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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국내 도입 필요

보사연 보고서, 호주 정신건강 서비스 소개…
효과성 검증된 경증 정신질환 적극 활용 주문

자살률이 OECD 평균의 두배에 달하는 한국의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이미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유경 부연구위원은 국제사회보장리뷰 2021 봄호에 실린 ‘호주의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을 통해 이 같은 생각을 밝혔다.


보고서는 호주의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 발전 과정 및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정신건강 정책의 함의를 제시했다.


◇호주의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


추진 전략 및 계획=2012년 호주 정부는 디지털 정신건강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E-정신건강 전략을 수립했다. 이전에도 호주 정부는 소수의 온라인 정신건강 서비스 및 전화위기 상담 서비스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었으나, 보다 전문적이면서도 접근이 용이하고 통합된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환경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전략은 크게 ①접근성 및 서비스 향상, ②디지털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 ③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환경 홍보라는 세 영역으로 구성됐다.


접근성 및 서비스 향상 전략의 핵심은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하기 용이하고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포탈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동시에 더 많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육성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디지털 정신건강 지원 서비스는 정신건강 의료진에 대한 지원 서비스로,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다루기 위한 훈련과 품질 보증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조성할 디지털 환경을 홍보하는 전략이 포함됐다.


2017년 국가정신건강위원회가 발표한 제5차 국가 정신건강 및 자살예방 계획(2017~2022년)에서도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중요한 정책 도구로 다루고 있다. 정신건강 욕구 수준에 따른 개입 방안을 다루는 단계별 치료 모형에서 위험집단, 경증 정신질환에 개입할 때는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활용하고, 중등도 정신질환에 개입할 때는 의료진의 보조에 따라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를 활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품질 표준=2020년 호주의 보건·의료 안전 및 품질 위원회는 디지털 정신건강에 관한 국가 안전 및 품질 표준을 발표했다.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자들이 안전하게 이용하고 적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NSQDMH 표준은 ①임상 및 기술 거버넌스 표준, ②소비자와의 협력 표준, ③치료 모델 표준으로 구성된다.


임상 및 기술 거버넌스 표준은 서비스 이용자 및 조력자들이 안전하고 품질이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임상 및 기술 거버넌스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둔다. 소비자와의 협력 표준은 서비스 이용자와 조력자들이 서비스의 기획, 디자인, 전달, 측정, 평가 전반에 참여해 상호 이익이 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도록 한다. 치료 모델 표준은 서비스 공급자로 하여금 각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별로 명확한 치료모델을 세우고 이용자 및 조력자에게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정부 지출 및 의료보험=2018~19년 호주 정부의 정신건강 서비스 지출은 약 100억 호주달러로 정부 보건의료 총 지출의 약 7.48%에 해당한다. 이 중 64%를 주정부가, 36%를 연방정부가 부담했다.


정신건강 서비스 지출 중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에 지출되는 비용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러나 크게 국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에 포함되는 급여 항목, 민간 기관의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보조금 지원 등에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3월 현재 메디케어 급여로 인정되는 서비스는 주로 정신의학적 치료에 직접 관련된 서비스들로, 원격 정신과 진료, 정신건강 및 웰빙 원격의료 지원, 섭식장애 원격의료, 원격 심리치료 서비스, 환자측 원격의료 지원 서비스 등이 포함되며, 서비스별로 제공 시간 등 조건에 따라 수가 및 본인 부담 비율 등이 달라진다.


민간 서비스에 대한 지원의 경우 2020년 8월 기준 29개의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가 호주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관들은 정보제공 및 예방부터 위기 개입, 치료, 회복 및 동료 지원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정신건강 포털사이트 ‘Head to Health’=‘Head to Health’는 호주 보건부가 2017년 개설해 운영 중인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포털로, 다양한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들로 연결되는 일종의 게이트웨이 서비스이다.


다양한 집단-연령, 성별, 인종, 직업 등-에 맞춤화된 정신건강 콘텐츠와 관련 서비스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이용자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 돌봄제공자, 서비스 기관을 위한 정보와 관련 정신건강 서비스로 연결되는 링크도 제공한다.


2021년 2월 현재 호주 내 다양한 기관들로부터 635개의 디지털 정신건강 리소스를 확보하고 있다. 리소스에는 전화·채팅·이메일 서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온라인 프로그램, 온라인 포럼, 정신건강 웹사이트 등이 포함된다.


◇효과성 검증된 경증 정신질환에 적극 활용 필요


호주에서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 정책이 일찍부터 추진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접근성과 품질 향상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의지가 컸기 때문이다. 즉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에서 핵심은 ‘디지털’이 아니라 ‘정신건강 서비스’다.


이유경 부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정신건강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의 확충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며 “한국인의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은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정신건강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서비스 활용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울, 불안 등 경증 정신질환 부문에서는 효과성을 입증받은 디지털 정신건강 서비스가 다수 있으므로 경증 정신질환의 예방과 치료, 중증 정신질환으로의 악화 예방에 적극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