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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전공의 사망 해명한 가천대 길병원, '허위 당직표' 들통

"병원은 고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오늘부로 멈춰야"

2월 1일 발생한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원인 불명의 돌연사라는 병원 측의 계속된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길병원은 1월 7일부터 13일까지 故 A전공의의 근무 시간에 대해 주 평균 87시간 · 최대 연속근무 35시간을 주장했으나, 실제 근무시간은 주 평균 118시간 · 최대 연속근무 59시간으로 확인돼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14일 오후 2시 서울역 KTX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이 같은 사실을 밝히고, 길병원이 故 A전공의의 죽음을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7년 12월 시행된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에 의거하여 전공의는 4주 기간을 평균하여 1주일 기준 80시간을 초과 수련할 수 없고, 교육 목적의 경우 최대 8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연속 36시간을 초과 수련할 수 없으며, 연속 수련 후에는 최소 10시간의 휴식을 취해야 한다.

앞서 길병원 측은 故 A전공의의 근무시간이 정규 54시간 · 당직 33시간 등 주 평균 87시간이라고 주장하며, 전공의법을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승우 회장은 "A전공의의 실제 근무표를 보면, 병원이 제출한 근무표와는 달리 1월에 당직이 세 번 더 발생했다."며, "병원의 계산법은 두 가지의 오류가 있다. 병원에서 말하는 87시간은 사실 근무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을 위반하는 것이나 교육 목적의 경우 8시간 추가 근무가 가능하다. 그런데 근무표에서 故 A전공의는 정기 교육을 받는 게 아닌 매주 똑같이 87시간을 일하고 있었다. 또, 당직 24시간 근무 시 20시간을 기록하고, 주 11시간 근무 시 9시간을 기록했다. 전공의는 실제 쉬지 못하는데 휴게시간은 무려 2 · 4시간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대전협이 제시한 표에 따르면, 故 A전공의는 주 평균 118시간을 근무해 한 달 평균 110.25시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은 "병원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업무가 타과보다 적고, 환자 수가 줄었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다른 과보다 더 일하지 않고 업무가 적었다고 과로가 아닌지? 무려 118시간 · 110시간이다."라고 했다. 



지난해 대전협 · 동아일보가 공동으로 진행한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28.3%가 법정 최대 연속수련시간인 36시간을 초과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평균 연속근무는 43시간 · 최대 연속근무는 96시간으로 조사됐다.

55.6%는 최근 6개월간 주 평균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겼다고 답했다. 주 평균은 92시간 · 최대 주 평균은 120시간이다. 77.1%는 최근 6개월간 주 최대 근무시간이 80시간을 넘겼다고 답했다. 주 평균은 99시간 · 최대 주 평균은 144시간으로, 전공의법 위반이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해당 조사에서 가천대 길병원은 상위권에 속했다. 타 병원보다 근무시간이 적다는 의미이다. 길병원이 이 정도라면 도대체 타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가 얼마나 더 일하고 있을지 의문이다."라면서, "수련병원 상당수가 전공의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피하고자 허위당직표를 만들고, 퇴근 이후에는 근무한 흔적이 남지 않도록 전자의무기록(이하 EMR)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그런데 전공의는 환자를 끝까지 진료해야 해서 떠날 수가 없다. 이 때문에 타 의사 · 전공의 ID를 빌려 쓸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불법 행위가 조장되는 것이 수련병원의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는 전공의의 근무 기록이 법정 상한 근로시간인 80시간이 넘지 않도록 해당 전공의가 EMR 접속 시 사용하는 ID를 차단한다. 이는 전공의법 위반을 은폐하는 일종의 근로시간 셧다운제로, 타인 명의로 처방하는 것을 묵시적 · 명시적으로 전공의에게 강요하여 의료법을 위반하게끔 한다. 

이 회장은 "2012년 전공의 사망 사건이 불거졌을 때 보건복지부 · 모든 병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수련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도 전공의 사망은 반복되고 있다."며, "전공의법에 규정된 80시간 · 36시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시간을 줄여달라는 게 아닌 전공의법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전공의는 용기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병원은 변화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가족 대표로 참석한 故 A전공의 누나는 △다시는 이런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전공의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카투사 시절 매주 해성보육원에서 영어 봉사활동을 하던 착한 동생의 명예를 병원 측이 거짓으로 깎아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족은 "내 동생의 죽음은 병원의 공식 설명이 아닌 동생의 동료를 통해 알게 됐다. 우리는 동생이 3년간 몸담은 병원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장례식장에 찾아온 기자까지 돌려보냈다. 그런데 7일 부검 · 경찰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돌연사라고 주장하는 병원 측 입장을 기사로 처음 접했다. 그때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병원 홍보팀 측에 정정을 요청하면서 어떤 근거로 그런 얘기를 했는지를 질문했는데 이 또한 거짓으로 답변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A전공의의 비극적인 사건을 접한 조모는 그 충격으로 7일 후 사망했다고 했다. 

