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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政, 필수의료 ‘소청과’ 해결 의지 의문…희망고문은 그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보건복지부가 8월 9일 오후 4시에 서울시티타워(비즈허브 서울센터)에서 필수의료 분야별 연속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가 출근 이후 두통을 호소하고 원내로 입원했으나, 병원 내에서 수술을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다가 수술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중증소아 ▲흉부외과 ▲중환자 ▲감염 분야 등 주요 필수의료 분야별로 의료현장 점검 및 지원이 필요한 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개최된 간담회에는 첫 번째 순서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참석해 소아청소년과 의료현장 지원·개선 등에 대해 논의했는데, 실효성 있는 의견 도출 여부 등을 알아보고자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이번 간담회에서 어떤 내용들이 논의됐으며, 논의된 방안 중 실효성 있다고 생각이 드는 방안은 있었나?

A. 우선 이번 간담회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며, 간담회서 논의된 내용 역시 새롭거나 바뀐 것은 없었다. 특히 간담회는 소아청소년과 의료환경 개선·지원과 관련해 복지부와 소아청소년과 학회·의사회 간 논의하는 것이 아닌 소아청소년과 학회·의사회가 수 년째 지적했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제시 및 촉구하면 복지부 관계자들이 듣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복지부가 붕괴된 소청과 의료인프라를 어떻게 살리면 되겠냐고 소청과 학회·의사회 대표로 참석한 우리들에게 질문했는데, 몇 년 동안 촉구했던 내용들을 또 되풀이하는 것 같아 많이 답답했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꼈는지 몰라도 본인이 느끼기에는 소아청소년과 의료 붕괴를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없어 보였다.

Q. 코로나19에 확진된 소아청소년 환자 등이 사망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아청소년과 의료가 붕괴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 코로나19 소아청소년 환자를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료진 입장에서 평가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떠한가?

A.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 의료는 이미 붕괴됐다. 최근 코로나19에 걸린 소아청소년 환자를 응급실에서 받아주지 않는 일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소아청소년과 의료인프라 붕괴와 연관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저출산은 소아청소년과 의료 인프라에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료인프라는 사실상 ‘환자 수 x 진찰료’로만 유지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초진료와 재진료, 나이 등에 따라 금액이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지만, 평균 소아 1명을 진료하면 1만2000원 내외의 매출을 기록하게 된다.

수익이 아닌 병·의원 ‘매출’로, 매출에서 ▲건물 임대료 ▲인건비 ▲세금 ▲의약품 구입비 등을 제하고 나서야 소청과 의사들이 본인의 몫을 챙겨갈 수 있는 구조다.

코로나19 유행 전에는 환자 수와 장기진료로 간신히 버텼는데, 다른 진료과는 개원가에서 6시 이후로 진료를 하지 않는 반면, 아동병원이 밤 10~12시까지 진료를 보거나, 토요일 늦게까지 또는 일요일 오전까지 운영하는 소청과 개원가(병·의원) 등이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소청과 방문을 환자들이 꺼리면서 개원가를 중심으로 병·의원 운영을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는 것에 있다. 

소청과 의원(개원가)는 최소 의사 외 인력 2명이 필요하다. 접수·수납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과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인력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 상황은 도저히 간호조무사 월급 250만원을 감당할 수 없어 접수·수납을 키오스크로 대체하는 상황이다. 

특히 지방은 소청과 병·의원이 사실상 다 망한 상태라 할 수 있다.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 광역시는 물론, 서울 시내에도 소아 응급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Q. 병·의원 건물 임대료와 인건비 조차 감당이 되지 않는 것이 소청과 의료진이 처한 현실이라면 소청과 의사인력 양성 등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청과 의사인력 양성 체계는 어떠한가?

A. 소청과 개원가 등이 무너지면서 소청과 의사인력 양성 체계도 무너지고 있다.

소청과 전문의들은 갓 전문의를 취득하고 나온 의사들이 개원가에 가서 봉직의로 몇 년 동안 활동하면서 돈을 모으고 은행 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소청과 병·의원을 개원하는 방식으로 양성되고 있었다.

그러나 개원가가 무너지면서 봉직의 일자리도 없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로, 자리가 없어 소청과 봉직의들은 할 수 없이 요양병원에 취직하거나, 진료과를 바꾸는 결정을 내리게 된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을 통해서도 소청과 의료인프라가 붕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20년 74%에서 2021년 38%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27.5%까지 내려앉았다. 27.5% 지원자 중 8%는 중도사퇴자이고, 지원율이 떨어지다 못해 소청과 레지던트 1~2년차 인력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 사실상 레지던트 3~4년차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는 의대 교수들이 레지던트 빈자리를 메꿔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낮에는 교수가 본인의 외래를 보고 밤에는 당직을 서야만 하는 상황으로, 연구는 고사하고 잠을 잘 시간도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으며, 결국에는 교수들이 버티다 너무 힘들어서 진료가 되지 않는 상황까지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인턴들이 본인 전공을 정할 때에 소청과로 정하고 싶었던 사람도 수도 없이 소청과 개원가 등이 망하는 사례와 전공을 소청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뜯어말리는 선배와 부모, 본인 눈으로 목격한 현실 등으로 돌아서는 인턴 등을 생각하면 소청과 의사 지원을 계속해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Q. 그밖에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부 등에 지금 당장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수도 없이 목숨 잃을 거라고 몇 년간 누누히 말해 왔지만 언제나 변명 뿐 시원하게 해결하겠다는 대답은 없었다.

소청과 사정에 대해 인터뷰 요청 워낙 많이 와서 기자들께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정말 심각한 문제네요”라며 이를 반영한 기사도 수도 없이 나갔으며, 이를 통해 이제는 정말 아이들이 어처구니 없이 죽어갈 것이라고 수도 없이 외쳐봤지만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고 희망 고문만 계속됐다.

솔직히 말해 전공의만이 아니라 전문의, 봉직의, 개원가, 대학 등 소아과 의료환경을 지금 당장 해결해야 인프라가 살아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마저도 매우 늦은 상황으로 이미 우리 아이들은 죽어 나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죽어나갈 수 있다. 

아울러 아이들이 좋아서 소청과 의사를 선택한 거고 아픈 아이들이 좋아지는 게 흐믓해서 고되도 이 일을 선택한 것인데, 세상은 소청과 의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지 않고 있다.

개원가, 봉직의, 대학에 있는 모든 소청과 의사들이 “이제는 더 힘들어서 아이들 죽어가는 거 안타깝지만 두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할 순간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그때 소청과 의사들을 비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할 만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