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9회 미국 당뇨병학회(ADA)
연례학술대회가 지난 7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막을 올렸다. 11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가장
권위 있는 당뇨병 국제학회 중 하나로 관련 전문가 1만5000여명이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는 유망 파이프라인의 개발 현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구용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GLP-1유사체/주사제)의 효능을 발표했다. 신약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자디앙(성분명:엠파글리플로진/SGLT-2억제제, 제약사:베링거인겔하임)보다 뛰어난 혈당 조절 효능을 보였다.
국내제약사도 기술력을 자랑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3종의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목을 이끌었다.
◇ 노보 노디스크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자디앙보다 우수한 효과…빅토자에 뒤지지 않는 효능"
노보 노디스크는 ADA 2019에서 PIONEER 2, 4(3a상) 결과를 발표했다. 두 개 연구는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52주간 실시됐다.
먼저 PIONEER 2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14㎎과 자디앙 25㎎의 당화혈색소(A1C) 조절 효과가 비교됐다.
발표에 따르면, 치료 26주 시점 혈당 감소폭 평균은 기저치 대비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1.3%, 자디앙군 0.9%였다. 이 지표는 1차
유효성 평가변수로 측정됐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2차
유효성 평가변수(52주 시점 혈당 감소폭)에서도 유의한 효능을
보였다고 제약사측은 설명했다.
또 다른 지표였던 체중 감소폭에서는 두 그룹간 큰 차이가 없었다. 체중
감소폭 평균은 26주 시점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3.8㎏, 자디앙군 3.7㎏이었다. 52주 시점에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3.8㎏, 자디앙군 3.6㎏으로 조사됐다.
PIONEER 4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빅토자 그리고 위약간 효능이 비교∙분석됐다. 이 연구에는 2형 당뇨병 환자 가운데 메트포르민 또는 SGLT-2억제제 등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그룹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빅토자에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구체적으로는 치료 26주 시점 혈당 강하폭 평균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1.2%, 빅토자군 1.1% 위약군
0.2%였다. 52주 시점에서도 3개 그룹에서 이 같은 성적은 유지됐다.
체중조절 측면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가 우수했다. 26주 시점 체중감소폭 평균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4.4㎏, 빅토자군 3.1㎏, 위약군 0.5㎏이었다. 52주 시점 체중감소폭 평균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4.3㎏, 빅토자군 3㎏, 위약군 1㎏으로 집계됐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흔한 부작용은 오심이었다. PIONEER 2에서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군 11%, 자디앙군 4%였다. PIONEER 4에서는 이 같은 비율이 세마글루타이드군 11%, 빅토자군 9%, 위약군 4%로 확인됐다.
PIONEER 2∙4에 참여한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병원 내과 Ildiko Lingvay 교수는
“GLP-1유사체는 효능에 비해 의료 현장에서의 사용 빈도가 떨어진다”며
“경구용 GLP-1유사체가 보인 효능은 고무적이었다. 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밖에도 제약사측은 ADA 2019에서 NewLira Trial(무작위배정∙이중맹검∙위약대조)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빅토자 1.8㎎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베타세포 기능 보전에 기여한다는 사실 등을 담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해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병원 Uma Gunasekaran 교수는 “그동안 GLP-1유사체가 1형 당뇨병 환자에게 보인 효능은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해당약제는 C-peptide 수치를 보존해 인슐린 투여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 한미약품,
‘랩스커버리’ 적용 비만∙당뇨∙NASH 신약 연구결과 발표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노피에 라이선스 아웃한 ‘에페글레나타이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Triple Agonist’, 그리고 비만·희귀질환치료제(선천성고인슐린증)로 개발 예정인 ‘Glucagon Analog’ 등 3종이 라인업에 올랐다.
먼저 사노피가 개발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다. 매일 맞던 투약 주기를 주 1회로 개선한 바이오신약이다.
AdventHealth 임상이행연구소 리처드 프래틀리 박사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유효성을 전당뇨 환자들에서 확인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에페글레나타이드군은 위약군 대비 전당뇨 단계에서 정상혈당 범위로 회복한 환자 비율이 더 많았다. 이외에도 한미약품과 사노피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투여한 2형 당뇨환자를 대상으로 당화혈색소 및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Triple Agonist는 체내 에너지 대사량을 증가시켜 지질대사를 개선하는 약제다. 글루카곤∙인슐린 분비 및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그리고 인슐린 분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IP의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다.
Triple Agonist의 임상 1상 발표는 미국 프로시엔토사 마커스 홈페시 박사가 진행했다. 그는 이 임상시험에 참여했다.
홈페시 박사는 “기저질환이 없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Triple Agonist를 단회 투여해 안전성 및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약품은 미국에서
지방간 환자를 대상으로 Triple Agonist의 후속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Glucagon Analog의 비만 치료 효능을
확인한 비임상 4건 결과도 포스터로 발표했다. Glucagon Analog는 기존 글루카곤의 단점이었던 용해도와 안정성을 개선, 장기투여에 최적화시킨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다.
제약사측은 비만 동물모델에 Glucagon Analog를
장기 투여해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Glucagon Analog과 당뇨약물을 병용투여한
전임상에서도 추가적인 체중감소 효능을 확인했다.
Glucagon Analog는 지난해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질환치료제(선천성고인슐린증)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권세창 사장은 “ADA 2019는 랩스커버리를 적용한
다양한 바이오신약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한 좋은 기회였다”며 “파이프라인의
임상 순항과 플랫폼 기술 활용 치료영역 확장을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