유가족은 "13일 병원 측이 모 일간지 기자에게 병원은 오히려 억울하고 동생의 수련환경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근무태도 등 동생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듯한 뉘앙스로 거짓 · 과장을 섞어 답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우리는 진흙탕 싸움이 시작될 수 있다며 인터뷰를 하지 말라고 한 원무팀장의 말에도 굉장히 분개하고 있다."며, "위법 행위가 발생해도 고작 1백만 원의 과태료로 끝나는 현실을 간과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의 모두발언 △유가족의 말 △질의응답 △고인에 대한 묵념 순으로 진행된 이 날 기자회견에는 대전협 이승우 회장을 비롯하여 정용욱 수석부회장 · 여한솔 정책부회장 · 안치현 노조위원장 등 대전협 이사진과 故 A전공의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번 故 A전공의 사망과 관련한 질의응답이다. 메디포뉴스는 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EMR 차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승우 회장 가천대 길병원에서는 EMR을 차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전공의들이 120시간 · 140시간까지 초과 근무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 수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길병원이 상위권에 속해 있다는 거다. 다른 병원의 경우 길병원보다 더 많이 나왔어도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 혹은 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중상위처럼 보인다는 게 문제다. 다시 말하면 처방 내용을 찾을 수 없는 거다.

대전협에서는 하루 수십 건의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하는데 타인 ID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초과 근무 시 타인 아이디를 이용해서 처방해야만 담당 환자를 진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원은 전공의법을 지켜야 하므로, 전공의가 그렇게 하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6시에 퇴근해야 하는데 갑자기 응급상황이 터질 경우 해당 행위를 한 의사가 직접 처방해야 하며 기록을 남겨야 한다. 의사에게 기록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는 의료법 위반 소지가 충분한 행위이다. 점점 더 많은 병원이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 이보다 더 많은 병원에서 그렇게 할 거라는 생각에 두렵다. 

정용욱 수석부회장 사전에 등록한 근무시간 외에 EMR에 접속하지 못하게 한다는 제보가 병원 규모 · 종별을 가리지 않고 대전협에 들어오고 있다. 이 병원들은 대놓고 전공의에게 타인 ID로 접속하여 일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주 80시간 안에 일을 전부 처리하면 된다는 식으로 방치한다. 주 80시간 이내에 모든 일을 소화할 수 없는 전공의는 타 전공의 · 담당 스텝 ID로 접속하여 처방하고 기록을 남기게 된다. 이는 상당히 저급한 위계 행위이다. 전공의에게 지위를 남용하여 불법 행위를 할 수밖에 없도록 조장하는 행위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 수련환경평가는 어떤 식으로 수행되는지?

이승우 회장 수련환경평가는 전공의법에 의거해 개별 현지조사 · 서류 평가로 구분되어 매년 실시한다. 전공의법이 시행된 2017년에는 법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여서 과태료 ·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 일 년 후인 2018년에도 평가가 시행됐고, 같은 해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여전히 행정처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 14일 오후 2시경 보건복지부는 전체 수련기관 244곳 중 전공의 수련환경평가에서 법령 미준수가 확인된 수련병원 94곳(38.5%)에 대해 전공의법에 의거해 과태료 · 시정명령 처분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과태료는 병원별 1백만 원에서 5백만 원 수준이며, 시정명령 의무 이행기간은 3개월이다. 

수련환경평가 위원은 2017년에는 3명가량의 해당 병원의 교수 · 수련 업무 담당자로 구성됐다. 문제는 전공의 당사자가 수련환경 평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2018년에는 수련환경평가 위원으로 전공의가 아주 일부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전협에서 요구했고, 실제 그렇게 시행됐다. 

그런데 '전공의가 직접 면담을 해야 한다'는 민원이 실제 대전협에 들어왔다. '병원에 제출한 근무표보다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전공의는 용기 내서 말하지 못한다. 민원에 따르면, 용기 내서 말했는데 바로 다음 날 교수가 불러서 '왜 그런 말을 했냐'고 추궁했다는 것이다. 전혀 익명성 보장이 안 되는 현실에서 전공의들은 용기내지 못한다. 그게 지금 가장 큰 문제다. 

정용욱 수석부회장 서류 평가도 위반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서류 평가 시 수련병원 측에서 서류를 있는 그대로 제출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전공의법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법률로, 동법의 취지는 병원 처벌이 아니다. 그런데 병원은 그조차도 걸리지 않기 위해 서류를 속이는 것보다 더 악랄하게 근무시간 입력조차 하지 못하게 한다. 이로 인해 전공의가 해당 근무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타인 ID로 처방하고 기록을 남기는 의료법 위반 행위도 조장된다. 

◆ 故 A전공의의 근무 환경은 어땠는지?

유가족 대표 실제로 내 동생이 근무하던 소아청소년과에서 2명의 결원 인원이 발생했다. 내 동생과 동료들은 그 2명의 빈자리까지도 채워야 하는 근무를 해야 했다. 이에 대한 어떠한 병원 측의 전문 인력 충원이나 전공의 부담을 덜어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여전히 병원은 전공의 인원이 충분하고 근무 강도나 근무시간이 적다는 식으로 답변하고 있다. 

내 동생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한 의사였다. 병원은 동생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오늘부로 멈춰줬으면 한다. 그리고 내 동생을 위해 울어준 동료들은 이제 3명분의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의 업무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변화를 촉구한다.

◆ 2차 부검 결과는 아직인지?

이승우 회장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 좀 더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우리는 부검 결과와 상관없이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며, 법률 지원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유가족 대표 동생의 부검 결과는 내가 직접 따라가서 들었다. 1차 부검 결과, 어떠한 질병이나 외적 요인이 없었고, 타살 · 자살의 징후도 없었다. 다만, 고인의 몸에 채혈 자국이 존재했는데 직업이 의사인 만큼 주삿바늘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약 3~4주 정도 더 걸리는 2차 결과를 현재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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