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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외부로부터 고립’ ‘참혹한 수용소’ 돼버린 요양병원

손덕현 회장 “코호트 격리는 오히려 확진률·사망률 증가시켜”
극심한 의료인력난 “수간호사 또 쓰러졌다고 방금 연락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 이래 하루 기준(29일 0시 기준) 역대 최다 사망자 40명이 발생, 그중에서 약 70%에 해당하는 28명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사례들이었다.

현재 방역당국은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요양병원(요양시설)에 대해서 외부 출입을 원천 차단하고 시설 내에서 치료와 돌봄을 이뤄지게 하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코호트 격리 중인 요양병원·시설 내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확진자와 사망자를 더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요양병원·시설 코호트 격리 방식은 오히려 코로나19 집단 발생이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코호트 격리 조치는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가능하면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분들을 빨리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 병원에 병상이 없다 보니까 결국 요양병원에서 코호트 격리를 하면서 환자를 관리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요양병원 시설 구조 자체가 다인실로 되어 있고 감염에 취약하다 보니까 비확진자가 확진자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서 가능하면 확진자는 외부 다른 시설로 빼줘야 한다”고 했다.

요양병원협회는 지난 16일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요양병원에 대해 코호트 격리를 하는 과정에서 N차 감염에 노출되거나 심각한 인력난 등이 초래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청한 바 있다.

협회가 전달한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 개선방안’ 건의서 안에는 ▲요양병원 확진자 중 중증환자는 모두 급성기병원으로 즉시 이송 ▲권역별로 공공요양병원을 요양병원 확진자 치료시설로 지정 ▲확진자 이송이 어려우면 완전한 격리를 위해 일반 환자 이송해 격리 ▲이송된 확진자는 완치 후 환자 선택에 따라 요양병원으로 재입원 ▲중앙정부 차원의 필수인력과 장비 등 지원 ▲초기 방역 전문가 상주 ▲원활한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식사 등 생활서비스 지원 등이 담겼다.

손 회장은 또 요양병원·시설 내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하고 경증환자는 국공립요양병원 중 거점병원을 지정해 보내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중증도가 비교적 낮지만 돌봄 수요가 있는 요양병원 확진자들을 전담해 치료하는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을 수도권(경기·인천) 내 2곳을 지정해 병상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현재 인적·물적 자원 배치를 위한 정부·지자체 간 막판 협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정식 운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손 회장은 더딘 진행 속도에 “갑갑하고 아쉬운 점이 있다”고 평가하며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 마련이) 요양병원 내 집단 고위험군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빠른 논의 결정을 촉구했다.


손 회장은 전문가와 의료인력, 방역물품 부족 등에 대해서도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코호트 격리된 병원들에서 협회를 통해 가장 시급한 요청사항으로 들어오는 것이 의료진의 공급이 좀 됐으면 하는 점”이라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 직원 중에서 임산부나 자제가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업무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반 정도의 인력만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진의 소진(번아웃) 문제도 지적하며 신속한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 지난 15일부터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서울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의 의료진이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도 병원 운영 어려움과 의료인력의 부족함이 담겼다.

청원인은 “요양병원 간병사들 모두가 나가고 일부 간호사가 나간 상태에서도 환자 치료에 대한 사명감으로 일하던 간호사들도 7명이 확진됐다”면서 “간병·간호인력이 절대적으로 없어 병동당 1~3명의 인원이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식사 및 기저귀 갈기, 체위변환, 가래흡인 등에 문제가 생기고 엑스레이 장비도 이동이 제한되어서 환자 상태 평가가 어렵다”고 열악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레벨 D 방호복을 비롯한 4종 방호구를 착용하고 기저귀 갈기 등 격리된 병동에서 수십 명의 환자 케어를 담당하고 있으며,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치료도 힘든 상태”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1명의 수간호사가 또 쓰러졌다고 방금 연락이 왔다”고 현장의 상황을 알렸다.

청원인에 따르면 미소들요양병원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최초 21명에서 시작해 27일 기준 157명까지 증가하고, 이 중 2명은 이송 대기 중에, 또 2명은 전담병원 전원 후에 사망했다.


정부도 의료진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는 지점에 공감하며 의료지원팀을 구성해 현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손영래 전략기획반장은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온라인 백브리핑을 통해 “중수본 내에 의료지원팀을 만들고, 이들을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 현장에 투입시켜 지자체를 도와서 격리환자 재배치와 의료인력 투입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이 해당 병원의 코호트 격리 조치를 결정, 지자체는 병원 내 감염 환자와 접촉 환자, 일반 환자를 구분해 분리하고 환자들을 돌볼 의료인력을 재배치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보건복지부 국·과장급으로 구성된 의료지원팀이 집단감염이 발생한 요양병원에 파견돼 병상 재배치 및 의료인력 투입 등을 현장에서 직접 관리·결정한다.

손 반장은 “기존에는 지자체가 중수본에 요청하면 지원하는 방식이었지만, 앞으로는 지원팀이 현장에 직접 나가는 만큼 의사결정이 신속하고 정교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손 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요양병원 내 면회가 일절 금지된 것과 관련해 “지금은 화상이나 전화로 면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그 때문에 어르신들이 굉장히 힘들어하시고, 특히 치매가 있는 분들은 증상이 악화하는 부분도 있다”며 “환자 가족들도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 의료계 한목소리로 요양병원 상황 개선 촉구

의료계도 한목소리로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과 사망자가 속출하는 상황과 관련해 정부의 실효적인 행정 조치와 인력지원 방안 제시 등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29일 부천효플러스요양병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호트 격리로 인해 격리를 당한 사람들 사이에 급속하게 코로나19가 전파돼 더 많은 환자가 생기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고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나 장비, 인력이 부족한 요양병원·시설의 코호트 격리는 사실상 해당 기관 내에 있는 우리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요양병원·시설의 코호트 격리는 결국 병상 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며, 정부는 코로나19 전용 병원과 병상 확보 노력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기존 의료기관으로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적당한 장소나 부지를 확보해 대규모 임시 전용의료기관을 마련하고, 예산이나 행정적 절차에 구애받지 말고 대통령이든 방역당국이든 누구든 나서서 강력한 리더십 하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국적인 코로나 감염 확산세를 차단하기 위한 일시적 거리두기 3단계 상향 등 과감한 조치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민초의사연합(민의협)은 “요양병원이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참혹한 수용소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단순하게 요양병원 종사자에 대한 주기적 강제 진단검사 시행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검열 대책보다는 실효적인 인력지원과 환자의 이송을 통한 치료 환경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민의협은 “의사협회도 요양병원 감염자 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가 마련한 대책 시행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