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장및빗 전망의 의약품용 한약재 시장, 문제는 '표준화'

한약재 산업화 거점센터 구축으로 동일 품질의 한약재 생산해야!

"한의약 산업에서 국산 한약재가 나아갈 시장은 고품질 의약품용 시장이다."

1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한의약의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포럼'에서 우석대학교 한의학과 김경한 교수가 '한약재 산업화 거점센터 구축 기본구상' 발제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국내에서는 여러 제도적 문제로 인해 한약재 · 의약품 시장이 정체 중이며, 건강기능식품 시장만 약간 증가했다. 식품용 한약재의 경우 국내산이 중국산과 경쟁한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전 세계 수요가 증가하는 의약품용 고품질 한약재를 생산한다면 식품용 한약재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교수는 고품질의 의약품용 한약재 생산을 위한 한약재 산업화 거점센터(가칭) 구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우수한 의약품용 한약재 종자를 확보하고, 해당 종자를 발아한 후 체세포 복제를 거쳐 동일 품질의 한약재를 생산하는 방향으로 산업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도 한약 산업화 등에 있어 어느 정도의 니즈가 있는 것으로 안다. 또, 지방자치단체별 다양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들이 하나로 연결되지 못해 성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한다."며, "여러 사업 · 기술을 잘 연계 · 협력해 시행하면 훨씬 더 나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약재 산업화 거점센터를 통한 메디컬 팜 기본구상' 주제로 발제한 영남대학교 식품외식학부 변광인 교수는 한의약과 농업을 융합한 메디컬 팜(Medical Farm) 산업의 경영 모델을 제안했다.

메디컬 팜은 2012년 대두한 치유농업의 발전 형태로, 변 교수는 농촌을 기반으로 치유 · 치료를 병행하는 선진국형 케어 팜(Care Farm)을 메디컬 팜으로 정의했다. 교수는 필요한 기간만큼 체류하면서 자연 환경 · 치유 농업을 통해 역할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지역거점 케어 센터가 돼야 한다고 했다. 

현존하는 국내 치유농장에 대해 변 교수는 "의료시스템 없이 단순 체험 교육 위주로 운영하며 프로그램이 미흡하기 때문에 굉장히 영세하다. 의료 지원과 관련한 법 · 제도도 부재해 있다. 이렇다 보니 수익모델이 없어 경영이 지속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유럽의 경우 치유대상자가 병원에 방문해 의사 처방을 받으면, 처방전을 들고 지방자치단체 보건담당자에게 상담을 받는다. 보건담당자는 대상자에게 적합한 농장 정보를 제공하며, 대상자는 여러 농장을 방문해 자기에게 맞는 농장을 선택한다. 이 때 의료보험은 대상자에게 소요되는 비용을 농장주에게 지불한다. 

변 교수는 "한의사를 활용하여 메디컬 팜 모델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세계적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며, "메디컬 팜에는 치유 및 생산시설과 의료시설이 들어간다. 치유는 한약재를 기반으로 하면 된다. 생산시설 또한 한약재를 심는 프로그램을 첨가하면 된다. 의료시설의 경우 한의사가 상주한다면 치매안심센터 · 보건소와 연계해 지역의료 시스템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고용 창출로 인한 농촌 경제 활성화도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한의사가 상주하는 가운데 내부고객, 지역주민, 치유고객 및 체험객이 메디컬 팜에 모여 하나의 커뮤니티 케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변 교수는 "한의사를 전제하고 거점 센터를 만들면 기본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 모델이 된다."며, "초고령화라는 위기를 메디컬 팜을 통해 기회로 삼으면 사회적 문제 및 고용 문제를 다양하게 흡수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농촌진흥청 장재기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표준화를 한약재 생약 산업의 가장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인정했다. 

장 원장은 "산업은 QA · QC(Quality Assurance · Quality Control)가 돼야만 면모를 갖출 수 있다. 품질의 균일성에 대한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산업적으로 그 원료를 사용할 수 없다. 작물은 공산물처럼 찍혀나오는 것이 아닌 야생식물의 날 것 그대로 원료가 되며 제품이 된다는 점에서 표준화 문제가 있다."며, "작물은 야생 식물 형태를 그대로 지니며, 대부분은 자가 수정한다. 그런데 약초는 대부분 타가 수정을 하며 자가수정이 불가한 것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한약재 원료가 국내에서 생산돼도 단가가 맞지 않으면 기업 · 한의원에서 사용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리 원에서는 한약재 원료를 어떻게 싼 가격에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조직배열을 이용해 유전적으로 균일한 모종을 생산할 때 경제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이은경 부회장은 제제 형태의 한약재 사용을 강조하며, 고령화에 대비한 커뮤니티 케어 정책에서의 한의사 역할을 어필했다. 

