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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심장응급상황에서 대응인력, 인프라, 예산 등 개선 필요”

심장학회 학술대회서 전문가들 2022년 응급심장치료 현황 공유

심정지 발생 시 골든타임 내 CPR 등 응급처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이제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 그러나 119 도착 시까지 적절한 응급처치가 시행되더라도 아직까지는 이송 중이나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환자가 목숨을 잃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의료진들의 현황 공유와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대한심장학회가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순환기내과, 응급의학과, 심장내과 등 다양한 과들의 교수들이 모여 2022년 한국의 응급심장치료현황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의 주력 전공은 달랐지만 주로 지역별 불균형, 인력 확충 등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해 모두 공통되게 언급했됐다.

먼저 윤창환 서울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진료현장에서 바라본 응급심장병 진료’에 대해 설명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여러 단계 중 Transportation delay에서는 전조증상 발생 시 119 신고 후 치료 전문 병원으로 오라는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으나 인지도는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윤 교수는 “의원 등 개원가에 환자들이 방문을 하더라도 119를 이용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심지어 의사가 구급차에 탑승하고 동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다른 환자들을 제쳐두고 들어갈 수는 없다.”고 설명을 더했다. 

Local hospital delay에서는 Door-in-Door-out 타임이 지연된다. 윤 교수가 근무하는 분당서울대병원 근처에는 30분 내외로 전원시키는 병원들이 있는가 하면 3시간~5시간 후에 올리게 되는 병원도 있었다.

윤 교수는 “응급 의료와 병원 진료 간 연계도 잘 안 된다.”며 “명절에도 보건복지부가 응급 환자 발생 시 무슨 병원을 갈 수 있는지에 대해 발표한 비상진료대책에 대해서도 의료진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대응인력이 부족하다. 낮은 임금과 수익성 부족도 있으나 큰 문제는 아니며,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역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상권 악화도 지역 격차의 원인이 된다. 중앙, 지방정부의 무관심과 예산 부족도 심각한 문제다.”라고 전했다.

이어 류현욱 경북의대 응급의학과 교수의 응급의학과 관점에서의 심장병 대응체계 설명이 이어졌다.

류 교수 역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류 교수는 “특히 응급의료체계는 증상에 따라 어떤 경로로 응급시스템으로 진입해야 하는지, 어떤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인구가 고령화되고 있어 노인 환자들이 많은데 젊은 환자에 비해 복합적인 질병을 앓고 있고 동일 증상 대비 젊은 환자에 비해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되고 입원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고 했다. 

류 교수는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 구급대 입장에서도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들이 잘 없다보니 불편하다. PCI를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용량을 갖춘 응급 의료 기관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응급의료기관 종별 재분류와 지정 기준에 심혈관응급 인력, 시설, 장비 기준이 구체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류 교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는 BIG5의 대형 병원부터 300명상 이하의 종합병원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이에 대한 책임과 역할 규정의 차이가 크다. 때문에 의료기관 종별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 지역에 맞는 이송 지침과 전원 지침을 만들 수 없었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이에 “응급의료 진료소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응급의료 기관을 지정하고 배치, 육성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배치된 응급의료 기관을 토대로 현실에 맞는 진료권을 설정하는 방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도 필요하다. 개소수 산출 시 권역구 센터 당 중증환자를 일평균 15명을 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증 응급 환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90개의 센터가 필요하다.”며 “하루에 20명을 진료한다고 해도 약 70개는 필요하다. 만약 70개까지만 운영하더라도 중환자 병상 충족률은 37.6%에서 70%까지 상향 가능하다.”고 했다.

이 밖에도 119 구급대 환자 이송 지침, 이송병원 선정, 심혈관 응급환자 수용 결정 과정에 응급의학과, 심장내과 협력, 참여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나왔다.

이와 함께 류 교수는 진료권별 심혈관응급환자의 접근성과 치료제공, 환자 진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지역 책임형 응급의료시스템’의 구축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했다.

이어 배장환 충북의대 심장내과 교수가 심장내과 관점에서 본 응급심장병 대응체계에 대해 강의했다. 

심근경색 환자의 20%는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 사망한다. 생존해서 병원에 도착한 사람들의 원내 사망률은 11개월 동안 12%가 증가했다. 시간 당 치료율은 병원 도착 전 1시간 당 4%씩 환자가 죽고 원내 입원 시에는 0.031%씩 죽는다. 이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배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경우 재활 및 치료가 가능한 센터로 빨리 보내주면 뇌혈관을 뚫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망률이 낮아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역뇌혈관센터로 가는 데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문제점은 심근경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 교수는 “심전도 한 장이면 판독된다. 그러나 현행법 상 심전도는 119에서 찍을 수 없다. 아스피린이 심근경색 환자의 총 사망률이 가장 낮은 약이라고는 하지만, 위장에 구멍이 뚫린다는 이유로 119 구급차 안에서는 아스피린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구급대에서 POC 진단 장치를 쓸 수 있게 해야 하며, 요새는 6전극 심전도로 AI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송 중 진료지도도 강화돼야 한다. 응급의학과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면 심장내과, 뇌졸중과 등 관련 과에서 들어와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협업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응급의료 기관과 119 구급대, 중앙관제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법도 찾아야 한다. 권역의 실정에 맞는 이송체계의 확립이 중요하다. 심뇌센터와 응급센터가 따로 진행되는 것, 특히 심뇌법과 응급의료법이 따로 있다는 점은 꼭 해결해야 할 과제다.”며 “같은 환자여도 응급센터 평가 기준과 심뇌센터 평가 기준이 다르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고 덧붙였다.

이어 “책무구역에 대한 지자체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자자체의 역할은 부재하다. 응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CCU는 독립병상이다. 원칙대로 설치하고 지원을 받는 게 맞다. 결국 법안이 문제다.”라고 지적하며 “현재 심뇌법은 있기는 하나 국가위원회 한번 열리지 않았고, 기금도 없다. 죽어있는 규정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법안과 정부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계 내부의 개선도 촉구했다. 

배 교수는 “인력 확충 또한 필요하다. 권역센터에는 최소한 6명 정도의 전문의가 있어야 한다. 또 이들을 일주일에 80시간, 100시간 과로시키는 것이 아니라 60시간 단위라도 일을 하게 해야 하며 부족한 자리에는 새 인력을 채워야 한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휴식해야 환자를 더 잘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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