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도입률은 높지만,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측면에서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의료기관 종별로 차별화된 진료정보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 필요성과 함께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는 진료정보교류사업의 추진 필요성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료정보학회, 한국보건의료정보원과 함께 13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2020년 보건의료 정보화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전국 574개소 병원을 대상으로 정보화 현황 및 수준을 전반적으로 심층 조사해 근거 기반 의료정보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자 실시했다. 조사문항은 ▲정보화 기반 ▲정보화 현황 ▲진료 활용체계 ▲연구 활용체계로 해서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조사했다.
조사결과,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정보화 운영비는 28억 8000만원, 정보화 투자비는 41억 4000만원으로 조사됐고,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을수록 정보화 관련 비용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정보시스템 중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 처방전달시스템 도입률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의료기관 종별로 검사정보시스템(LIS) 적용과 검사결과의 전산화 수준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였다.
실태조사 연구책임자인 서울아산병원 정보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의료기관 종별로 차별화된 진료정보시스템 구축 및 고도화 지원 정책이 필요하며, 상급종합병원, 중소병원, 의원급에 요구되는 진료정보시스템의 최소 사항에 대한 정의와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LIS의 심층 현황조사 및 실태파악을 통해 진료정보교류 및 PHR 기반 환경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1차-2차-3차 의료기관 간의 진료연속성 확보가 필요하나, 2차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및 검사정보시스템 도입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비해 의무기록 및 검사결과 등의 연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며 “상호운용성이 보장되는 진료정보교류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진료정보교류 사업에 대한 참여의향은 상급종합병원(83.3%)과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54.8%)에서 대체적으로 높았으며, 이들의 활성화 방안으로 ▲수가 및 인센티브 ▲시스템 구축 비용 ▲EMR과의 자동연계 필요 등을 들었다.
환자서비스시스템은 의료기관 포털이, 진료지원 및 경영정보 시스템은 보험심사·청구 및 원무관리 시스템이 각각 높은 도입률을 보였다.
연구정보시스템은 공통데이터모델(CDM),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CDW) 등의 순으로 도입률이 높게 나타났다.
병원 내부코드 생성 및 국내 표준코드와의 매핑은 진단·약물 용어 및 영상·진단검사에서 높으나, 간호·증상 용어에서 낮았으며, 국제 표준용어와의 매핑은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차이가 존재했다.
교류나 전송 표준 활용도는 더 낮은 편으로 교류표준은 상급종합병원 기준 21.4%, 전송표준은 최대 23.8%였다.
표준 도입이 어려운 이유는 예산 확보 어려움(55.9%), 용어·데이터 전송 등 분야별 표준이 다양함(54.7%),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 부족(45.8%) 등의 순이었다.
이 교수는 “의료기관의 데이터 제공 확대 등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고, 국가차원에서 정보화 자원투자의 효율성을 위해 표준 기반의 공공정보 연계시스템 개발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안전과 관련된 의료기기 추적관리 시스템 및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시스템과의 데이터 전송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대한 결과 데이터의 피드백을 통해 질 향상 견인 및 동기부여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중장기적 국가 보건의료표준화 사업을 통해 국내 의료기관의 낮은 표준 도입률 개선과 이를 위한 국가 보건의료표준화센터 중심의 표준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며 “중장기 사업 추진과 담당기관 전문성 확보를 통해 세계적인 보건의료표준화 동향 및 국내 산학연 보건의료표준화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작년 6월부터 시행한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는 인지도뿐만 아니라 향후 인증 도입 의향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급종합병원의 45%가 모바일 EMR을 도입, 3년 이내 도입계획 기관까지 포함하면 95%가 도입이 예상됐다.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는 전체 의료기관의 67%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마약류 관리 등 법정 신고의무 관련 정보시스템과 DUR은 EMR과 연계를 통해 진료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는데, EMR 연계와 함께 해당 공공기관 포털에 직접입력 방식을 허용하고 있는 예방접종, 연명의료정보처리, E-평가자료제출 시스템은 직접입력 비율이 높았다.
반면 직접입력 방식만 제공하는 통합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 보건의료자원통합신고 포털, 환자안전과 관련된 의료기기 추적관리 시스템 및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시스템은 이용현황이 높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환자안전과 관련된 의료기기 추적관리 시스템 및 의약품 이상사례 보고시스템과의 데이터 전송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 대한 결과 데이터의 피드백을 통해 질 향상 견인 및 동기부여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의 적용률은 형태별, 의료기관 종별 격차(100%~28.7%)가 존재했다. CDS는 이상검사결과 알림, 세트처방 기능 제공, 특정 진료과 승인이 필요한 투약 처방 알림 등의 순으로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제한항생제 처방시스템과 이상검사결과 알림(CVR)에 비해 임상진료지침, 진료계획의 EMR 적용수준이 낮아 CDS 활성화 정책 수립 필요가 제시됐다. 특히 약물 관련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에서는 약물 상호작용 경고, 약물-알레르기 경고 기능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문제목록, 투약 후 환자상태 기록, 이식형 보조장치 기록의 구조화 수준은 낮고, 동명이인 식별 및 다중등록번호 관리의 EMR 적용수준은 양호했으며, 바코드 등 환자확인시스템의 EMR 연동은 낮은 수준이었다.
환자 포털이나 개인건강기록(PHR)을 통한 환자 편의서비스 제공은 상급종합병원의 온라인 진료예약, 온라인 제증명 신청·발급, 온라인 진료정보 조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낮게 조사됐다.
