네릭 약제에 더 좋은 반응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똑같은 질병이라고 해도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질병에 같은 약을 처방해도 반응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으로, 의사들은 이러한 환자마다의 특성을 고려해 교과서적인 지식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약제를 조절하게 된다.

 

만약 한 가지 성분명당 약이 한 가지 밖에 없거나, 한 성분명에 해당하는 모든 약제들의 제조과정과 효과가 과학적으로 동일하다면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의사들이 성분명 처방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의사들이 대체조제 가능 약제의 기준으로 삼은 생동성 시험만 하더라도, 시험에 통과한 약제로 오리지널 약과 비교하여 제네릭 약이 100%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생동성 시험을 하는 과정은 1950세의 성인에게 오리지널약과 제네릭약을 일정 간격으로 번갈아 투여한 후 혈액 검사를 하여, 약의 혈중농도가 최고일 때의 값(Cmax)과 총 혈중 약물농도, AUC(area under the concentration-time curve)를 비교해 보아, 제네릭 약물의 Cmax AUC가 오리지널 약물의 80125% 범위에 들면 시험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때 제네릭 약물농도의 범위가 오리지널 약물과 100% 같은 것이 아닌 80~125%의 허용 범위를 두는 이유는 바로 이 범위가 90% 신뢰구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결국 생동성 시험 통과 약물도 엄밀히 말하면 오리지널 약과 같은 약이 아니라 90% 이상의 유사한 약이라고 보아야 맞는 것이다.

 

그리고 허용 범위를 보면 알겠지만 생동성 시험 통과한 제네릭 약물 사이에는 최대 45% 정도의 약물 농도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이는 결국 제네릭 약물끼리만 비교하면 생동성 시험 통과 약물이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다른 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시판되는 동일 성분명의 제네릭 약제 중에는 생동성 시험처럼 임상 시험을 한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실험적으로 농도를 측정하는 비교용출 실험만을 통해서 의약품 동등성을 획득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문제이며, 비교용출 실험만 통과한 약제들은 오리지널 약과 비교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같은 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의사들은 국내 생동성 시험이나 비교용출 실험 결과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2006년 있었던 생동성 시험 자료 조작 사건이 큰 이유로 작용했고, 대부분의 의약품 동등성 시험 위탁 기관들은 제약회사의 비용 지불에 대해서 결과를 내주기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더 떨어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의사는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어, 생동성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약이 환자에게 처방되어도 손쓸 방법이 없다. 심지어 의사가 믿고 처방하던 제네릭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분명 처방이 시행되면 이 약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이는 타 제네릭 약이 처방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의사들이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발생하게 된다.

 

의사들은 환자의 치료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행한 의료 행위가 외부 요인에 의해서 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극도로 경계할 수밖에 없다.

 

하물며 내 의도와는 완전히 다른 효과를 보이는 약제가 환자에게 투여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는 제대로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의료계가 성분명 처방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성분명 처방 제도의 법적 문제점

의사는 환자에게 행한 치료 행위와 결과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물론 치료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고, 치료 과정에서 명백한 과실이 있었거나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벌인 경우에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의사의 과실이 입증되면 처벌받게 되는 경우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약물 투여에 의해 환자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약화사고이다.

 

지금까지 약화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약사의 명백한 과실이라고 할 수 있는 의사의 처방전과는 성분이 완전히 다른 약을 조제한 경우나 의사의 사전 승인 없이 대체조제를 한때에만 약사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되어 있고, 이 외의 경우는 대부분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지고 있다.

 

의사에게 환자의 치료와 관련하여 법적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이유는 그만큼 인간의 생명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의사가 최선을 다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는 의학의 한계로 보아 처벌할 수 없지만, 과실이나 주의의무 태만 등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가해지는 것은 의사가 막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사의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것이다.

