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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사인력 실태조사③] 의사 부족, 환자안전 위협으로 이어져

보건의료노동자, 의사 업무 대체인력으로 전락…피해·고통 호소
환자진료에 심각한 차질 벌어져

의사인력 부족이 환자안전을 위협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가 8월 16일부터 9월 2일까지 보건의료노조 산하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의사인력 부족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환자진료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수술이나 시술·처치를 받지 못하거나 응급환자 대처가 늦어지고 투약과 처방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사가 없어 적절한 시기에 수술·시술·처치를 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수많은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와 계획적인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긴급수술 불가능 및 응급환자 대처가 늦어지고 있었다.

또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한 즉각적인 처치·투약·처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고, 의사가 없어 연계진료나 협진진료가 불가능하거나 야간진료, 주말진료, 공휴일 응급진료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즉, 의사인력 부족으로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병원을 찾았다가 진료도 받지 못하고 되돌아가거나, 먼 거리의 타 의료기관으로 이동 및 원치 않는 원정출산을 하는 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의사인력 부족은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시간을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의료기관 내원환자들은 빠른 진료를 원하지만, 의사 부족으로 대기시간은 길어지고 충분한 진료시간은 제공받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명의 의사가 2~3분 단위로 진료 예약을 받다 보니 상담시간이 길어져 대기시간이 길게는 70분~90분이고, 평균 30분~40분 지연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의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너무 많아 외래에서는 2~3시간 대기 후 5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진료예약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외래 예약을 해도 대기시간이 너무 긴 것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 진료시간이 너무 짧다보니 의사는 환자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호소하고 있었고, 환자들은 ▲진료·검사에 대한 설명이나 수술·시술 동의서에 대한 설명시간 부족 ▲대면 진료시간 짧아 충분한 상담 어려움 ▲의사에게 직접 자세히 묻거나 자세한 답변을 들을 수 없다는 불평 등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의사인력 부족으로 야간 당직의사가 없어 환자를 진료하지 못한 채 그냥 귀가시킨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응급실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타 진료과 의사가 근무하게 됨으로써 응급환자 대응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해당 진료과 의사가 없어 질환과 치료 방향을 잘 모르는 의사가 대신 설명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의사인력 부족으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겪는 피해와 고통도 조사한 결과,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가장 큰 고충은 의사업무를 대신하는 것임이 조사됐다.

실제로 의료현장에서는 환자상태 파악에서부터 시술·수술동의서 설명, 검사, 시술, 수술, 처방, 협진의뢰 등 의사의 고유업무가 의사인력 부족 때문에 타 직종으로 전가되고 있었다.

간호사들이 전공의 수준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해 보고 및 처방을 받아내거나, ▲진단서 수정, 처방 수정, 중증 적용, 진단명 변경 ▲수술부위 표시·제모 등의 업무를 간호사가 대신하고 있었었으며 의사가 회진을 짧게 돌다보니 설명이 짧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한 컴플레인을 듣고 해결하는 것은 간호사 몫이 되고 있었다.

전공의 주 80시간을 지키기 위해 결국 간호사를 PA로 운영하면서 교수 회진이나 설명 등 의사업무를 담당 간호사에게 맡기는 병원들도 있었다.

특히 PA간호사들이 처방하고 시술·수술동의서 설명하고 보호자를 면담하는 등 의사업무를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봉합을 비롯해 수술보조 이상의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저장된 의사 서명으로 대신 동의서를 받거나 의사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처방하는 일도 많았다.

즉, 사실상 의사의 무수한 업무를 의사 혼자서 감당할 수 없으므로 의사의 환자 대면 진료 외에는 의사업무 거의 모두를 전가받고 있었으며, 전공의가 없으면 전공의 업무도 처리하고 있었고, 인턴과 PA가 실제 주치의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가 해야 할 고유업무를 타 직종에게 전가하는 것은 불법인 점을 고려한다면 의사인력 부족으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이 불법의료행위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의사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의료공백을 메우는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법적으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공의 업무를 해야 하는 PA들은 만약 문제가 생겼을 때 의료법 위반사항에 대해 누가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을 늘 안고 근무하고 있었으며, 만약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었다.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도 심각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보호자의 불만과 민원은 그대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감정노동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면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이 담당간호사에게 불평불만을 쏟아놓아 감정노동이 심하다는 사례부터 ▲통증환자가 진통제를 요구했지만, 처방할 의사가 연락되지 않아 연락될 때까지 불평을 들어야 했던 사례 ▲진료 지연 및 의사들의 진료행위·설명 부족·진료결과 불만족 등의 경우 간호사에게 불만을 쏟아내는 일 등 다양했다.

심지어 의사가 회진오지 않는다고 보호자가 간호사에게 화를 내며 폭력을 행사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사들의 업무량 증가와 업무강도 강화가 의사의 갑질로 이어지고, 의사의 갑질이 고스란히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고통과 감정노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았다.

의사가 바쁘다는 이유로 구두처방이 잦음은 물론, 구두처방 대신 전산처방을 요구하면 짜증내거나 무시·폭언 등을 비롯해 ▲환자 상태를 보고하기 위해 의사에게 연락해도 핀잔을 주거나 연락을 안 받는 사례 ▲수술·검사가 연기·취소 시 간호사들이 연유도 모르는 채로 설명 및 욕받이 업무를 해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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