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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⑦] 코로나 2년째, 의료진들도 감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응급의학과 전공의

21세기가 시작된 지 21년째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 모두를 시름케 했던 키워드를 고르라면 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꼽을 것이고 이 키워드들은 이번 세기를 통틀어 대표하는 단어가 될 것이라고 본다. 2020년 2월 22일, 국내에서 코로나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뒤 2년이 가까워져 간다. 지난 6월까지 코로나 확진 환자가 16만 명에 이르렀고, 정확히 5개월이 지난 지금 코로나 확진자는 22만명이 늘어난 38만 명에 이르렀다. 22개월간 사망자는 2,980명이 발생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누적 확진자는 10월 기준 2억 5천만 명, 사망자는 480만 명이 넘는다. 실로 재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우리는 그렇게 2020년도부터 코로나 환자를 마주해왔다. 발열 호흡기 증상만을 코로나 감염의 위험으로 보았지만, 2년이 가까워진 지금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증상은 비특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침 가래 목 통증 발열 전신 근육통 후각장애 실신 등등.. 응급실에서 환자를 대할 때 모든 환자를 격리병상에서 코로나검사를 진행한 뒤에 음성을 확인한 뒤에 시작해야 하나 싶을 정도이다. 며칠 전에는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진 무증상 환자도 코로나 양성으로 진단되었다. 사다리에서 떨어진 것도 코로나 적응증이 될 순 없을 테고, 무증상 감염자도 분명히 늘어난 상태임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응급실 근무를 하며 오죽하면 ‘관상을 보아하니 이 환자는 코로나 확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하고 있을 정도일까? 흉부 x-ray 검사에서는 정상인의 흉부와 다를 바 없지만, 발열 호흡기 전신 근육통만으로 격리를 유지하며 코로나 확진 환자를 마주한 것이 수십 명은 족히 넘는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자가 격리자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함에 따라 자가 격리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어떠한 감염경로로 확진되었는지 역학은 어느 정도까진 가능하겠지만 예전처럼 세밀하게 모든 동선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높아진 백신 접종률을 근거로 하여 위드 코로나를 선언하였다. 수십 개월의 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사회적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백신이 나오기까지 버텼고, 그렇게 여러 회사에서 만들어진 백신 수급으로 현재까지 전체 인구 4명 중 3명은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한 상태이다. 이제는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노출될 것을 인정하며 그에 따른 폭증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뜻이고, 일상으로 돌아가 사회적 손실을 줄여나가겠다는 계산이 선행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의사로서 불편한 것은 코로나 폭증은 예견되어 있음에도 마땅한 병상확보가 되지 않자 민간의료기관을 통해 추가적인 병상확보를 위해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다.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불편한 것은, 여전히 최전선의 응급실에서는 발열 호흡기 근육통 등의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여전히 음압격리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의심 환자, 확진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응급실 내 격리구역이 없는 상황에서 의심 증상으로 인해 십수명이 응급실 밖에서 진료조차 받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현실은 모두 환자들, 즉 국민의 몫이 되어버렸다.

12시간의 근무 동안 평균 2~30여 건의 119 대원들의 문의를 유선으로 마주한다. 굳이 전화하지 않아도 될 경증의 환자, 빨리 보지 못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중증의 환자들이 단순히 코로나 의심증상이 있어 격리실에서 받아줄 수 있냐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2~3시간을 헤매며 도착한 글쓴이가 근무하는 응급실에서 환자 인수인계를 받고 있는 동안 ‘서울 전역 음압격리실이 있는 20곳에 문의했으나 환자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환자를 받아주어 고맙다’는 119대원의 황당한 감사인사까지 받는 실정이다.

내 새끼 손가락이 다치면 내가 가장 아픈 것이 환자의 마음이겠지만,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경증의 환자들은 기다려도 생명에 지장이 없기에 오래 대기하여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고령과 중증 증상을 호소하는 중환자들이다. 경환/중환/초 중환 구역을 나누어 환자를 분류하는 데에, 초 중증환자를 한 명이라 도 더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응급실 내의 환자들을 테트리스 하듯 이리 끼우고 저리 끼워 받고 있는 실정이다. 

모 지방지에 소방대 과장이 썼던 ‘의료기관 수용 거부, 명백한 살인행위’라는 글은 충격적이다. 구조에 여력 없는 119, 같이 희생하고 있는 의료진을 향해 살인행위라고 서로 싸우는 촌극을 마주하고 있으니 웃기는 일이다.

응급실에서 모두를 수용할 방법은 없다. 환자를 골라 받는다고 비난하지만 우리의 격리실은 한정되어 있어 더 위중하고 급한 환자를 자체적으로 선별하여 수용하겠다는 것, 모든 이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자부심 하나로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도 사람인지라 의료진을 향한 모멸과 비난에 대해서는 가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치밀어 잠 못 이룬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임시선별진료소들은 워드 코로나와 함께 철수하기 시작하였고, 검사할 곳이 부족한 국민들은 모두가 응급실을 향한다. 아주 단순한 경증임에도 격리실이 있는 대학병원, 상급병원 응급실을 찾는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응급실에서 걸러지는 횟수가 증가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경증코로나 환자ㅡ고령으로 퇴원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ㅡ가 60시간째 병실 어레인지가 되지 않아 응급실 귀중한 격리구역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문제는 꽤 심각하다. 안그래도 제한된 격리구역이 경·중증 코로나 확진자로 가득 차게 되면 계속 쏟아질 의심 환자들을 수용할 방법이 없다. 병상확보도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의료기관이 모든 코로나 의심 환자를 격리 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보건당국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경증의 환자가 코로나 의심 증상만을 이유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쓴이에게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을 크게 2가지를 고르라면 ‘초인적인 저수가’와 ‘의료전달체계 전무’를 꼽는다. 

현재의 대처는 쓰러져만 가는 의료전달체계를 완전히 붕괴시켜버리는 모양새여서 이에 대한 고민을 보건당국이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환자를 위해 있어야 할 상급종합병원의 응급실이 경증의 환자로 정체되고 있고 이로 인해 중환자가 오갈 곳 없는 이 불편한 사실을 정부는 알고 있냐는 것이다.

정부 당국에 묻는다. 과연 앞서 지적한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그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을 갈아 넣어 해결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료진 덕분에라는 슬로건만으로, 그저 허울 좋은 위로로는 더 이상 의료진들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가을 하늘 먹구름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 본 기고는 메디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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