 

약화사고의 경우도 교과서적으로 올바르게 약을 처방하고, 약의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제대로 설명했다면 약을 먹고 이상이 생겨도 의사가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 소송에서는 이러한 판단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의사가 처방한 약이 정확한 종류, 정확한 용량, 정확한 용법대로 환자에게 투여되었는지 여부도 법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약사가 사전 승인되지 않은 약물로 대체조제를 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약화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약화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에 대한 문제로 첨예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의사는 오리지널 약을 환자에게 처방해 줄 생각으로 성분명 처방을 하였는데, 약국에서 생동성 시험도 통과하지 못하고 비교용출 실험으로 의약품 동등성을 획득한 약을 조제해 준 이후에 약화사고가 발생했다면 이것을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지가 애매해지게 되는 것이다.

 

분명 성분명 처방 제도가 법적으로 통과돼 시행되면, 약사는 이러한 자유로운 대체조제 행태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의사도 약 선택 과정이나 약물 부작용 설명과 관련해서 과실이 없었다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유사 사례들처럼 의사에게 어떻게든 법적 책임을 지우려고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 냉정히 말해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 이후 약화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사고의 피해자는 발생했으나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국민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성분명 처방 제도가 법적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국민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제도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성분명 처방 제도의 경제적 문제점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의 경우는 많은 경제적 이득이 발생할 수 있다.

 

불법적으로 받는 리베이트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동일 성분 약제를 많이 두지 않아도 되어서 발생하는 재고 관리의 효율성,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짐으로 인해 의약품 매입 시 합법적으로 챙길 수 있는 백마진의 규모 증대 등 경제적 이득이 명백하게 예상되기 때문에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 제도를 적극 추진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떠한 이득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기에 성분명 처방 제도를 시행하려고 하는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일부 시민단체가 내세우는 국민들의 약제 선택권이 넓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약에 대해 전문가인 의사나 약사들도 잘 모르는 약이 많다는 점에서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고, 정부의 입장에서는 성분명 처방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이 절감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9년 통계를 보면 전체 건강보험 재정의 요양급여비용 858000억 원 중에서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8000억으로 24.1%에 달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비교적 가격이 비싼 오리지널 약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 약의 처방 비중을 늘려서 약제비 지출을 줄이려고 하고, 이를 위해 현재도 제네릭 약품 처방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나 평가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상당수 의사들의 오리지널 약 처방 선호 현상과 일부 환자들의 오리지널 약 처방 선호 현상, 그리고 제네릭 약에 대한 신뢰성 논란 등이 지속되면서 제네릭 약 처방 비중이 이전에 비해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어 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제네릭 약 조제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재정 절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먼저 대한민국은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오리지널 약 대비 제네릭 약가가 높은 편에 속하고, 이로 인해 제네릭 약물 처방에 의한 재정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국가이다.

 

지난해 2월 미국의 싱크탱크 기관 중 하나인 RAND 연구소가 발표한 '세계 처방의약품 가격 비교'에 따르면 미국과 대비해 한국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5배나 가격이 낮은 대신 제네릭은 분류 기준에 따라 2~3배 정도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처방약 시장규모는 136억 달러(18년 환율 기준 151천억 원)8위였는데,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57.20으로 미국 대비 약 두 배 비싸고 OECD 평균보다 약 30% 높았다.

 

결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제네릭 약 처방 또는 조제를 통해서 재정 절감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네릭 약가를 더 인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성분명 처방 제도를 시행하게 되면 의사들의 처방 패턴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의사들은 자신이 처방한 약이 정확하게 환자에게 투여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성분명 처방을 하게 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포함하여 어떤 약이 환자에게 투여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게 되고, 이는 결국 한 성분명당 하나의 약밖에 없는 특허 및 독점권이 풀리지 않은 오리지널 약 처방 선호 현상으로 나타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각 질병에 대한 신약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고, 대부분 신약들은 국내에서 약 5년 정도의 특허 및 독점 판매 권한을 가진다. 그리고 이러한 신약들은 기존 다른 성분의 약들에 비해 비교적 높은 약가를 유지한다.

 

따라서 의사들이 특허 및 독점권이 풀리지 않은 오리지널 약을 집중적으로 처방하게 되면, 정부의 약제비 절감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성분명 처방 제도는 약사 직능에는 커다란 경제적 이득이 발생하지만 정부나 국민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는 정책인 것이다.

