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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국민 배제된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서면심의 '눈총'

"미지급 국고 지원 즉각 지급하고 종합계획 전면 수정해야"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심의가 국민 참여를 배제한 서면심의로 대체되면서 정부가 '졸속 심의'를 강행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무상의료운동본부)가 22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 처리 규탄 및 국회 엄정 심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10일 열린 공청회에서 제1차 종합계획 정부안을 발표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종합계획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가입자 단체의 문제 제기로 연기되자 종합계획 심의를 서면심의로 대체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종합계획은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임기응변의 추진이 아닌 범사회적 논의 구조에서 재검토해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한 차례 우려한 바 있다.



◆ "건강보험만큼은 적어도 공정한 시스템 돼야"…우려하는 시민단체

이번 종합계획은 보험료율 3.49%를 오는 2022년까지 적용해 일차의료 강화와 적정 수가 보상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고, 국고 지원은 현 13.6%를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19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정부가 보험료 예상수입액을 적게 산정하는 편법을 써서 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법정지원액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15.45% 정도만 지원했으며, 2007년부터 누적된 미납액은 무려 21조 5,891억 원에 달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재길 무상의료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은 "해당 계획에서는 보험료를 인상해 재정 부담을 국민에게만 전가하고, 국고 보조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인 법정지원액 기준을 준수하고,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연령층 축소 계획을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유 위원장은 "보장성 강화를 매개로 한 급여 항목 확대 논의가 지나치게 공급자 · 정부 중심으로 진행돼 가입자 · 국민이 결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국회는 이번 종합계획과 관련해 법 개정을 통해 심의 · 의결 과정에서 국민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노조 위원장도 동일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번 종합계획 수립 과정이 충분한 국민 의견 수렴이 아닌 일부 전문가 회의를 통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나 위원장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보장성이 어느 정도 높아졌고, 비급여가 어느 정도 규제되며 언제까지 어떻게 보장성을 높일 것인지, 그에 따른 재정 추계 및 법 개정을 통한 정부의 국고 지원 대책이 이번 종합계획에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나 위원장은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쏠림현상 대책, 불필요한 진료비 남용 및 보건의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합리적인 수가체계 개편안, 공공의료 강화 대책, 보건의료 인력 대책 등이 이번 계획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최소 대면심의를 통해 가입자 · 시민사회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한 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국민에게만 부담을 가중하는 현 건강보험 시스템을 공정한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종합계획은 복지부가 기획하고 스스로 심의해 집행하게 돼 있다. 즉, 외부 견제가 전혀 개입되지 않으며, 복지부가 심의한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만 돼 있다."며, "이런 방식의 종합계획 운영은 재점검해야 한다. 국민 여론 수렴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보험료 부분에서 국민 부담이 너무 가중된다고 했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지속적으로 동결되고 기업 소득은 상대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기업 부담은 강화하지 않으면서 보험료만 인상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건강보험 재정 70조 원을 놓고 공급자와 산업계가 파이 쟁탈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위험 부담도 하지 않은 채 본인 이익만 극대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는 뜯어고쳐야 한다. 건강보험은 적어도 공정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국민에게만 부담을 가중하는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며, "국회는 복지부 심의와 관련하여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고 신중하고 정확하게 판단해달라."라고 촉구했다.

◆ "복지부 주도권 강화하는 건정심 구조, 전면 개혁해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제1차 종합계획 입장 및 의견서를 발표하며, 종합계획 수립에 있어 사회적 논의 과정을 배제한 복지부 주도의 일방적 의사 결정을 비롯한 총 8가지 사항을 지적했다(아래 별첨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무상의료운동본부 입장 및 의견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며, 국민 참여 방식의 공론화 등 사회적 논의 과정도 전혀 담보되지 않았다."며, "복지부는 사회 쟁점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건정심 중심으로 논의 범위를 국한하는 등 정부 정책을 관철하기 쉬운 방식으로 종합계획안을 수립했다."고 했다.

이 외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 책임을 최소화하고 가입자 부담만 강제하는 재원조달 방식 전면 반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실효성 검증 및 공급부문 통제 수단 강화 △노인 외래정액제 적용 축소 및 가입자 본인부담 강화 위주 지출 관리 반대 △공공제약 설립 및 보험자병원 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 대책 필요 △건강보험료 체납자에 대한 징벌적 징수제도 전면 개편 및 취약계층 의료보장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 △건강보험 규제 완화 및 산업계 이해관계를 반영한 제도 변화 반대 △건정심 구조개혁 단행 등을 주장했다.

특히, 현 건정심의 과도한 권한 행사가 정부 정책 결정을 관철하기에 유리한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정심은 정책 결정의 정당성 · 투명성, 위원 구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무엇보다도 가입자 입장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로, 복지부 주도의 가입자 위원 선임 방식과 공익대표의 정부 편향성도 논란이 돼 왔다. 정부 · 공급자 · 산업계 중심의 건강보험 의제 선정이 주를 이루는 점도 건정심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 중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종합계획은 오히려 건정심의 기능 · 역할 강화에 주안점을 두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복지부의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며, 우리는 이에 반대한다."며, "건정심 심의 · 의결 권한 분리 또는 의결 권한 배제, 보험료 결정 권한의 보험자 이관, 가입자 참여 강화 등 건강보험의 분권적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건정심 구조 개편이 단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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