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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노력한 제약사에게 솔리페나신 판결은 긍정적 열린 결말

대법원이 솔리페나신 판결을 통해 개량신약의 특허권 분쟁에 대한 확고한 기준점을 제시한 것일까. 여러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오히려 열린 결말에 가까웠다.


지난 1월 대법원은 다국적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개발한 과민성 방광치료제베시케어정’(성분명: 솔리페나신숙신산염)의 염 변경 약 '에이케어정'(솔리페나신푸마르산염, 코아팜바이오)에 대해 특허권 회피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자 국내 염변경 개량신약 개발사들은 대법원이 이런 판단을 향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판결문을 살펴보면 다행히 탈출구는 존재한다.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염변경이고, 유효성분의 약리작용에 의해 나타나는 치료효과나 용도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면 존속기간이 연장된 특허권의 효력이 침해제품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결의 핵심 문장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준석 교수는 대법원이 신축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부분으로는 실질적 동일()’을 꼽았다.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요건에 유효성분, 치료효과, 용도 등 3가지를 고려하도록 예시했다. 이 가운데 용도는 약사법에서도 정의하지 않고 있어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해석이 요구됐다. 2015년 대법원 판례를 참고하면 용도의 개념에는 투여용량 등도 포함된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또 제법(제조)특허 등에도 적용되기 위해선 확장해석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구체적 열거가 아닌 예시라는 점도 여러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5T 국제특허법률사무소 장제환 변리사는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염 변경(염 변경의 용이성)’이란 표현에 주목했다. 그는 대법원이 명세서에 숙신산과 푸마르산은 모두 염을 형성할 수 있는 선택 가능한 유기산으로 기재된 점 숙신산염과 푸마르산염은 모두 Class1으로 염 분류가 동일한 점 숙신산염과 푸마르산염의 체내투여 및 흡수과정이 동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런 표현을 사용했을 것으로 봤다. 통상의 기술자가 별다른 고민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염 변경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견해다.


이는 현재 동일쟁점 사건인 챔픽스(바레니클린 타르타르산염, 화이자)와 노코틴(바레니클린 옥살산염, 한미약품)간 특허소송이 솔리페나신 사건과는 다른 결말로 이어질 가능성을 암시한다타르타르산염(Class 1)과 옥살산염(Class 2)은 염 분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박준석 교수는 이번 판결 기준에 비춰볼 때, 대법원은 클래스가 다르면 같은 경우보다 염 변경이 더 어렵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대법원은 솔리페나신 판결을 통해 개량신약의 정의를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염 변경 약이 신규용도발견, 제제유효성 개선 등을 만족하지 못하면 개량신약이 아닌 제네릭이라는 평가를 내린 듯하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유영근 특허전문위원은 대법원은 에이케어를 개량신약이 아닌 제네릭으로 봤다고 평가했다에이케어는 1상 결과만으로 2016 7월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애초에자료제출의약품이라서 제네릭 수준의 심사를 통해 승인된 것이다. 에이케어의 개선점을 증명할 자료(3상 결과 등) 부족이 대법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유 위원은 평가했다.


대법원의 솔리페나신 판결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결말이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판결문은 경직된 기준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앞으로 각각의 사건에서 다른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해당 판결이 향후 다른 사건에 미칠 영향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이번 판결로 예측 가능한 점도 생겼다. 대법원은 염 변경 과정이 어려웠는지, 그리고 효과적 개선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졌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충실히 만족한다면, 열린 결말 속에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