 

성분명 처방 제도의 정치적 문제점

2000년 당시 의약분업 제도를 정부가 강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계는 크게 반발했고,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일부 의료 공백까지 발생할 정도로 의료계 투쟁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의약분업 투쟁으로 인해 많은 의료계 인사들은 법적 처벌까지 받았고, 의약분업 제도 시행 이후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의 몰락, 건보재정 파탄, 필수의료 분야의 몰락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여 현재까지도 이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당시 의료계는 현재 현실화된 의약분업 제도의 부작용을 예상하고 이를 알렸지만, 정부의 강한 제도 추진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더군다나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인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여 의해 합의안을 받아들이고 파업 투쟁을 종료했다.

 

그리고 이때 맺은 의약정 합의안이 파기되는 상황이 오면, 의약분업을 수용했던 당시 의료계의 결정도 파기되는 것이기에 이 합의안을 의약정 모두가 비교적 잘 지켜왔다.

 

그런데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당시 의료계가 가장 중요하게 근절을 요구하여 의약정 합의안에 담았던 두 가지 조제 행태가 부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한 가지는 동일 성분명 내에서는 어떤 약도 조제할 수 있지만 의사의 사전 승인을 받을 필요도, 사후 통보도 할 필요도 없어짐으로 인해 무분별한 대체조제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동일 성분 내에서 이기는 하지만 약에 대해서 정보가 거의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사가 약을 정해줄 수 있다는 측면으로 보았을 때, 약의 선택을 약사가 임의로 해서 조제를 하는 것이므로 임의조제가 부활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체조제와 임의조제 근절은 의료계에서 의약정 합의안을 만들 때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던 내용으로, 만약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으로 인해 이 두 가지가 사실상 허용된다면, 이는 결국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맺었던 의약정 합의를 정부와 약사회가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의약정 합의가 파기된다면 의료계는 더 이상 현재의 의약분업 제도를 따를 이유가 없어지므로, 성분명 처방 저지 투쟁과는 별도로 의료기관 별로 원내조제를 하면서 국민들이 조제 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선택분업을 추진하는 투쟁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정부와 약사회의 일방적인 합의안 파기로 인해 촉발되는 의료계의 투쟁은 충분한 명분이 있기에,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을 넘어서는 더욱 강경한 투쟁을 이끌어 낼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와 약사회가 아무런 실익도 없는 정책을 추진하는 잘못된 판단을 통해서 의료 대란까지 일어날 수 있는 의료계 투쟁을 유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선택분업 추진과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표준화 및 제약회사별 경쟁을 통한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 추진이 더욱 합리적

 

의료계에서 성분명 처방 제도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자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의사들이 제약회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성분명 처방을 반대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약품 리베이트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엄연히 의사의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들이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물론 어느 집단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있고, 이로 인해 지금도 간헐적으로 리베이트 수수로 인해 처벌받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더 이상 대부분의 의사들은 리베이트를 받으려고 하지도 않고, 제약회사들도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 논란에서 의사들이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이를 반대한다는 주장은 엄연히 의사들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주장을 만약 이미 약품 구입 및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백마진을 합법으로 만든 약사들이 펼친다면 이는 너무나 양심 없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성분명 처방 제도가 시행되면, 앞서 언급했듯이 의학적, 법적, 경제적, 정치적 문제 등 매우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약사회뿐만 아니라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는 성분명 처방 제도 시행의 본 목적은 뒤로 감춘 채 국민들의 약제 선택권 보장이나 건보재정 절감 등의 이유를 들어 제도를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의약품에 대한 지식은 매우 전문적인 것으로 일반 국민들이 그 내용을 자세히 알고 약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건보재정의 부담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민의 약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는 국민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약제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 아니라 약을 어디서 조제 받을지를 선택하는 조제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그러므로 국민들의 약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민선택분업을 추진하고, 건보재정 절감을 위해서는 제네릭 약의 품질 표준화 및 제약회사별 경쟁을 통한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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