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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심장박동 감지시점 ‘6주’ 기준으로 낙태 허용 판단해야”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태아의 생명과 엄마의 행복권 고민
낙태 약물 사용 경고, 미성년자 낙태 법정보호자 동의 필요


정부가 임신 14주 이내 일정한 절차나 요건 없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인공임신중절(낙태)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데 대해 의료계 산부인과단체들은 이에 반대하며 굳이 허용한다면 임신 10주 미만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신 10주가 되면 거의 모든 장기가 완성되고 성장단계에 있기 때문에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 가능한 임신 6주 이내까지 사유불문의 낙태를 허용하고, 산부인과단체가 제안한 임신 10주 미만의 제한 없는 낙태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따른 제한적 낙태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주장을 펼친 고려대 안암병원 홍순철 교수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주최의 세미나에서 “낙태에 대한 고민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수 있고, 본인의 문제이자 이웃과 우리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는 입법과정에서 한 명의 아이를 어떻게 더 살릴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의학적으로 태아의 심장박동은 출생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표로 인식하고 있다. 심장박동 감지 시점인 6주를 기준으로 낙태 허용 시점을 판단하자”고 제안했다.

같은 발제자로 참석한 한국기독문화연구소 권우현 변호사도 “심장박동 감지시점 기준 아래에 태아 낙태를 허용하자”며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5~6주와 의료계에서 제기한 10주 사이에는 4~5주 정도의 시간이 있다. 이 시기는 임신부가 낙태 여부를 충분히 고려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낙태 시술을 일부 허용하는 조항을 신설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다. 낙태죄 처벌 강도는 그대로다. 하지만 24주 내로 출산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한 설정을 걸었다.

구체적으로 임신 14주 이내 여성 자유의사에 따라 낙태할 수 있고, 15~24주까지는 낙태가 조건부로 허용된다. 허용 조건은 ▲강간 또는 준강간 등 범죄행위나 근친 관계로 임신한 경우 ▲임신 지속이 사회적·경제적 이유나 보건의학적 이유로 임신 여성의 건강을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이와 함께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약물 낙태 합법화 ▲중앙 임신·출산 지원기관 설치와 임산부 상담 제공 및 지원 ▲임신·출산 종합상담창구에서 낙태 여부에 관한 상담사실 확인서 발급 ▲낙태 요청에 대한 의료인의 거부 인정 및 그에 따른 처벌금지 등이 담겼다.

정부의 이러한 입법예고·개정안에 대한 의료계, 종교계, 학부모단체, 여성단체, 미혼모단체 등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만큼 지적사항도 많았는데, 이들의 공통된 지점은 ‘구멍이 많다’라는 것이었다.

◆“임신 20주 이후 낙태는 살인”

홍순철 교수는 “오늘도 많은 고위험 임산부가 조산의 위험을 피해 아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하루하루를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극복에 힘을 모아야 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배 속의 아기 살인에 관한 입법을 예고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살인을 종용하는 이 현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약물 낙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짚으며 “약물을 이용한 낙태 시도자의 70% 이상이 출혈 등 합병증을 겪을 정도로 약물 낙태는 합병증이 많고 위험한 과정이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사법 23조 4항을 설명하며 낙태 약물로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의 국내 도입 시 안전한 사용과 여성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약분업 예외 약품’으로 지정해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직접 투약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약사법 23조 4항에 따르면, 응급환자 및 정신질환자,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 등 의학적 필요와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의사가 직접 조제할 수 있는 의약분업 예외 약품 지정에 대한 규정이 있다.

그는 보호자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낙태 결정권을 주겠다는 것에는 “미성년자의 성이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길을 열어놓는 것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또 임신·출산 종합상담창구가 단순히 ‘낙태 가능 증명서’가 되어서는 안 되며, 모자보건법은 불필요한 낙태를 줄이고 임산부와 태아 모두의 건강을 지키는 법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교수는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에 대한 상담은 임신 유지와 낙태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 아니고 낙태를 전제로 낙태의 과정과 합병증을 설명하는 상담으로 정의되고 있다”며 “여성은 고위험 임신 전문 의료인 2명 이상의 상담을 통해 낙태를 피할 수 있는 전문가 상담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임신 확인 후 숙려 기간은 최소 5~7일 이상이 필요하며, 이 기간에 임신 유지 및 사회적 지원 제도 등 임신 유지에 필요한 상담을 정부는 제공해야 한다”며 “임산부는 상담 기간에 태아 심박동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시술기관과 상담기관의 분리를 제시하며 기관 내에 상담기준과 하부 상담기관 자격기준 심사, 상담결과를 모니터링할 10인 이하의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여성계와 직업적 윤리성을 강조하는 의료계의 원만한 지점은 없는지 묻는 본지의 질문에 홍 교수는 “여성의 권리와 태아생명권은 상충하는 권리가 아니”라며 “오히려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이 여성 권리와 건강에 도움이 되고 일치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특별위원회 최안나 간사도 약물 낙태의 불법적인 유통과 위험성에 따른 조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무엇보다 미성년자의 낙태 시술에 있어 부모 등 법정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산부인과단체의 입장을 더 공고히 했다.

최 간사는 “동의 연령을 법규화하면 부모에게 낙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 수술이 지연되거나 불법 낙태를 찾는 등 합법 낙태에 대한 접근성을 낮출 우려가 있다”면서도 “동의 연령을 정하지 않고 미성년자도 본인의 동의만으로 낙태하게 하면 의료분쟁 발생 시 부모의 항의 등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성들이 안전한 의료시스템 안에서 시술하고 낙태 예방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여성도, 의사도 낙태를 안 해도 되는 사회가 오길 바라며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정부의 무리한 입법예고라는 지적에 대해서 보아즈 사회공헌재단 연취현 변호사는 “국민의 보호 차원에서 더 많은 예산과 에너지를 쏟아 출산과 양육의 모든 과정에 출산을 결정함으로 인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과 법이 준비되어야 할 것이고, 이 모든 논의는 형법 개정안 발의와 함께 동시에 이루어졌어야 한다”며 “‘일단 법을 개정해보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그때 가서 또 논의해보겠다’는 태도는 생명권의 침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나타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