이 부회장은 "한약재 수요자이자 공급자라는 독특한 위치에 있는 한의사들은 한약의 안전성 및 표준화 미비로 인해 가장 많은 공격을 받는다."며, "협회 입장에서는 개별 한약재를 단순 가공하는 것보다는 제제 형태의 사용이 증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는 개별 한방 의료기관의 안전성 심의에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지역사회에 돌아왔을 때 의료 공백을 어떻게 메꿀까. 이 때 필수 진료를 해주고 필요한 의료 처치를 해주는 주체로서 한의사가 활용돼야 한다."며, "의과의 경우 전문의가 많기 때문에 내과 의사를 따로 봐야 하고 통증의사를 따로 봐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한의사는 한 명이 토탈 케어를 할 수 있다. 방문진료 또는 지역사회 농장 내 주치의 등은 한의사가 강점을 가진다. 커뮤니티 케어 사업에서 한의사 · 한의약이 굉장히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마리서치 프로덕트(주) 김신규 전무는 "궁극적으로는 표준화를 통한 산업화다. 산업화는 산업계가 해야 할 일이며, 의료계는 이를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며, "한약재를 재배하여 1차 가공을 한다고 가정하면 국내 현실은 두 가지다. 1차 가공이 제약회사에서 표준화가 되면 화장품 · 식품 · 의약품 원료가 되며, 한의원으로 가면 탕약 등 환자에게 약제로 공급된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천연물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진다면 천연물 소재를 표준화 · 단순화하여 서비스 측면에서 솔루션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치유센터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이 이를 누리기 위해서는 가공 형태를 표준화 형태로 공급하는 부분도 굉장히 필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천연물에 관심 있는 산업체 · 연구소 · 정부가 호흡을 잘 맞춰서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산업화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 

한국약초생산자연합회 김운영 지사장은 국내 한약재가 중국산에 밀려 소비가 부진한 점을 토로했다. 김 지사장은 "나는 농민이며 실제 약초 농사를 한다. 그런데 국내 한약재는 농사를 잘 지어도 중국산에 밀려서 소비가 부진하다. 한약재가 가격이 비싸서 한의사들이 안 쓰는지 모르겠다. 많이 이용해달라. 농민이 잘 살 수 있도록 거점 센터를 만들고, 좋은 한약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주문했다. 

또한, "농사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지난해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약초가 상당히 많이 죽었다. 그나마 가격이 좀 있어서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있다."며, "농산물을 생약 원료로 공급하려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 의약품으로 쓸 수 있는 우수한 종자를 농가가 키우고 보급하여 국민이 의심을 가지지 않고 사용해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약진흥재단 김두완 본부장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대체의학 시장을 한약재가 선점하기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한의약 소재 유전자원 확보 및 표준재배 및 가공 방법의 마련 · 보급과 한의약 소재의 기술 혁신을 통한 기술력 강화가 필요하다. 또, 한약재가 의약품이나 식품 · 화장품 등에 사용될 경우 각각 작용하는 규제 기준 · 성분 함량이 상이하기 때문에 표준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방제의 경우 10만 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계열별 · 성분별로 데이터마이닝 분석을 활용할 수 있는 국내 산업화 기반은 중국에 비해 미약한 실정이다. 한의약 소재를 세계화하기 위한 연구 기반 집중 시설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재배 관리에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 전주기 품질관리를 통한 한의약 소재의 산업화 방안이 다양하게 모색돼야 한다고 했다. 본부장은 "우리 재단에서는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 시설에 들어오는 단계에서부터 한약 소비자까지 전주기를 아우르는 과정을 정보화하는 한의약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건강한 자연환경에서 농업을 매개로 소득을 이어가면서 전문 진료진의 정기적인 진료 · 처방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적인 모델 개발 및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좋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금일 포럼이 그 첫발을 내딛는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