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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간학회 “국가차원 C형간염 퇴치사업 추진하자”

NEJM, 이집트의 성공적인 C형간염 퇴치 사업 소개
전국가적 C형간염 퇴치 사업… 유병률 4.6% → 0.5% 이하로 크게 줄여

대한간학회가 C형간염 퇴치를 위해 국가차원의 검진 및 치료사업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23일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전 국가적인 C형간염 퇴치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이집트의 사례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 최신호에 게재됐다. ‘NEJM’은 논문 인용지수(Impact Factor)70점 이상으로 글로벌 과학잡지인 네이처사이언스보다 더 높은 세계적인 의학저널이다.

 

전 세계 인구의 1%를 감염시키고 있는 C형간염 바이러스는 간경변증과 간암 등 간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 이집트는 1950년에서 1980년대 사이 광범위한 주혈흡충증 치료 과정에서 만성 C형간염이 만연, 성인 인구의 10%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못한 상태에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만으로 C형간염 바이러스의 퇴치 가능성을 보여준 이집트의 사례를 소개한 19일자 NEJM의 보고에 따르면, C형간염이 만연하던 이집트에서 전국가적인 C형간염 퇴치 사업을 통해 단기간에 유병률을 4.6%에서 0.5% 이하로 크게 줄였고, 신규 감염자 수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그 배경에는 이집트 정부의 발 빠른 대처와 정책,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료계의 노력이 있었다.

 

2014C형간염 항바이러스제 신약이 개발되자 이집트 정부는 신속하게 2018년까지 약 200만 명 이상의 환자들을 치료했다. 신약이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12주 치료비용이 1인당 1,650달러였으나 2018년에는 약가협상과 저가약제 공급을 통해 약제비를 85달러까지 낮췄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85월 이집트 보건당국은 1년 안에 18세 이상 성인 6,250만 명을 대상으로 집단검진 및 치료를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의료기관에 선별검사소를 설치했고 공장, 사무실, 기차역, 사원, 경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검진 차량을 이용한 선별검사팀을 운용했다.

 

검진기간 동안 8천개의 검진팀이 주 7일 하루 12시간씩 운영됐다. 신속진단키트(항체검사)는 협상을 통해 개당 0.58달러로 가격을 인하했고,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 PCR)’을 이용한 확진검사 또한 4.8달러의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언론과 방송매체도 참여를 독려했다. TV, 신문, 대형 옥외 광고판 등 대중매체를 이용한 공익광고가 검진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방영됐다. 라디오, TV 토크쇼 등에서도 C형간염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편성되도록 협조를 구하고, 문자메시지를 통한 공지도 대상자 전체에게 발송됐다. 또 과거에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들은 선별검사 전에 모두 제외됐다.

 

신속검사는 20분 이내에 결과가 나왔고, 양성자는 2주 안에 근처 병원으로 자동 예약을 통해 PCR 검사를 진행했고, 확진 결과는 5일 이내에 통보됐다.

 

최종 확진자는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소포스부비르와 다클라타스비르를 12~24주간 병용 투여했다. 선별검사로부터 약제 투여까지 걸린 평균 기간은 약 10일이었다.

 

이러한 노력들로 인해 2018101일부터 2019430일까지 7개월간 전체 대상 인구 6,250만 명의 79.4%인 총 4,963319명이 선별검사를 받았고, 검사에서의 양성률은 4.6%였다.

 

20199월까지 분석된 결과를 종합하면, 선별검사 양성자 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경우가 76.5%였고, 이 중 91.8%가 치료를 시작했다. 치료가 완료된 환자 중 98.8%가 완치 판정을 받았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 비용은 1인당 40.7달러가 소요됐다. 선별검사 양성자 1인당 추가 확진검사와 치료에는 총 130.6달러가 소요됐다.

 

이와 대해 대한간학회 임영석 총무이사(울산의대 소화기내과 교수)검사 비용과 치료비를 정부 협상을 통해 극적으로 절감할 수 있었던 점이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였고 정부와 의료계, 제약업계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지와 참여가 성공적인 사업의 밑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향후 다른 국가에서도 이러한 집단검사 및 치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집트는 이번 퇴치 사업을 통해 C형간염으로 인한 질병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되었다. 제한된 의료 자원과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력의 바탕 위에서 집단 선별검사를 통해 무증상 감염자를 발견하고 치료하는 전략이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이집트의 사례는 우리 의료계와 정부도 충분히 시행을 고려해볼 수 있는 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대한간학회(이사장 이한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한국간재단(이사장 서동진,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지원으로 2018에서 2019년 전남 구례군에서 ‘C형간염 검진 및 치료 지원 사업을 벌여 4,235명을 검사해 17명을 확진, 치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로 인해 환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국가적 차원에서 의료비 감소와 사망위험 등 질병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얻어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의 확대 필요성이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