의료데이터의 2차적 활용을 위한 규정을 갖춘 경우에는 상급종합병원이 97.6%,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67.1%로 조사됐다. 임상데이터웨어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는 처방정보, 내원정보, 검사결과정보 등의 순이었다.
데이터 공유 및 상호운용을 위한 표준모델 시스템에 대해서는 비용 문제(46.0%), 전문인력 부재(44.8%), 데이터 비표준화(32.5%) 등을 장애요인으로 응답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의료기관은 다양한 정보 보호 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컴퓨터 로그인 패스워드 설정, 백신 소프트웨어 설치 및 정기적 업데이트는 실천율이 높았으나, 상대적으로 외부 상용 이메일 차단, 개인정보 파일 완전 삭제는 실천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보안을 위한 연구 전용 네트워크망 분리는 상급종합병원이 45.2%,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16.7%가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의료기관의 보안 투자비용, 경영진 의지 등 관련 사항으로 지원정책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라며 “일정규모 이상의 의료기관도 별도 전문인력이 상주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외주위탁이 증강하는 경향이 있고, 중소병원 이하는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하는 정책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기 위한 AI 연구용 데이터 세트 구축은 상급종합병원의 38.1%,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6.7%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구축되는 데이터 세트 종류로는 진단정보, 신체계측정보, 진단검사 결과보고서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특히, 데이터 활용지원 및 의료정보학과 운영은 낮은 수준이었다. 정보보호·보안 및 의료정보 시스템 활용 직원 교육은 비교적 잘 수행했지만, 표준·의료정보 및 임상데이터 분석 교육은 저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의료데이터 활용성 및 생산성 강화를 통해 의학연구 활성화 정책 추진 및 연계 조정이 필요하다”며 ▲EMR 인증제도, 표준화 정책, 진료정보교류 사업 등과 의학연구 정책과의 조율 필요 ▲데이터의 2차 활용, 외부기관 및 해외기관과의 협력을 위한 규제 개혁 추진 필요 ▲연구정보 전문인력 양성 및 투자 ▲CDM 관리 및 표준 매핑 검증 과정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그는 “종별, 조사문항을 구분해 2년 주기로 정기적인 조사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정보화 조사 및 관리를 위한 조사항목 분류, 저장소 및 웹페이지 구축이 필요하다”며 “의료기관과 공공기관의 데이터 현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및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국가간 보건의료정보화 현황을 비교 검토해야겠다”고 제언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객관적인 실태자료가 마련됨에 따라 정부·의료계·산업계 등이 이를 유용하게 활용해 보건의료정보화 발전 전략 마련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효용성, 인력, 정부지원 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학계 등 전문가들은 보건의료정보화 발전 방향과 활용 방안 등을 함께 논의했다.
삼성서울병원 장동경 정보전략실장은 우리나라 전자의무기록시스템 도입률은 높지만, 표준화와 상호운용성 측면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핵심 임상정보 표준 기반 구조화 마련을 제시했다.
장 실장은 “상급종합병원들 중에서도 차세대 EMR시스템 도입에 실패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도입을 많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이제 우리나라도 각자 개발하는 시대는 지났고, 클라우드 베이스로 만든 EMR시스템을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병원에 확산시켜주면 표준화 문제를 돌파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지의규 정보화실장은 의료기관 종별 차이를 고려한 차별화된 지원 필요성과 함께 의료데이터 전주기에 걸친 선순환 체계 마련을 강조했다.
지 실장은 “이전까지 병원에 굉장히 많은 정보화 투자가 이뤄졌지만 투자가 어떻게 활용되고 병원경영이나 진료현장에서 어떤 이익이 창출됐는지 알 수 없어 도입 목적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고 후발주자로 쫓아오는 기관들도 과연 효용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감을 가지면서 투자가 줄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투자 대비 잘 되고 있는 병원들이 이것을 도입함으로서 어떤 효용성이 있었고, 어떤 개선점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황희 의료정보센터장은 정부가 병원이 투자를 망설이지 않게 하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센터장은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일부 병원만 사용하던 진료정보교류 시스템을 이제는 상급종합병원의 약 73%에서 사용하는 등 확산이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이용 현황에 대한 추가적인 심층조사가 필요하다”며 “진료정보교류 사업의 여러 구축 단계 등에서 소요되는 예산은 복지부에서 대고 있어서 괜찮은데, 스마트병원 사업이나 여러 기술이 정책적으로 의료현장에 도입돼야 한다고 한다면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어떻게 댈 것인가 하는 것을 병원이 망설이지 않도록 정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윤덕용 교수는 체계적인 데이터 연계뿐만 아니라, 데이터 품질관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문인력 양성과 정보의 역할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지금까지는 데이터를 모으고 진료의 효율화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제는 데이터의 품질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 등 연구를 많이 하는 병원들도 데이터 품질관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마땅한 지표나 도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마음 도움과 의료정보학회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충북대학교 경영정보학과 조태희 교수는 개인정보 보안인력 양성 필요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중소병원 개인정보 보안수준 제고를 위한 정부 지원과 보안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연 연계 교육프로그램 개발·보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스마트병원 구축 등의 사업 추진에 더 힘쓰겠다는 입장.
보건복지부 이강호 보건산업정책국장은 “이번 실태조사는 전수조사 대상인 상급종합병원은 100%, 종합병원은 90%라는 응답률로 신뢰도 높은 통계 자료이고, 체계적인 설문문항 구성을 통해 심층 분석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의료기관 종별 정보화 인프라 차이, 정책적 지원 요인 등을 보건의료정보 표준화,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 의료 인공지능,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 스마트병원 등 사업을 위한 소중한 자료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